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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mphlet

바다 100층 짜리 집

성대 천년홀에서 봤다.

세상에 유치원생용 뮤지컬인 줄 모르고 갔다.

홈플러스에서 무료로 나눠준 표, 내가 점심 대접하겠다고 해서,

"중문"서 밥 먹으려했으나, 수요일인데도 문 닫고, 

뙈약볕 걸어서 성대 입구 페르시안 궁전, 

최악이었다. 세트메뉴가 43000원, 밀가루 잔뜩 든 진짜, 더럽게 맛없는 음식. 절대로 블로그 못믿겠다. 

 

갔더니 애들 바글바글, 

갔더니, 무료표 받아온 노인들. 

2층 올라가서 커피 마시고, 호스피스 일하는 분이랑, 잠깐 이야기하고 착석, 

 

배를 탄 소녀가 인형을 바다에 빠뜨렸다. 그 인형의 머리, 옷, 가방, 신발이 하나씩 떨어진다. 그것들을 가진  바다 생물들과 인사하며 대신 뭔가 다른 것들을 받아서 결국 뭍으로 올라온다. 

이야기 구조 자체는 단순했지만, 그럭저럭 볼만했다. ㅎ

 

아주 작은 체구의 배우들이 열심히 공연했다. 

대여섯살 된 아이들은 많이 좋아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바다 밑으로 내려가면서, 문어, 돌고래, 곰치, 뿔소라, 게, 해파리. 해달, 불가사리. ...만나고 헤어지며 성장한다. 

 

나중에 눈물이 핑돈다.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머리카락 대신 다시마를 달고, 목걸이 아닌 불가사리를 걸고, 조개 껍데기 가방을 메고, 바다 위로 올라가 그를 만날 수 있을까, 

나는 지금 뭍으로부터 얼마나 멀어져있을까, 이 압력과 산소 부족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가 날 알아볼 수 있을까,

그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말한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또 다시 그를 만나길 꿈꾸다니. 

이것은 관성인가, 인력인가, 

 

저런 공연은 도대체 누가 기획해서 누구의 자금으로 올리는 것일까,

제목이 참 부동산스럽네, 아이들 말로하면 어그로를 끌게 잘 지었네. 바닷마을 다이어리도 생각나고, ㅎㅎ 

 

노래하고 춤추는 배우들을 보면서, 배우의 길을 가는 연지와 현정이도 기억했다. 

누군가의 혼을 아주 잠깐이라도 앗아가고파 했던 내 제자들. 

나도 좀 그렇지. 

아무렴, 

청출 어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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