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뉴욕에 갔을 때 센트럴 파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크기나 조경 등이 매혹적이어서가 아니다. 쌍둥이처럼 닮은 애완동물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로 붐볐기 때문이다.
주인과 얼굴이 똑같은 강아지들끼리 서로 냄새를 맡으며 관심을 보이면 그 주인들 역시 만면에 웃음을 띄고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서울은 그 때와 꼭같은 풍경이다.
월드컵 공원, 한강공원이 지척이면서도, 못 갈 정도로 반려 동물의 지분이 커졌다.
사실 나는 동물에 그렇게 막대한 돈과 시간과 정성을 쏟아 붓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 .
특히 길고양이들을 돌보지 않으면 인간 실격이라도 되는 듯, 비난하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
일단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또한 한 생명체를 삶으로 들였을 때의 막중한 책임감, 자유의 제한 , 경제적 부담 등으로 동물을 키울 마음이 전혀 없다.
반려 동물과 사는 친구들은 마치 첫 사랑에 빠진 것처럼, 처음 아이를 낳은 엄마처럼, 웃으며 자기"새끼"를 자랑하면서도, 나더러 말린다.
해야 할 일은 얼마나 늘어나고,
부대 비용은 또 예상외로 얼마나 많은지.
여행은 물론 외출도, 불가능할 정도로, 굴레가 쓰인다며
어떠한 이유에서건 사별하면, 그 상실을 견디기 힘들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랑스러움, 그 절대적인 신뢰와, 믿음, 아주 작은데서 만족할 줄 아는 것, 그 존재만으로도 마냥 행복하고 기다려지는 것, 상대에게 아무것도 바라거나 요구하지 않는 것(간식은 바라잖아 ㅎㅎ)
등등 반려 동물을 사랑하는 이유는 넘쳐난다고 한다.
그렇군요. 우린 같은 종족으로부터 얼마나 사랑에 굶주려 있는지, 우리가 동종으로부터 갈구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헤아릴 수 있다. 반려 동물 문화를 들여다보면,
조건 없는 사랑, 무한의 신뢰, 기대하지 말 것, 존재 자체로 사랑할 것, 아주 작은 것으로 행복하고 만족하기. 절대적인 복종과 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보기. 죽음과도 같은 기다림과 뛸 듯 환대하기, 무조건적인 수용, 무구한 마음.....
"반려"란 단어를 찾아보니 "짝"이란 뜻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남자와 여자도 다른 종족이라 여겨질 만큼 다르다. 사람과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사람과 동물 만큼이나 멀고 먼 종족이기도 하다. 동시에 같은 동물이다.
내 가진 모든 것을 다 주고서라도, 상실까지도 두려워않는 마음이어야. "반려"를 얻을 수 있을런지.
한 생명체가 얼만큼 사랑스럽고, 얼만큼 날 믿고 아끼며 지지하는지 깊이깊이 느끼려면,...
내 반려도 자신의 "반려"을 "반려"하고픈 마음이 들었다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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