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먹은 조카는 지금 한창 분홍에 빠져있다. ㅎㅎ
여자 아이가 태어나면, 온통 분홍으로 차림해주기도 한다는데.
대학 다닐때 나는 미아동 큰 아버지 댁에서 통학했다.
나의 아버지는 나를 못미더워해서, 기숙사가 아니라면 반드시 친지들과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셨으니까,
미아, 얼마나 이상한 동네인가,
아이를 잃어버리다.
한많은 미아리 고개,
미아리 사창가,
어릴 적, 삼양동, 봉천동 큰댁은 적어도 서울이라, 동경의 대상이었는데, 깍쟁이 서울내기들 중에서도 본좌인, 이화대학 그 중에서도 영문과를 다녔던 나는 친구들에게 내가 사는 곳을 말하기 어려웠다. 일단 한번만에 알아먹는 애들이 없었다.
내 이름도 한번만에 알아먹는 애들이 없었고,
나는 늘 주눅이 들었다. 부산에서 살던 곳도 장림이라, the blind냐고 놀림을 받았는데,
나는 한번만에 알아듣고, 아름다운 이름을 갖고, 친숙하면서도 고상한 동네서 살고 싶었다.
그러니까, 나는 이름도 사는 곳도 분홍분홍한 적이 없다. 분홍 따위 분냄새 자욱한 것 무시하고 무시하고 싶었으나 실은 누구보다 난 분홍분홍스럽길 바랬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영등포에서 일을 보고 역으로 가려다, 길을 잘못들어, 영등포역 사창가를 지나게 되었다.
체온과 비슷한 35-6도를 넘나드는 뜨거운 날씨였다. 유리로 된 문에는 두터운 분홍 커튼이 쳐져있었고, 초로의 여인들이 거리에 나와 빨래를 널고 있었다. 빨래 건조대를 거리에 두고서, 얇은 이불을 탈탈 털어서, 널고, 수건들을 털털 털어 널고 있었다. 행인 하나 없이 나 홀로였다.
그녀들은 사창가에서 청소나, 요리 빨래를 해주는 분들같았다.
영등포 사창가를 정리하면서, 한동안, 시끌시끌하다는 말을 들었다.
이 거리가 한때 참 분홍분홍했구나.
여권이 신장되다 못해 남혐, 여혐으로 출산은 커녕 결혼도 하지 않는다는 시대에, 아직도 분홍 거리가 있다니.
이 뜨거운 계절, 대낮에 홀로, 중년의 여인이 되어 분홍 거리를 걷다니.
인천에서 다시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치도곤을 당했다.
사연인 즉, 분홍으로 표시된 임산부 전용 좌석에 앉았기 때문이다. ㅠㅠ, 큰 소리로 야단치는 사람에게 목례하고, 황급히 자리를 옮겼지만, 여전히 그는 나무랜다. 나는 분홍이 아니라,
오늘은 2023년 7월하고도, 28일이다. 햇살이 뜨겁고, 습도는 그마나 낮은 편이었으며 그늘에 가면 그래도 바람은 부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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