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헨리 8세와 천일의 앤, 앤 블린의 딸 엘리자베스 1세가 그려진. norton Anthology of English Literature를 들고 다녔다.
영어 영문학과의 교과서였다.
습자지 처럼 얇은 종이가 수백장 엮인 아주 두툼한 책이었다.
과 친구들은 마분지처럼 두툼한 종이로 박스를 만들어 싸서 들고 다녔다.
그 두꺼운 책을 품에 안고 학교를 오가며 으쓱했더랬다.
이화 대학 영어 영문학과 학생이란 건 엄청난 자부심이었으니까,
그 책 표지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상화가 그려졌다.
철의 여인, 엘리자베스 여왕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무적함대를 물리친 군주,
그녀는 왼쪽을 바라보며 허리를 잔뜩 죄고, 턱 끝까지 바짝 올리고, 팔과 어깨를 과장해 부풀린 채, 갖가지, 보석과, 모피로, 벨벳으로 호화를 극한, 드레스를 입었다. 왕홀을 쥐고, 왕관과 타이라까지 쓴 그녀는 창백한 낯빛이었다.
서울 대학 고고미술사학과 친구는 잰슨의 History of Art란 무시무시 두꺼운 책을 들고 다녔다.
그 책 표지는 산드로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였다. 첫 초록 이란 뜻이란다. 그러니까 봄이란 뜻이란다.
대학에서 인문학의 자리가 줄어든지 오래다.
최근 덕성 여자 대학교에서 불어 불문학과와 독어독문학과를 없애기로 했단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만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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