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비가 많이 내렸다.
개봉한 지 꽤 된 영화,"프렌치 수프"를, 트란 안홍 감독이라 좀 찝찝했지만 보러갔다.
상영관을 찾기 어려워 이대 모모 하우스까지 갔다. 장우산을 쓰고도, 비를 막을 수가 없었다.
앉는 순간 알았다. 이 영화는 글렀구나,
프랑스 전통 린넨 블라우스와 부풀린 치마에 모자까지 쓴 외제니가 밭에서 채소를 뽑는다.
빳빳하게 풀까지 먹여 다림질한듯한 옷이다.
나는 저런 영화 , 드라마 싫다. 방금 세탁소에서 나온, 혹은 가격표도 떼지 않은 듯한 옷을 입은 배우들이 연기하는 ...
그 모든 것들이 다 포우즈, 그러니까 보여주기 위함이다.
영화평마다 가득했던 상찬이 기억나 내내 역겨웠다.
아름답게 보이는데는 신물나도록 노련한 줄리엣 비노쉬도
프랑스 배우란 자부심이 느글대는 남자배우도,
감독은 아마 빛, 미장센, 프랑스 전통 요리의 향, 질감, 소리에 집중했다고 말하겠지,
그러나, 그건, 영화를 보는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고, 평생 자기 하고 싶은 인형놀이나 하면서 살아온, 한 중년 남자의 놀이터였다.
10대 소녀 2명을 배치한 것도,
세상이 먹거리 중심으로 돌아가는 뚱뚱하고 무료한 늙다리 5명의 남자
의제니가 죽은 후, 숙수 후보로 등장한 여자들
처음부터 끝까지 현실성, 깊이 그 모든 것이 부족했다.
대체 깐느는 뭘보고 그에게 감독상을 주었는가, 그런 인형 놀이에
혹자는 프랑스 요리의 진수를 봤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밥 한끼에 저렇게 많은 노력과 자원을 쓴다는 게 정녕 미친 짓이고, 낭비처럼 보였다. 여성과 자연을 볼모로한 그야말로 식민지 약탈 행위로 보였다.
그 모든 것이 설정이었고,
그 모든 것이 놀이였고,
그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프랑스식 농가, 프랑스식 부엌, 프랑스식 사랑, 프랑스식 음식을 보여주고 싶어한 거 같은데
포토푀, 볼로방, 오믈레트 노르붸지엔,
그게 뭐 어떻다는 것인가, 기분이 더러웠다.
맑고 순수한 사람은 귀하다.
그러나, 멀쩡한 허우대로, 평생 인형 놀이만 하는 중늙은이는 흉하다.
아름답게만 보이고 싶은 여배우, 젊은 시절에는 이해한다.
그러나, 환갑이 다가오는 나이에도 이해하지만, 그녀는 세계적인 배우이고 세상 모든 영예를 다 누려봤으리.
사랑했으나, 결혼하지 않았다. 중년에 드디어 함께 하기로 약속한 후, 남자가 해준 요리를 먹고 떠난다.
그 부엌은 우리가 꿈꾸는 프랑스 농가의 목가적인 모든 풍경을 다 지니고 있다.
내 나이 오십 넘어서는 저런 것들이 아름답지 않다. 궁금하지도 않다.
트란 안홍 아재.
당신은 여전히 식민주의자군요.
아니 여전히 식민지 주민이시네요.
그린 파파야의 향기는 꽤 괜찮았던 걸로 기억한다. 씨클로부터 뭔가 임권택 감독 느낌이 났는데,
트란 안홍 아재,
살 찌고 붉으죽죽한 얼굴로, 부끄럼 없이 내키는대로 행동해야만 아재라 욕먹는 것이 아니오.
남의 삶, 우리의 삶에 대한 조금의 관심과, 예의와 성찰도 없이 그냥 자신이 편한대로 마구잡이로 사는 사람더러, 그렇게 한다오,
늙는다는 게 저런 거구나, 자신의 가장 빛나던 시대에 갇혀 그곳에만 머무르며 더이상 반성도 성찰도 성장도 없는 거구나 싶어서, 등골이 서늘했다.
그것이야말로, 도댕이 먹어보라한 골수의 맛이었다. 10대 소녀가 골수를 먹고 그저그렇다는 반응에 도댕이 잘난척하며 맛이란 "문화와 기억의 합"이라고 하더라,
비위가 약해 내장 관련한 음식은 전혀 먹지 못한다. 간, 허파, 천엽, 오소리 감투 등을 내게 권해도, 곱창과 대창이 얼마나 고소하고 쫄깃한 지 아무리 말해도 나는 못먹는다.
그런데 나는 그보다 훨씬 더 수위높다는 "골수"를 먹은 셈이다. "프렌치 수프"에서,.....
골수의 맛은
글쎄...
다시는 먹고 싶지 않다.
결코 프렌치 수프에 대한 비판이 아니고, 트란 안홍은 비난하고자 함이 아니며, 나에 대한 준엄한 경고이자, 반성이다. 빛나던 한 시기에 갇혀서 살지 말라고 내 골수가 말한다.
#프렌치수프#줄리엣비노쉬#트란안홍#골수#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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