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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es

장 자크 상페의 자전거에게

배움에는 때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배움에는  때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자전거, 

 

현우는 2주마다 한번씩 시험을 보고 집으로 온다. 고기를 먹고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목욕을 한후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다녀온다. 

밤 늦었으니, 훤한 낮에 가라고 말을 해도, 젊으니까, 당연히 듣지 않는다. 그게 젊음이니까, 

 

자전거 타고 싶어서, 나도 여러번 시도했다. 그에게는 심지어 약속까지 했다. 네가 있는 곳으로 자전걸르 타고 가겠다고,

한강 천변에 신청자들이 모여서, 자전거 교습을 받았다. 약간 경사진 곳에서  내려오기부터 시작해서 주 1회 씩 3-4개월 계속되었다. 

 

나는 워낙 운동 신경이 둔했기에 두려웠다. 

혹시라도 다쳐서, 수업을 하지 못하게 될까봐, 두려웠다. 

이빨이 부러질까, 얼굴을 다 갈아버릴까봐,

쓰고 있던 안경이 부서져, 눈이 보이지 않게 될까봐, 

그 두려움보다 자전거를 타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비싼 차를 모는 사람보다,

헬기 조종을 하는 사람보다

아주 비싼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사람보다, 

나는 자전거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 부러웠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게로 왔다라는 카피도 있다. 

운두 낮은 신에 편한 옷을 입고 배낭을 맨채 자전거를 타는 여인이 부러웠다. 긴 머리 휘날리며, 

벨을 울리며 지나가는 자전거,

원피스를 입고 탄 여인들도 

 

그냥 단순한 디자인의 자전거를

타고 장바구니에 조그만 짐을 올린채 지나가는 사람이 부러웠다. 

아니, 자전거 뒷바퀴에 앉아서, 그의 등에 몸을 바짝 붙인 채, 바람을 맞아도 좋겟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구나, 그렇지 않구나, 나는 내가 무겁고, 어색하고, 뭔가 사랑스럽지 않다고 느끼는 구나, 뭔가 박자를 잘 못맞추고, 뭔가 눈치를 보고

꽉껴안기에는 뭔가 내가 사랑스럽지도 그럴 가치도 없다는 느낌으로 늘 살아왔다. 그와 나 사이에는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도, 바람도 한번도 제대로 느낀 적이 없다. 길 바닥의 요철이나 굴곡은 물론이고, 그저 어서 내리기만을 바라는 마음과, 계속 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사이에서 왔다갔다 할 뿐이었다. 

 

풍요로운 어린 시절이란, 행복한 어린 시절이란, 별 거아니다. 

아버지에게 자전거를 배우고, 아버지 등을 꽉 부여안고, 자전거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 

 

양희은은 60넘어 자전거를 배우다가 수료증 까지 따고 결국 포기했다고 했다. 이성미가 자전거 타다 다치고, 전영록은 자전거 타다 넘어져서, 수술까지 받으며 만류했다고 한다. 성시경도 그렇고, 

 

물론, 상페는 자전거를 타고 뉴욕으로 건너가서, 뉴요커에도 자전거를 여러대 그렸다. 

 

그러니까, 나는 앞으로 나의 마음을 세밀하게 잘 들여다봐야 한다. 내 기분이 어떤지. 내 마음이 어떤지. 내가 어디 서 있는지. 

 

나는 모든 장자크 상페의 전집을 가을 햇살 아래 앉아서 봣다. 

 

인생은 균형의 문제

어설픈 경쟁

돌풍과 소강, 

뉴욕 스케치 등등, 

 

남편에게 자전거를 탈 줄 아냐고 물었다. 그는 모른다고 했다. 어린 시절 내리막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던 누군가가, 떨어져 심하게 다치는 것을 보고 두려워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고 했다. 어떤 운동이든지 잘하는 남편, 모든 잡기에 능한 남편이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니. 

 

잘 해줘야지.그런데 뭔가 못해서 아쉽고 그리워하는 것도 썩 괜찮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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