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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soul-만유인력의 법칙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는 엄청난 짐 앞에서 외쳤다. " Spark or throw away"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란 한마디로  그녀는 엄청나게 유명해졌다. 곧 그녀는 수없이 많은 물건들을 팔아댔다고 한다. 

"설레이는가, 그럼 당길게" 영화  Soul에서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spark는  불꽃으로 번역되었으나 난 "설레임"으로 쓰고 싶다. "심쿵"도 좋다. 

 

한 soul이 진실로 jazz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보여준다.

난 soul 은 아니지만 서울에 살고 있고 소위 막귀라 Jazz가 어떤 매력인지도 잘 모른다. 

jazz에 한번 끌리면 헤어날 길이 없다고 들었다. 

 

한데 요즘  홍길동전, 전우치전, 박씨 부인전 등을 읽고 있다. 어찌된 일인지. 보게 되는 영화 역시, Inside out,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Wonderland 라, 뭔가 예사롭지 않다. 

 

만유인력의 법칙이란 건가, 그러니까, 관심있는 것, 보고 싶은 것, 비슷한 것들만 당겨오고 있단 말인가? 

 

픽사 애니메이션 Soul 역시  만유인력의 법칙을 말한다. 주인공 Joe Gardener는 온 세상이 재즈 음악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는 염원했던 도로시 윌리엄스와 공연할 기회를 앞두고  그만 맨홀에 빠져 죽는다. 저승에 와서도  Great beyond를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는 Great before로 가서 호시 탐탐 이승으로 오고자 한다. Great before는 세상에 태어나기 전의 영혼들이 머무는 곳이다. 멘토들을 만나 spark 를 얻어야 비로소 지구로 갈 수 있다.   어떤 멘토를 만나도  무엇을 해도   spark 한 번 인 적이 없는  22와  조는 스파크 사냥에 나선다. 둘이 함께 한 어떤 시도도 소용없다. 그 대신 예술가 혹은  무속인들의 무아지경 덕분에 그들은  지상으로 돌아온다. 다만, 22는 조의 몸으로, 조는 고양이로 변신한 채로. 

이 모든 것들은 다 우연이다. 조의 죽음, 22의 멘토가 될 기회, Great before로 떨어지게 된 계기, 그 모든 것이 우주 섭리의 실수 혹은 빈 틈 덕분이다. 어떤 구멍으로 떨어지며, 어떤 구멍으로 당겨지며 벌어진다. 

 

Joe의 몸을 한 22는  조의 뇌에 입력된 대로로 설렌다.  그러다 차츰, 피자 한쪽,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과 바람, 코니의 트럼본 소리, 데즈와의 대화, 조의 피아노 소리,  등을 경험하며 설레임을 맛본다.

 반면, 꿈에도 그리던 도로시 윌리엄즈의 콰르텟에 합류한 Joe는 행복하기보다 오히려 허무하다. 그러다,   Joe에 빙의된 22를 지켜보면서  Joe 역시  다른 설레임들을 느끼기 시작한다. 

 

다른 불꽃을 끌어당기게 된 Joe는   예술을 매개로 다시  lost soul이 사는 사막으로 건너간다.  22를 찾아내서 spark pass를 건네주고 이승으로 배웅나간다. 기꺼이  다시 Great beyond로 떠나려는 순간 카운슬러 제리의 도움으로 조는 다시 인간계로 돌아온다.  매 순간 충분히 누리며 살겠다 다짐하며 영화가 끝난다. 

 

몇 년전 상업적 맥락에서 metaverse라는 말이 유행했다. universe에 대척되는  multiverse와 비슷하다고 한다. 

그 때 나는 무슨 헛소리인가, 싶었다. 지상에 방 한칸을 찾으러 다니는 내게 그저그렇고 그런 소음 중 하나였다. 

 

그러나, 호부호형하지 못해 한맺힌 길동이, 글공부며 무술이며 뭐든 그저그렇지만, 정의롭고 장난기넘치는 우치, 얼굴 못생겼다고 박대당한 박씨 부인 역시  multiverse 속에서 살고, metaverse를 만들어내지 않았던가, 

"Coco"에서도 사후 세계를 그린 픽사는 "Soul"에서는  상하 좌우로  한층 더 중첩된 세계를 그렸다. 

지하, 지하철, 지상, 천상 그 중에서도 Great before, Great beyond, Astral planet. 잃어버린 영혼들이 사는 사막, 예술가들이 무아지경에 빠질 때의 초월적 공간 Transcendence  ..... 등장한다. Great before에 오래 머문 22의 공간 역시 층위가 다양하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겹쳐진 공간 사이에서, 

 음악은 Joe을 끌어당기고, 

Joe는 22를 끌어당기고

22는 지구를 끌어당기며 

지구는 생명을 , 삶을,  spark 를  끌어당긴다.

 

서로를 끌어당기면서, 우주를 지탱하는 힘은 Spark 다. 그 설레임은 꿈, 소명 의식, 목적같은 크고 대단한 것으로부터 나오는 것은 아니란다. 뭔가 엄청난 일을 하지 않아도 그냥 존재 자체만으로도 얼마든 설렐 수 있단다. 그냥 서로의 입장을 바꾸기만 해도, 친절한 말 한마디로도 서로를 당길 수 있고 지구도 끌어올 수 있단다. 

 

 병아리콩 혹은 정자, 난자처럼 생긴 ㅎㅎ 영혼들은 지구에 오기위해서, 반드시 생명 사이의  불꽃이 튀어야 한다.  어떤 식으로건  뜨겁게 타올라야 한다.

 

한데 태생적으로 타오르기를 거부하는 사람도 있다. 그게 부담스러운 영혼도 분명 있다. 불꽃에 데이는 종족도 분명 있다.

22가 흑화된 이유 역시  뭔가 대단해야만 한다는 부담감 아닐런지.   위인과 Joe의 불꽃에 자신만의 목소리가 묻혀버렸다. 실패, 베이글,  피자 조각, 낙엽만으로도 22는 충분하다. 

 

반면, 아주 뜨겁게 타올라, 영원히 지구에만 머물고픈  Joe같은 사람도 있다. 자신도 인생도 다 태워들어갈 듯 뜨거운 삶도 있다.

때로는 도약해서 차원을 넘나들어야 할때도 있다. 예술가들의 황홀경, 무인들의 위로와 기도 등은 우리가 세계를 마음껏 넘나들 틈을 준다. 

 

"Soul"은  죽음을, 생전 세계를 넘나들며 서로 밀었다가 당기기를 반복하며 지구로 다시 귀환하는 이야기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다시 보고, 스크립트를 찾아 읽고, 여러 해설을 보면서 겨우 이해했다. 그러니까, Jerry,  Terry와 의자에 앉아서 You seminar 를 몇 번이나 한 셈이다. 

나는 지구의 의자에 앉아서 "Soul"을 보면서 설렜다. 

 

#소울#soul#petedocter#pixar#곤도마리에#설레지않으면버려라#설레임#spark#만유인력의법칙#중력#끌어당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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