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미친 사춘기 중인  자녀로 마음 고생 심한 엄마에게 추천한다.

착하지만, 무능한 남편이 징글징글한 중년 여성에게 추천한다.

그닥 애틋하지도 않으면서  말년에 큰 짐이 되버린  부모를 모신  자식에게 추천한다.

나아질 기미라곤 없이 점점 더 나빠져가는 경기로 미칠 것 같은 자영업자에게 추천한다.

진상만 몇 년째 대풍년이지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물 설고 말 선 나라에서 겨우겨우 먹고 사는데 세금으로 등골이 부러질 것만 같은 이민자에게 추천한다. 

징그럽게 독하고 신물나게 억압적이며 몸서리치도록 정많은 부모 때문에 죽고 싶은 자식에게 추천한다. 

 

아니, 모든 것, 어디든, 언제든 추천한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니까, 

 

Daniels 두 감독은 ubiqutous를  영화로  낳았다. 

실은  내가 관심없는 , 일부는 싫어하는 그 모든 것을 다 섞여있다. 

홍콩, 무술, 양자경, 세탁소, b급 감성, 멀티 버스, 시간이동, 세금, 동성애 등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nothing, nowhere들이  all at once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이다. 

홍콩, 무술, 세탁소(동양 이민자가 가장 많이 종사하는 업종이란다) 아시안, 노인, 여자, 모든 b급들의 이야기이다. 

사춘기 들어가 지랄 발광하는 아이의 엄마라면, 치매에 걸린 부모 수발에, 되는 일이라곤 하나 없는 중년이라면, 할 수 있는 거라곤, 옛날 기억을 곱씹는 거 외엔 어떤 낙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모든 찌질한 삶들이 어처구니짓을 하며 얻는 괴력으로 서로를 어루만지며 버티는 이야기이다. 

돌이 말을 걸어 올 때까지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서구인에게 동양인의 무술은 이소룡에서 시작하여  성룡, 이 연걸로 이어지지 않을까, 처음에는 신기한 구경거리에 불과했고 때로는 희화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와호 장룡, 일대 종사를 보며 무술이 실은 "열렬한 사랑의 절도"아닐까 싶었다.   양자경의 무술은, 아니 슬프고 지친 얼굴의 집중, 꼿꼿한 자세와  손발의 각도는 "열렬한 사랑의 절도"이다. 

 

그녀는 내내 싸운다. 

만신창이가 되도록 싸운다. 

늙고 병든 친정 아버지.  속모르고 속 좋기만 한 남편,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딸, 해도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 온 몸과 영혼을 갈아 넣어 해봐야 별로 나아지지 않는 세탁소, 별별 갖은 진상을 다 떠는 손님들, 도무지 빠져 나갈 길 없는 세금 등의 공무...

그 중에서도 에블린을 가장 괴롭히는 건 조이, 세상에 이름도 기쁨이란다. 조부 투바키이다. 집을 나가 대학 중퇴하고 온 몸에 문신 새기고 살찌면서 모국어도 잃어버리고, 동성연애에, 도대체 그 속을 알 수없는 딸이다. 아무 이유도 없고 그냥 미쳐 날뛰는 딸이다. 

 

남편 에이몬드는 에블린이야말로, 이 세상을 구할 전사이며 그 힘은 여러 세상을 넘나들며 결국 모두를 구하리라 믿는다. 그 믿음대로 에블린은 다정하고, 친절하게 어루만지며, 들어주고, 안아준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를 해낸다. 

 

영화를 찍으면서 배우와 스텝들 자신을 마음껏 내던지면서 얼마나 많이 신났을까, 

영화를 찍으면서 너무나 어이없고 후진 의상, 분장, 소품들  보면서 얼마나 웃었을까, 

영화를 찍으면서 배우와 스텝들 웃음 참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영화를 찍으면서, 배우와 스텝들 얼마나 뜨겁게 울었을까, 

화양연화, 터미네이터, 라따뚜이 등등, 그들이 사랑한 영화 오마주가 이토록 웃기며 깊었던 기억이 없다. 

 

그렇게 시끄럽게 떠들고, 던지고 난장판을 벌이던 영화가 일순간 고요해진다.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에이블린이 돌로 변해 황량한 광야에 딸과 단 둘이 선다. 둘은 중국어로 말한다. 나도 숨을 죽이고 자막을 본다. 그리고 곧 조이의 돌이 정상에서 굴러 떨어진다. 이어 에블린도 함께 굴러 떨어진다. 

 

둘은 돌이 되어 바닥이 되었으리, 아니 바닥을 핥았겠지. 그러면서 제 3의 눈, 영혼의 눈이 뜨였겠지. 나도 무예를 단련해야지. 영춘권, 취권, 태극권 연마해야지. 지혜의 눈이 되어야지. Every thing Every where All at once. 또 보러 갈거다. ㅎ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존 오브 인터레스트  (0) 2024.06.20
inside out 2-슬기로운 감정 생활  (0) 2024.06.12
원더랜드  (0) 2024.06.09
inside out  (0) 2024.06.03
soul-만유인력의 법칙  (0) 2024.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