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뜨거웠다.
한여름같았다.
뭉크의 자화상, 어둠 속에 두상만 떠있는 줄 알았는데, 아래에 팔도 아닌 팔뼈가 나란했다.
나란히 나란히.
전시회에는 판화가 많았다.
입을 지워버리거나, 손을 뭉툭하게 그리는 대신 눈은 훨씬 풍요로웠다.
여인에게 많이 차였나보다.
병과 죽음이 평생 그를 따라다녔다 보다.
북유럽이니, 나무가 흔했을 테고, 나무를 조각칼로 파내서, 판화를 그렸나보다.
그림 속에서 소리가 들렸다.
나도 글 속에서 소리가 들리기를 꿈꿨다.
판화를 찍은 후 조금씩 다르게 채색하고 주제가 반복되는 것 오사 게렌발의 그래픽 노블이 기억났다. .
판화보다 그림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액자였다.
어떻게 저리도 맞춤한 틀을 골라냈을까,
비명 혹은 절규는 너무 작아서 꺄악, 비명 지를 뻔했다. ㅎㅎ
숲을 향해서- 남편과 나를 이야기하고
아들-ㅎㅎ 뼈때리지만 유머 넘치는 그림, 한 아이를 둘러싼 온 가족들의 모습,
액자는 어찌 이리 동양적이라 마음 아리는지.
이 물 빛, 얼음 빛, 혹은 햇빛을
금이 가기 시작한 이 빛들을
다리 위에서,
모짜르트 502, 테라스에 앉아서, 와인 한병 다 마시고 차가운 파스타 먹고, 실컷 수다 떨었다.
부동산, 주식 이야기는 연예인 소문 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여전히 뒷맛이 쓰다.
아마 내가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해서 이럴거야,
아마 음식 양이 적어서 배가 고프기 때문일꺼야.
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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