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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책을 버리며

이사를 앞두고 책을 솎아낸다. 

 

30년 넘게 그림자처럼 끌고 다니던 책들을 다 버렸다. 

시집. 세계 문학 전집. 각종 개론서들, 수필집. 각종 취미서들, 전공 서적들, 싸그리 다버렸다. 

사놓고 읽지 못한 책들은, 영원히 못 읽을 거 같아 버리고, 

그때는 좋았지만, 지금은 그저그런 책들도 버리고, 

각종 사전들이며 교과서들 미련없이 다 버렸다. 

 

그때로 다시 돌아가도 난 똑같이 돈 아껴서 책을 사서, 모으고, 모시고 살겠지만, 

그게 바로 나이지만, 

 

나의 미련함,

나의 취향

나의 청춘

나의 바램

나의 ..........

 

그토록 책 버리기가 어려웠던 까닭은 책이 곧 나라고 여겨서이다. 

나를 버릴 수야 없으니까,

버림받는 나를 견디기 힘드니까, 

 

그래도 

다 버렸다. 

그래서 

거의 천 권은 될 듯하다. 

 

 

물론 버리지 못한 책들도 있다. 

토지, 박완서 . 전혜린, 신영복, 몇 권의 시집. 그리고 심영순 박리혜 장선용  요리책, 카프카, 도스토예프스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이것도 다 태워 버리고 갈 날이 오겠지. 

 

이건 다 진시황때문이다. ㅋㅋㅋㅋㅋ

분서갱유... 

 

옷은 진작 다 해치웠다. 

살림살이들도 거침없이 내놓았다.

이제 가구들도 다 버릴 테다.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겠다. 

옷과 신은 계절당 딱 2벌씩만 마련해서 원없이 입고 버리겠다. 

 

새 집에는 햇살과, 공기와 나무를 들이고 살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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