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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es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 위에서 아래로 넘는다. "누구나의 일생"

마스다 미리의 만화

코로나 시절이야기이다. 

그때도 난 일생일대 기회일거라 생각했다.

늙어가는 지금도 대단한 기회일거라 믿는다.

지구상에 세균이 번져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외출 금지에 비행기마저 발이 묶여서 어딘가로 가면 2주간 격리했다가 일보고 다시 귀국해서 또 2주간 격리해야 했던 

여행은 꿈도 꿀 수 없고, 외식이며, 모임 모두가 제한되었던 시절, 

그 당시 우리 모두 집에 갇혀  먹고, 일하고 자느라, 살이 포동포동 올랐다. 

배민같은 온라인 시장이 급 성장하고, 

학교가 급속하게  권위를 잃기 시작했다. 

 QR 코드로 우리의 동선이   다 추적되고, 

우리의 공공의료가 빛을 발하기도 했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메가 폴리스가 생길 때마다 이런 대재앙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마스크를 써야 하고, 손소독제를 짓무르도록 쓰면서 거리두기가 당연했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언젠가 마스크를 벗고 다닐 수 있기를, 친구들을 자유롭게 만나서, 밥 먹고 여행 다닐 수 있기를, 예전처럼 손잡고 안고, 입맞출 수 있기를 기원했었더랬다. 

 

 

그 날이 왔다. 그런데 또 다 잊었다. 

인간은 얼마나 잘 잊는가, 

 

쓰유쿠사 나쓰코란 만화가의 이야기다. 

도넛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밤에는 화과자 가게의 하루코란 만화를 연재한다. 

그러니까 주경야독, 내가 꿈꾸던 삶이다. 

홀아버지와 산다. 어떤 이유에선가 집에 갇혀살던 나스코가, 갑옷으로 멜빵 바지를 입고 세상으로 한발자욱씩 나간다. 도넛처럼 제로인 자기 삶을 살며 그림그리다 죽는다. 

 

2번 보고서야 줄거리를 겨우 이해했다. 

죽을 때까지 좋아하는 마음, 그 마음을 전하고 싶어 그림을 그리다 죽는다. 

 

마스다 미리 만화를 보면서 허들을 하나 넘은 셈이다. 

 

그러니까, 일본 책이라서일까 일본 만화라서일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책장을 넘긴다. 

세로로 그러니까, 위에서 아래로 봐야 한다. 

 

우리 책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책장을 넘겨야 하고, 

가로로, 그러니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글을 읽어야 하는데, 

 

마스다 미리의 만화는 그렇지 않았다. 

 

사춘기 때 충분히 많은 책을 읽지 못한 이유는 도저히 세로로 쓰인 글을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책장을 넘기는 게 어색했기 때문이다.

그런 책들은 다 피했다. 

 

그 허들을 50넘어서 뛰어넘었다. 

갑자기 순해지고 선해진다. 

 

자신감이 생기면서, 미리 마음의 빗장, 허들 같은 거 다 내려놔도 된다 얼마든 괜찮구나 싶어졌다. 

 

 

살아남은 나 역시 멜빵 바지를 갑옷처럼 입고, 제로부터 시작해야지. 좋아하는 마음을 죽을 때까지 전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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