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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더랜드

여고 괴담을 보지 못했다.

가족의 탄생은 인상적이었고, 만추는 여러번 봤다. 

저런 사슴같은 눈을 하고서 저런 작품들을 만들어내다니, 과연 탕웨이랑 결혼할 만하다 싶었다. 

 

이안 감독의 색계도, 

김태용 감독의 만추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서도, 탕웨이는 캐주얼하면서도, 내밀한 동양미를 갖고 있었다.

 

공리처럼 농염하거나

장만옥처럼 퇴폐적이지도

이영애처럼, 이지적이거나 우아하지 않았다. 

 

그러고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탕웨이가 김태용 감독과 함께 돌아왔다. 무려 박보검, 수지, 공유, 정유미, 최우식,김성령 같은 배우들을 조연으로 한 "원더랜드"로 돌아왔다. 

 

수지는 건축학 개론에서, 국민 첫사랑이 되었다. 

박보검은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인상깊게 봤지만, 내 취향이 아니었다. 일타강사 현우진이. 박보검더러 한 눈에 반했다고 하길래 그런가 보다했다. 현우진의 입담은 과연 놀라워 절대로 잊을 수가 없다.  TV에서 이소라가 노래부르는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자신이다 싶었단다. 단 4분 만에 그  모든 것을 그냥 납득케 하는  노래에 비하면 자신의 일이 얼마나 초라한가 싶었단다.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도 빛나는 박보검을 보며 그냥 타고난 배우여서 혹했다고 했다. 그는 그러니까, 안목이 있다. 모든 시간과 정열을 자신을 갈고 닦는 데 쓴 이의 눈은 놀랍다. 

 

 박보검은 아주 어둡고 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코끝이 피노키오의 코처럼 쪼개져 있었고, 그건 수지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저런 코를 본 적이 없다. 그냥 높고 뾰족한 코가 아니었다. 그냥 신이 빚은 코였다. 박보검이 희고 고른 치아를 드러내며 웃을 때 사람들은 열광했겠지만, 나는 그가 그늘진 어디론가 가버린 얼굴일 때  보였다. 수지 역시, 이제 서른이라서일까, 얼굴에 슬픔과 피로가 보였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좋아해본 적이 없다. 앞으로는 바뀔지 모르겠으나.

 

 "너를 만나다" 란 서비스가 있었다. 죽은 딸을 화면으로 복원시켜 만나는 프로그램이 큰 화제였다. 

영상 통화 서비스, 원더 랜드, 죽음을 준비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원한다면 언제든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이다. 직원인 정유미도, 이용하고 있었다. 

현우 어릴 적 샌드 아트 보러 다니기도 했는데, 그걸 연상시키는 장면도 나오고, 

우주인의 유영

희미하고 푸른 점 지구, 

아바타에서의 생명의 나무, 

매드 맥스, 

섹스 앤드 시티 아부다비에서의 조우 

등등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들이 참 많았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들을 다 뒤섞구나 싶었다. 

 

내가 요즘 본 영화가 soul, inside out,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였다. 

내가 요즘 보는 책이 홍길동전, 전우치전이었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 이것이 어떤 시대의 흐름이고 정신일까, 

며칠 전 선재 결혼식 갔다가 옆자리에서 같이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 분이 그랬다. 결단을 내리고 결단대로 살아가야 한다고, 그는 신을 중심으로 한 삶을 이야기했고, 나는 삶에 여러 층위가 있고, 상하, 좌우 그것이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다고 대답했다. 

 

나와 잘 맞는 유머 감각을 만나는 일이란 언제나 즐겁다. 감독의 유머감각이 짜릿했다. 

 

손자 진구를 보려 서비스에 가입한 할머니,  여러  아이템을 마구 사주다 보니 점점 버릇없어지는 손자에게 결국 할머니의 죽음을 알리며 서비스 끊을 때

도저히 멀티 버스 속 딸을 받아들이지 못해 서비스를 중단하려는 어머니. 

 

딸의 찾기 위해 데이터가 방어막을 뚫고서, 나오려다 통신 교란되어, 태수가 타전받고서 지아를 구해내는 것,

바이리가, 딸에게 엄마의 죽음을 말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곁에 있겠다고 말하는 것, 

 

혼자서 아주 오랫동안 여행하러 공항에서 성준과 헤어지는 것... 

 

따뜻한 기술의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영화였다. 원더랜드는, 

고고학자가 되어 생명의 나무를 찾으러 떠나는 

 

 

나도, 5년전 공항에 갔었다. 코로나로, 우주 정거장처럼 텅빈 인천 공항에 그를 만나러 갔다. 미래 세계에 온 것마냥 텅빈 공항에 셔틀 버스가 모노레일을 날아가듯 움직이고 운전 기사와 나 밖에 아무도 없었다. 창밖은 비현실적으로 고요했다.  그리고 난 이미 죽었다. 그때..... 

 

그렇지만, 난 지금 살아있다. 내 세포 중 하나, 아니, 조직의 일부가 사라져버렸을 뿐이다. 

 

한 과학자가, AI에게 교육을 시킨 후, 한국인으로 만들어 주민등록 번호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감소가 심각해서 한국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야단인  2024년에 그렇게 말했다. 늙어가며 쪼그라드는  국민들이  살만한 나라가 되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는 내 생각이다.  따뜻한 기술이건 그 무엇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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