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 말을 걸겠지.
언제쯤일까 언제쯤일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붙여오겠지
시간은 자꾸 가는데
집에는 다 와가는데
왜 이렇게 망설일까,
나는 기다리는데,
뒤돌아보고 싶지만
손짓도 하고 싶지만
조금만 더, 조금만 기다려봐야지.
한번쯤 말을 걸겠지.
언제쯤일가, 언제쯤일까,
겁먹은 얼굴로 뒤를 돌아보겠지
시간은 자꾸가는데 집에는 다왔을텐데
왜 이렇게 앞만보며 남의 애를 태우나,
말한번 붙여봤으면
손 한번 잡아봤으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천천히 걸었으면,
24번째 결혼 기념일에 송창식의 "한번쯤"을 들었다. 송창식, 함춘호 듀엣 연주, 김광석 버전 으로, "한번쯤"을 열번쯤 들었다. ㅎㅎ
전날 남편이 출장가는 바람에 현우랑 둘이서, 워커힐가려 했다, 아차산에서 봄이 오는 한강 보면서, .맛있는 거 먹어야지.
새벽 첫비행기로, 출장갔던 남편이 마지막 기차로 돌아온다는 전화 받고 부랴부랴 장을 보러갔다. ,
스테이크용 연어, 싱싱한 굴, 샐러드용 생야채. 질 좋은 소고기들 잔뜩 샀다.
굴전을 부치면서, 결혼 기념일 아침을 준비한다.
육수를 내야지. 밴댕이, 훈제 멸치, 죽방 멸치, 다시마, 무, 양파를 넣고 밤새 우린다.
명동 성당서 받은 떡국떡도 불리고,
달고 향기로운 육수에 떡국 떡, 만두, 새우, 굴, 표고를 넣고, 떡국을 끓였다. 24살 먹었으니까 ㅎㅎ
깨를 절구에 갈고, 김을 구워 고명으로 얹었다.
커피를 새로 내려 마시고, 남편은 출근,
빈둥거리다가 ㅎ 또 다시 장을 보러갔다. 아이스크림, 치즈, 과자까지 골고루 산다.
며칠 전 끼안티의 공작 그려진 와인을 파는 걸 분명히 봤는데 그새 사라져버렸다. ㅠㅠ 밤에 또 가도 없더라, ㅠㅠ
일을 끝내고 밤에 다시 장봐서 집오니 10시 30분, 11시 20분에 온다는 아이에게 "햇반"을 먹이려고, 쌀을 씻어 불리며 와인을 반 잔 따라 마시면서 일한다.
낮에 양념해 둔 소고기를 실온에 두고
샐러드용 야채를 개비한다. 양상치를 씻어서 물빼고, 찢어올리고, 파프리카를 썰고, 샤인 머스킷과 치즈를 올린다. 드레싱은 감귤식초
암닭이 처음 낳은 초란으로 달걀 말이를 한다. 초란은 작지만 단단하고 신선하며 향기롭다. 우리 아이처럼,
김치를 새로 꺼내고,
갓 지은 흰 쌀밥 냄새가 온 집 안에에 가득하다. 불을 올리고 팬을 달군 후 아낌없이 버터를 올려 소고기를 굽는다.
그의 성격과 외모를 꼭 닮은 아기는 ㅎ 볼이 미어지게 먹는다.
그 사이에 굴전을 후라이팬에 부친다.
아가는 선정릉역에서 사왔다는 맥주 3병을 냉장고에 넣고, 편지를 쓰려다, 어버이 날에 다시 쓰는게 귀찮으셨다고, ㅎㅎ
드디어 내 짝이 온다. 셋이서 부둥켜 안고, 연방 잔을 부딪히고, 입 안 가득 음식 넣고 씹어 먹으며 이야기를 한다.
지난 날과 오늘 날과, 앞 날에 대해서,
너와 나와 우리에 대해서,
나는 요리하면서, 이미 와인을 반 잔 마셨기에 ㅠㅠ 현우가 사온 그 맛있는 맥주를 한 잔 겨우 마시기도 전에 쓰러져서 잠들고,
남편과 현우는 3시까지. 이야기 나눴단다.
일어나니 숙취로 머리가 무겁다.
그러나, 완벽하게 행복했다.
서로, 눈 마주치고, 잔을 부딪고, 손을 맞잡고 이야기를 나누던 그 시간이 비현실적일 정도로, 그냥 충분했다.
온전히 다 누렸다.
한번쯤 말을 걸겠지. 언제쯤일까,
내게 말을 걸어왔고,
내게 말을 걸어왔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겁먹은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제게 이런 축복과 사랑, 행운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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