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에게 어둡다고 말했다.
밝은 사람이 좋다고 말했다.
나는 밝은 사람과 있으면 피곤하다.
그는 자주 웃었다. 말도 많이 했다. 나는 그게 피곤했다.
특히 직원들과 말하기를 좋아하는 거 같았다.
많이 웃고,
나는 그게 싫었다.
나는 웃고 싶을 때 웃는다.
웃길 때,
어이없거나,
겸연쩍을 때
머쓱하거나,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질때는 웃기보다는 당황하는 모습이 그냥 나온다.
난 그가 웃을 때 좋지 않았다. 불투명했고, 뭔가, 닳고 닳은 느낌이 들었다. 진짜같지 않았다.
조관우가 슬픈 인연 부르는 모습을 봤다.
그 노래는 수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한 명곡이다. 물론 나도 참 좋아하는 곡이다. 한이 서린 조관우 목소리와도 잘 어울리는 곡이라서일까, 이미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방청객이 첫 소절을 부르면 가수가 이어가는 형식이었나보다.
한 여인이 "멀어져가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를 너무 높게 불러버렸다. 처음부터 음정이 불안하더니, 곧바로 그 다음에
"난 아직도 이 순간을 이별이라' 저음으로 팍 낮춰서 부른다.
모두들 마구 웃었고, 조관우도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며 웃는다. 그러더니.
그 역시 첫 소절은 좀 높고 불안하게
이어서, 다음 소절은 팍 낮춰서 따라 부른다.
모두들 하나되어 막 웃는다. 조관우는 웃음을 겨우 참아가며 " 난 아직도 이 순간을 이별이라 하지 않겠네" 이어간다.
하나같이 웃던 관객들은 곧 깨닫는다. 실은 첫 소절을 부른 방청객의 무안함을 어루만져 주려했음을
그리고
보통때처럼 그는 가성으로 높고 가늘고 슬픈 꿈결같은 창법 대신, 진성으로 부른다.
슬픈 인연은 1 분 40초 가량, 녹화되었는데,
내가 사랑하는 , 내가 섹시하다고 느끼는 웃는 남자를 봤다.
그는 능력있는 남자다. 일단 노래를 잘한다. 그를 보면 명창이 되기 위해 폭포수 아래서, 인분을 먹어가며 갈고 닦은 소리꾼들이 겹쳐보인다.
자신만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 그의 아버지 조통달, 명창은 아들의 소리를 듣고, 고자 소리라 했고, 스티브 원더의 노래를 듣더니, 어디 한 군데가 막힌 소리라 했다고 한다.
여유, 배려, 유머, 유연함이 있어야 한다.
거기서 나오는 웃음, 상대를 편하게 해주고, 함께 즐거워하고, 그 모습을 보며 더 기뻐할 줄 알고,
자기가 얼마나 가졌는지. 자신이 얼마나 능력있는지 자랑할때 보이는 웃음이 있다. 자본주의 웃음,
그러나, 자신이 얼마나 가졌는지. 자신이 얼마나 능력있는지 자랑할때 꼭 돈이나, 근육.... 그런 것만 당신을 움직이는가, 그런 것들만 우리를 움직인다고 보는가,
그렇지 않다. 웃는 남자는 섹시하다. 웃는 남자는 아름답다. 웃는 남자는 매력적이다.
내가 그와 헤어진 것은 그가 웃는 것을 견디기 힘들어서이다.
그와 내가 웃음 코드가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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