안녕?
마지막으로 널 만난 게 언제였더라,
널 찾으려면, 너 대신 eco가 튀어나와, ㅎ 사실 닮긴 했어, 그 애 이름도 "집"이니까,
네 이름은 "목소리"를 뜻하잖아.
산이나 동굴이 네 집이라지?
어릴 적 널 만나기 위해 산에 올라 "야호"라고 큰 소리로 외쳤단다. 그럼 너도 "야호"라고 대답해줬어.
너 엄청난 수다쟁이였다며, 제우스가 바람피우다 들키자 도망갈 시간 벌어주려, 헤라 아줌마 붙잡고 넋이 빠지도록 이야기했다면서? 그러다, 자기 남편을 단도리 못한 분을 네게 풀었다지.
스스로 먼저 말을 할 수 없고, 남의 말을 끝까지 듣고서 마지막 말만 따라할 수 있게 만들었다지.
너처럼 천상 이야기꾼이 받은 형벌도 모자라, 나르시스를 짝사랑하게 되었다지.
흠모하는 나르시스를 뒤쫒다
"누구 있나요 여기요?"
"여기요"
"이리 와요"
"이리 와요"
네 모습은 보이지 않으니 나르시스가
"왜 나를 피하오?"
"왜 나를 피하오?"
"우리 부디 함께 합시다"
"우리 부디 함께 합시다"
그 말에 네가 그를 안으려하자, 나르시스는 질색하며 달아나지.
상심한 너는 숲으로 달아나, 숨어버리고,
나중에 넌 점점 야위어가더니 종국에는 목소리와 뼈만 남아 돌무덤처럼 변해버렸다지.
목소리만, 살아남았다지.
그는 물에 비친 자신을 사랑하다 결국 죽어 수선화로 변해버렸지.
그때도 넌 그의 소리를 냈단다.
"어쩌나"
"어쩌나"
가슴을 치는 소리도 똑같이 퍽
"오 젊은이여, 헛된 사랑이여"
"오 젊은이여, 헛된 사랑이여"
"부디, 안녕"
"부디 안녕"
널 닮고 싶다고 전하려 왔단다.
보이진 않지만, 네가 듣고 있다는 거 알아
사실 난 이제 너처럼 변신하고 싶어. 네게는 천형이라지만, 내게는 엄청난 가능성이기도 하단다.
사람에게는 9개의 텅빈 공간이 있어, 얼굴과 몸에 모두 합쳐서 말이야,
뛰어난 가수들은 몸에 난 9개의 구멍을 절묘하게 쓴다고 들었다. 우리 몸 속의 동굴들이지, 그 굴을 울리면서 나온 소리가 노래잖아, 에코이고,
이제 내가 자진해서 너로 변할 거야ㅣ.
내가 메아리가 된다면 타자에겐 경청과, 공감이 되겠지
내게 되돌아 울려올 때는 자기 검열과 반성이 되는 거고,
일단 끝까지 남의 말을 듣고 싶어. 가능하다면 먼저 말하고 싶지 않아. 대신 듣고 따라하겠어. 상대의 말을 복사하는 게 아니잖아, 나를 통과해, 반사해, 비치며 더 크게 멀리 공간을 어루만지며 잦아들잖아, 내가 품은 공간에 따라 얼마든 상대의 말이, 그 파장과 진폭, 울림, 음색이 변하기도 하잖아,
너처럼 나는 목소리로만 남아서 집이 되고 싶다. 너처럼,
ps . 근데 네가 좋아했던 그 사람 별로란 거 아니?
자기에게 푹 빠져가지고 말야, 그림자만 보다가 진짜를 놓치잖아,
그래도 참 사랑이란 게 ,, 함부로 쏜 화살이라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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