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미국의 오대호에 있다.
20대 여자 아이들이 수영복을 입고서 웃고 있는 모습을 봤다. 그의 눈으로 본,
나는 유학 가고 싶었다.
나는 의과 대학에 가고 싶었다.
그 꿈들이 30년 지나 다음 세대에 이루어졌다.
그러니까 꿈은 이루어 진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의 딸은 미국의 대학에 진학했고 졸업했으며
나의 아들은 의과 대학에 진학해서, 공부하고 있다.
예약해둔 에드워드 호퍼전에 다녀왔다.
처음 다녀 온 날처럼 여전히 그저그랬다.
아내가 있었군, 에칭을 했군, 그 시대 좋다는 건 다하고 살았네.
파리 유학, 극장 구경, 자동차 여행.
그의 그림이 더이상 내 마음을 끌지 못했다.
그 정도 그림은 아주 많아, 얼굴이 뭉개진 것은 마음에 드네, 조명을 저렇게 쓰는구나, 기억 속의 풍경화, 에칭이 이토록 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구나, 그도 역시 편집. 그러니까 edit 을 할 줄 알았군,
대신 나는 시립 미술관 가서, 천경자의 생태를 다시 봤다. 호퍼가 사랑한 cod 그러니까 대구 아니고, 생태, ㅋㅋㅋ
35마리의 뱀 그림인데, 오늘 보니, 오른쪽 위의 2마리 뱀이 얽혀있는 모습이. 중섭보다 더 아프다. 배경이 탈색되어서일까, 희끗희끗한 것도 마음에 들고, 뱀의 표정을 살펴보고 왔다. 24년생인데, 천옥자에서 천경자로 이름을 바꾸고, 그게 거울이다. 청동 거울, 경,
52년에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는 뱀 그림.
그림이 별로라서, 3층 서점에서, 책을 구경했다. 내가 좋아하는 곽아람의 책, 뉴요커는 되지 못했지만, 그 책으로 그녀의 독자가 되기 시작했는데, 메뚜기의 화집도 보고,
이브 생 로랑의 연인이 그에게 쓴 편지도 잠깐 봤다. 도서관에서 빌려봐야지. 아주 아름다운 글이었다. 그러니까, 프랑스의, 동성애, 고미술 감상자 다운 글, 나는 그가 나온 다큐멘터리를 여러번 봤고, 기억이 난다.
그도 이브생 로랑과 헤어졌지.. 아니, 헤어지지 못했지.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서,,,,
10년전쯤 그가 내게 말했지. 혹시 덕수궁 돌담길 걸으면 헤어진대서, 걷기 싫냐고,, 난 웃으며 아니라고 말했고,
그가 떠난 후, 덕수궁 걸을 때마다 그 말이 생각나고 동시에 난 주먹으로, 덕수궁 돌담을 쓸고 가는 기분이 든다. 상상속에서 내 손은 늘 피가 난다.
30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위였으나, 바람이 불었다. 초여름바람은 초록 나뭇잎을 팔랑개비처럼 마구 휘몰아쳐서, 길 가의 한 여인은 속치마가 보였고, 그녀는 황급히 치마를 내렸다.
그 바람이 그 초록 팔랑개비가 내 발걸음을 재촉해서, 나는 고종의 길. 돈의공, 덕수궁 후문을 지나며 아주 큰 나무들을 봤다. 그러니까, 4-500년된, 나무들을 봤다.
며칠전 남양주 물의 정원 갔을 때에도 난 큰 나무들을 봤는데, 그 나무들을 바라보면서, 광화문에 이르렀고,
금속 노조인가, 하는 단체에서 시위 중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베이글을 먹으러 갔다.
나는 항상 선택이 어렵다.
그 수 많은 베이글 중, 그 수많은 크림치즈 중 무엇을 골라야 할지.
오늘은 무화과 크림치즈와 치즈 베이글을 먹었다. 맛있어서, 더 사려다가 말았다.
아주 맛있는 것을 아주 조금만, 천천히 먹기로 한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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