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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Challengers-루카 구아다디노

"I am love"로 루카 구아다디노를 처음 알게 되었다. 
찾아보니, 나랑 동갑이네, 이탈리아 친구군, 
틸다 스윈튼이 주연한 "I am love"를 보면서, 이탈리아 귀족마냥  호사를 누렸다.
가구, 의상, 인물, 조명, 풍광, 요리, 그림, 그 모든 것들이 인류의 유산마냥  최고였다. 
 
" call me by your name" 은 호평에 비해 그저그랬다. 
일단 우리나라로 치면 경북 봉화나 영양에 사는 소년이 방학 때 농활하러 온, 서울 강남의  연대 경영학과, 대학원생 형아를 사랑하게 된 이야기같은데 ㅎ 초등학생처럼 작고 마른 티모시 살라메가 너무 치명적인 척해서 좀 웃겼더랬다. 
그렇게 감상평 말했더니 그 영화의 팬들이 날 어찌나 한심하게 보던지. ㅎㅎ
 
햇살과 마음을 간질이는 바람, 꽃과 과일의 향이 화면 밖으로 나올 것만 같다. 
인생은 아름답고 풍요로우나 아주 짧으니, 마음껏 즐기라고 말하는 영화들이었다. 
 
내 오랜 꿈 중 하나가 테니스를 배우는 것이다. 
하얀 피케 셔츠에 하얀 치마 바지 입고서 공을, 상대를  응시하고 싶었다. 
테니스 라켓 외엔 어떤 장비도 필요없다는 것도, 경기 규칙도 마음에 들고,
 
오랫동안 살았던 시영 아파트는 아름드리 나무로도, 테니스 코트가 2개나 있어서도 귀했다.
바람에 잎을 뒤척이는 나무잎 사이로,야광 연두빛 공이 대기를휙휙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와 남편을 내보낸  여인들이 테니스 라켓 들고 꺄르르  웃으며 공 치다 집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해가 진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랠리가  끝없고 사이프러스 나무에서는 우수수 바람이 뒤챘다 .
그 사이로 세월이 흘렀다. 
 
 
어릴 적부터 존 매켄로, 앤드레아 아가시, 슈테판 그라피,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같은 테니스 전설들을 들었다.
마르티나 힝기스. 로저 페데러,  마리아 샤라포바같은 선수들은 아주 젊은 축에 속하고, 우리나라의 이형택과, 전미라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은 모두 큰 키에 건장한 체격, 긴 팔다리에 강건한 근육을 빛내며 코트를 채웠다.
그들은 모두 신이고, 여신이었다. 
나도 그들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었다.
몸 싸움 없이 정신력과 체력으로 상대와 맞서 구석구석 코트를 누빈다. 
숨소리마저 들리게 조용한 관객들 앞에서  모든 것을 다 쏟아 붓는다.
 
하나 더,
교복 자율화 시대, 제일 모직에서는 green age란 상표로 소녀를 ,  challenger 로는 소년들을  위한 옷을 내놓았다. 우리 집 형편으로는 도저히  green age를 입을 수 없었다. 초록색의 모직 자켓은 카라없이 가슴을 깊이 파고 그 안에 블라우스를 입었더랬다. 하의는 체크무늬 주름 치마였다 . 나도 그리 입고 싶었다. 간절하게 . 어쩌면 난 아직도 green age를  갈망하던, 소녀에서 웃자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 우리가 결혼한 것도,   그가 첫 만남에  challenger  옷을 입었기 때문같기도 하다. 
 
도전자를 남편으로 받아들여서, 고단했던가, ㅎㅎ 챔피언을 골랐어야 하는데, ㅎ
어쩌랴, 난 늘 챔피언보다 챌린저 편이었던걸, 
그것이 나의 기질이고, 취향이자 기후였던 걸, ㅎ
 
공중으로 분해해버린 우주선 이름도 챌린저 호였군, 기억을 더듬어보니. 
 
또한 내가 성장한 1900년대는 우리 모두 홍수완, 장정구, 김득구처럼, 챌린저였다. 
작고 마르고, 비루했지만, 눈빛만은 살아있던, 죽기 살기로 때리고 달리던 챌린저들이었다. 
 
그런데 영화의 챌린저들은 누구일까, 루카 구아다디노 감독의  타시 덩컨, 패트릭 츠바이크, 아트 도널드슨가 주인공인 "챌린저스"
감독은 성적 취향이 아주 중요한 사람 같다. 동성 연애를 모두에게 이해받고 싶어하며 공감받길 바라는 것 같다. 
양성애, 성적인 고정 관념에 대한 도전을 시종일관 지속해왔다. 
 이성애나, 기존의 결혼 제도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랠리를 벌이며 작품 세계를 지속해왔다. 
 
그의 영화는 저물어가는 햇살 속을 등지고 바라본 청춘의 이야기이다. 
젠다이아가 그렇게 이쁘다던데 나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가늘고 긴 몸매를 지녔다. 팔다리가 아주 길고 몸퉁이 가늘다.  그녀가 열연한 타시 던칸은  아주 흥미로웠다. 한번 더 보고 싶을 정도다. 
 유망한 테니스 선수로, 프로 전향 대신 명문학교에 진학하고,  철저하게 계획 ,통제하며 목표 지향적인 타시는 생명으로 터질 듯 했다. 
바람에 모든 것들이 다 날려가는 새벽 패트릭과 몰래 만난 타시의 표정을 놀라웠다. 
 
그녀는 미국식 성장 주의를 상징하는 걸로 보였고,  패트릭은 유럽식 쾌락주의처럼 보였다. 
아트는 그 사이의 어드멘가 처럼 보이고, 
 
반대로, 타시 입장에서는 남자들이 얼마나 한심할까, 
아무 생각없이 장난질과 여자에 마음이 뺏기기나 하는  남자들 말이다. 남편을 바라보는 여자의 현실적인 눈이 노골적으로 녹아 있어서 재미있었다. ㅎ
 
 왕년에 빛나던 주니어 선수였던,  패트릭은 무슨 사정이어서인지. 몰락한 프로 선수가 되어 잘 돈도 없이 노숙하거나, 매춘에 가까운 구걸을 하며 살아간다,  그에 비해 조금 떨어지던 아트는 타시 덩컨과 환상의 복식조를 이루어 승승장구하다 슬럼프를 이겨내기 위해 챌린저 대회에 출전하여 인생 일대의 경기를 벌이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미국과 유럽의 충돌처럼 보였다. 
혹은 요즘 한창 유행중인 MBTI , 즉  E vs I, S vs N, T vs F, P vs J 의 충돌도 읽혔다. 
물론, 이성애와 동성애도 겹친다. 
 
편집에 따라 아주 흔한 이야기도, 얼마든지, 엄청난 힘으로 관객을 때릴 수 있다고 말한다. 
누구에게나 테니스 코트는 같고, 
누구나 라켓 하나 들고 
네트 위로  서브와 리시브를 하지만, 
선수와 관객에 따라 매번 다른 경기이듯
 
영화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음악, 편집, 조명, 촬영으로 "얼음"과 "불"처럼 도전할 수 있다고 한다. 
 
내게도 말한다. 
어떤 조건, 환경, 제약이 있어도, 얼마든지  줄기차게 가열차게 challenge Change 가능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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