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김광진의 노래를 처음 들었다. "진심"
진심 ㅎ가사가 좋았다.
나는 가사만 듣는 사람이니까,
물론, 그 전에도 김광진은 대단한 가수였다. 마법의 성, 여우야 등으로 연타석 홈런을 친 대단한 타자였으니까,
"처음 느낌 그대로" "사랑의 서약"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 "덩크슛" 등 그가 작사 작곡한 곡들도 무수했다. 그러니까, 안타, 대타, 도루도 뛰어난 타자였다. ㅎㅎ
그리고 그는 삼미 수퍼스타부터 시작해서, 키움까지 엄청난 인천 야구프로팀 팬이란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경기장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ㅎ
내 귀에 그가 들어온 것은 "진심"이 처음이었다.
그 때는 가끔 노래방 가서 노래하기도 했으니까, 난 늘 "진심"을 불렀다.
그 곡은 진심을 다하되 가벼워야 한다.
내 노래가 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그냥 내 식으로 불러도 괜찮다.
뭐 어때, 김광진의 노래지만, 지금 내가 부르니까, 나대로 부른다는데. 뭐
김광진의 모든 노래가 그렇다. 무위하고 무심해야 한다. 힘차고 뜨겁지만, 결코 흘러서도, 넘쳐서도 안된다.
그가 미국 유학 다녀왔다는 것도, 여의도 증권가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한다는 것도,
"딴따라" 답지 않아서, 좋았다.
뭔가 뻘쭘한 태도로 덤덤하게 노래하는 모습도
"딴따라"답지 않아서 좋았다.
그가 취직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가장으로 열심히 일하는 동안, 나도 그를 잊고 살았다.
2014년 20주년 앨범 "우리에겐"이 나왔고, 연세 대학교에서 공연을 했다.
"우리에겐"을 들으며 그해를 보냈다. "눈이 와요"를 들으며 그 해를 보냈다.
노천극장에서의 공연을 가지 못했다.
이제 다시 그를 못볼 거라 체념했다.
"우리에겐"은 전주부터 남달랐다. 클래식보다 더 클래식 같았다. ㅎ
아주 묵직하고 커다란 문을 겨우 열고 들어간다. 천장의 스태인드 글래스를 통과한 빛이 쏟아진다.
천고가 높은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면서 시간이 멈추고, 그 빛 속에 천천히 먼지가 떠돈다.
그 빛 아래 누군가와 서서 듣는 음악이었다.
아니, 혼자서, 듣지만 그 누군가와 함께라는 노래였다.
"우리에겐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남은 걸까,"
30주년 기념 공연은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열렸다.
86학번 과 선배가 그의 아내라고 들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서툰 이별"과, "아는지"가 들렸다.
그리고 박용준의 말이 들렸다.
그는 잠을 못자거나, 마음이 아픈 사람을 달래주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 곡으로 그는 "마법의 성"을 불렀다.
날아가도 놀라지 말아요~~ 라고 그가 노래할 때 객석의 우리들은 종이 비행기를 날렸다.
날아가도 놀라지 말아요 라고 서로에게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
날아가도 놀라지 말아요~~
내가 날아갈 수 있을까,
#김광진#더클래식#이화여대삼성홀#마법의성#이대영문과#허승경
'pamphle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간의 결정-까르띠에 (0) | 2024.05.16 |
---|---|
갤러리 현대, 김창열 전 (0) | 2024.05.12 |
붓다와 소성 전-임상진 (0) | 2024.05.05 |
고도를 기다리며 (0) | 2024.04.30 |
이정윤, 김주원 the one (0) | 2024.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