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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요리가 집밥으로 빛나는 순간

윤지영 아나운서의 요리책이다.

 

난 누군가와  친해지려면, 입맛도 중요하다고 본다. 

일단 그녀와 나의 입맛이 얼마나 비슷한가 알고 싶었다.

맛집 리스트가 비슷하면 그가 무슨 말을 한대도 무턱대고 믿음이 가니까, ㅎㅎ

반대로 상대가 추천한 곳이 내겐 그렇지 않으면 곤란하다. 

한데 자신의 입맛이 절대미각인 양, 상대에게 강요하면 더더욱 곤란하다. 

 

그녀의 소개로 원더풀 샤브샤브에서 매운 게 튀김와 오징어 입 튀김을 맛있게 먹고, 공심채 볶음까지 접시 바닥까지 닦아먹었더랬지. ㅎ

 

소금지방 산 열 이후 오랫만에 요리책을 봤다. 

일단 한접시 요리에, 간단하지만 보기 좋은 요리들이 많았다. 맛은 아직 다 보지 못했기에 

거의 모든 요리가 유명 식당의 시그니처같으면서도 ,친숙한 재료에 해볼만 했다. 

 

사실 한식이란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가, 

쌀을 씻어 밥을 짓고, 국이나 찌게를 끓여야 한다. 

밑국물을 내고, 맞춤한 재료를 넣어 간을 잘 맞춰야 한다. 그런데, 그 간이란 것이. 내겐, 간처럼 어렵다. 

내 입에는 더할 나위없이 맛있는데 우리 가족들은 겨우 한 술 뜨고 마니까 ㅠㅠ

김치가 있어야 하고, 반찬도 몇 가지 필요하다. 

나물 종류라면, 다듬어서 삶고 데치고, 양념해서, ......

생선은 굽고, 고기는 양념하고, 

 

지금 우리 식생활 역시 많이 바뀌었다. 

탄수화물을 가능한 적게 섭취하고, 과일도 멀리하며

신선한 야채를 많이 먹고, 단백질을 챙겨먹어야 한단다. 

 

우리집에선 , 재료 본연의 맛과 질감을 살리기 위해 설탕이나 소금 같은 양념은 최소로 했다. 

속이 탈날 리 없고, 결코 살 찔 수 없는 밍숭밍숭 건조한 밥이다. 내가 한 밥은, 

그러다보니 외식을 하게 되면 잠들기 전까지 내내 물을 들이키고  다음날 아침에는 얼굴이 퉁퉁 붓고 몸무게는 2키로 정도 늘어나있고, 

 

그녀를 믿고, 이것저것 양념을 샀다. 이렇게 양념을 여러가지 사본 것도 아주 오랫만이다. 

윤지영 아나운서가 쓴대로 양념을 사서 넣어봤다. 

마늘가루, 생강 가루, 연두, 핑크 페퍼, 굴소스, 피시 소스, 알룰로스, 아가베 시럽, 트러플 오일,  XO소스, 두반장 , 파프리카 가루, 페파론치노 등등, 

그랬더니, 음식이 단박 화려해지면서, 입안, 식도를 통해 위에 내려가서도, 존재감이 뚜렷하다. 재료에 염색이라도 한 듯하다. 아하, 양념이 이런 역할 을 하는 구나, 

내가 즐겨썼던 양념은 , 간장, 소금, 들기름, 깨소금, 각종 청들, 고추장, 된장, 고추가루 정도였는데... 

나는 재료 본디의 맛을 살려 줄 정도로, 아주 최소한의 양념을 한 음식을 최고로 친다. 

탁발처럼, 도구나 그릇도 극도로 절제해왔다. 

 

한데 그녀의 요리책을 보다보니, 세상이 바뀌었구나 싶다. 

국가간의 경계가 점점 사라져 가는 것 같다. 이탈리아, 프랑스, 태국, 일본, 중국, 

나라마다 고유한 짠맛 단맛 신맛, 매운맛이 있고, 맛을 본 후, 대체할 것은 얼마든지 대체 가능하고, 

서로 어울리게 섞을 것, 짜고 달고 신 맛을 3.2 1 정도의 비율로 섞되 입맛에 따라 가감할 것

그것이 샐러드의 요체이고, 가르파초, 세비체 다 마찬가지다. 그것을 가리키는 이름만 다를 뿐이다. 

 

면 요리도 마찬가지다. 국물이 있는가, 비벼서 먹을 것인가, 결정한 후 원리는 같다. 

면을 삶고, 부 재료에 버무릴 것, 맵거나, 달짝짭조름하게, 

곁들임 반찬도 그렇다. 

짠맛과 단 맛의 조합을 찾아내서 계속 자신의 입맛에 맞게 바꾸어 가야 한다고 한다. 

 

파에야는 볶음밥, 굴라쉬와 라따뚜이는 카레라이스, 

코코뱅, 비프 스트로가노프는 갈비찜, 그렇게 묶어볼 용기도 생겼다. 

 

프랑스 정찬, 이탈리아 정통 그런 말만으로도 기가 죽고, 레서피 재료가 하나라도 빠지면 안될 것만 같았는데, 

그렇지 않다고 

겁내지 말라고

걱정 말라고 

괜찮다고 말한다. 

 

요리 유튜버가 그렇게도 많은데, 여전히 요리책이 나오는 이유를 생각해본다. 

유튜브 한달 구독료가,9900원인데 이책만해도 26000원이다. 

여전히 요리책은 출간된다, 어째서일까, 

책을 읽는 기억이 남아서일까, 

멈출 수 있어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