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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체온을 올리면

찜질방에 가본 적이 없다. 
텔레비전에서 보긴 했다. 수건으로 양머리하고 앉아 식혜며, 구운 달걀 먹는다는데 한번도 가본 적 없다. 
삼삼 오오 모여서, 수다 떨면서 누워 뭔가 끊임없이 먹고, 시간 보내는 거 나랑 맞지 않는다. 
 
지인이 면역 공방 가자셔서, 만사 제치고 갔다.
찾아 보니, 찜질방 비슷하게 생겼지만, 여북하면  싶어서 일정 다 바꾸면서 갔다. 
 
명동 정화 예술 학교 부근이다.  길치인 내게 유럽 호텔의 콜보이 차림의 지긋한 분이 가르켜주셨다. 
외진 곳이라 좀 두렵다. 만일 외국에서였다면 얼씬도 하지 않을 곳이다. 
어둑신하고 곰팡내, 카펫 묵은 내 나는 계단을 내려가서, 오른쪽, 다시 왼쪽 다시 꺾어서 오른쪽으로 내려가,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간다. 
화교와 동남아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분이 카운터에 계신다. 예약자 성함을 알려주니  반색하며 자리를 안내해주신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와 천연 암석으로 온열 찜질하는 곳에 들어가, 모래시계를 세우란다. 한번이 5분, 
모래시계가 한번 내려올 동안, 앞면,
모래 시계가 2번 내려올 동안 뒷면을 지지란다. 
그리고 나와서, 좀 쉬고, 
그러길 여러번 반복 하라신다. 
 
모래시계를 쓴다는 게 좋았다ㅏ. 
나는 공중 목욕탕을 가본지. 30년 가까이 되고, 
찜질방은 물론이요, 온천도 거의 가본적이 없다. 
그럼에도 모래가 다 빠져 내려올 만큼 기다리는 것이 좋았다. 
 
 
아랫배가 따뜻해지고, 
특히 다쳤던 무릎이 뜨끈해지고, 
 
전설 속의 그 동물이 된 거 같다. 어디선가 물리고, 굴러 떨어져 다친 여우, 늑대가, 온천 찾아서, 뜨끈한 바위에 몸 기대고 온천물에 담그더니, 며칠 만에 멀쩡해지는 이야기 말이다. 
 
그동안의 멍, 생채기, 상흔들이 열과 함께 흐려져간다. 지치고 다쳐서 홀로인 한마리 동물이 되었다. 
 
노곤해지면서, 
뱃속의 익균들이 힘을 받아 몸 속을 마구 활개치고 싸돌아 다니는 것 같다. 
 
땀이 마구 나고, 
혼곤해진다. 
 
이번에는 아주 뜨거운 데로 옮겼더니, 초대해준 분이  찾아오셨다. 
그동안 더 여위셨다. 마음이 아프다. 한방 양방 백방으로 수소문해봐도, 이유는 물론 치료책을 못찾으셨단다. 
하루 1시간 자면, 다행이시라는데, 그게 벌써 5년째다. 
 
한동안, 하루 2-3시간 밖에 못자던 때가 있었다. 나도, 아주 짧은 기간이었는데도, 힘들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신경이 날카로워졌고 극단적이고도, 나쁜 생각으로 가득했었다. 
그런 상태로, 5년을 혼자 버티셨다. 나라면, 어림없는 일이다. 
 
몸이 뜨거워지면, 면역력이 올라가서, 건강이 좋아진다고 한다. 
선생님과 누워서 수덕사, 수덕사의 대추차, 이응로, 이응로 본처가 하던 "수덕 여관" , 그녀의 정갈한 밥상, 예산이란 고장을 한참 이야기했다. 
 
 
음이온을 뿜어내는 파동석위에 누워 모래 시계를 보면서, 
나도 햇살이 되어야지. 나도 뜨거운 사람이 될 거야. 그들의 체온을 올려줘야지. 
 
 
심장과 피를 뜨겁게 해줘야지. 
 
 장례 미사나, 뭐 요양원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오니, 몸이 가볍고 개운하다. 날아갈 거 같다. 
 
어서 집 가서, 이불 잘 덮고 푹 자야지. 
나는 행복한 사람, 
나는 다복한 사람. 
체온이 올라가서 말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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