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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es

김현식, 먼 북소리,정 호승 풍경 달다, 지음

나는 1991년부터 계속 신촌에 살아왔다. 이제는 신촌이 장림만큼이나 지겨워서, 멀리 떠나고 싶다. 

신촌, 장림, 성산 그리고 또 어디가 생각날까 죽기전에, 

 

전설이 된 사람들이 있다. 

유 재하, 

김 광석,

그리고 김 현식,

 

음악은 항상, 첫눈에, 아니 첫귀에 반한다. 

그러니까, 듣자 마자,  안다. 저건 나의 노래란 걸, 

 

바람이었나, 이별 이야기. 한계령, 하얀 목련, 한사람, 내 마음의 보석 상자, 북한강에서, 진심, 그대는 어디에, 어쩌다 마주친 그대, 그대에게, 

 

조용필, 김건모,  이승철은 물론이고, 김광석도, 김현식도, 나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들이 뛰어난 가수란 것을 알게 되었고 인정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너무 유행하거나, 큰 세력이 되버린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물론, 그 세계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있고 여기서 더 밀려갈까 두려움 속에서 살아왔다. 

 

나는 가사가 아름답고, 서정적이며 슬픈 노래에 끌린다. 

새로운 노래를 듣지 않은지 꽤 되었고, 그건 내가 늙었다는 빼박 증거같기도 하다. 

 

뒷북치는 즐거움도 물론 있다.

 

어제는 김현식을 알게 되었다. 

라디오 스타 김현식 편을 보게 되었는데, 패널로, 이승철, 김종진. 전종관이 나왔다. 

사실 나는 셋 다 별로 관심이 없는데 그들이 그렇게 입담이 좋고, 눈이 날카로운지 처음 알았다. 

아니, 김현식을 사랑했던 지인이라 그랬겠지. 

김현식이 얼마나 잘 생겼는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음악을 하다 갔는지 이야기를 했는데, 

사진이며, 동영상을 보니, 참 잘생겼다. 

썬그라스를 끼고 흰 스웨터를 입은 모습은 나도 익히 알던 모습이다. 그의 앨범의 자켓이었으니까, 

30년 넘은 사진인데도, 믿을 수 없이 세련되고 현대적이다. 김중만이 찍은 사진이란다. 하긴 김중만도 전설이니까, 

김중만이 찍은 임재범도 얼마나 잘생겼던가, 김중만은 남자를 , 남자답게 찍는다. 남자를 아프리카의 동물처럼 찍는다. 드높아서, 쓸쓸한 남자가 얼마나 섹시한지 안다. 

 

항상 나는 게이지 높은 두툼한 흰 스웨터에 청바지를 입은 남자를 보면 혹한다. 키 크고 마른 남자가, 선글래스를 쓰고 흰 스웨터에 청바지, 운동화를 신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냥 반한다. 존 레논이 뉴욕에서 살 때 그런 모습으로 자주 다녔던 모양이다. 존 레논은 끝내주는 멋쟁이었다. 얇은 입술에 메부리코, 불투명 유리로 막아놓은 듯한 눈에 동그란 안경을 끼고, 긴 머리를 늘어뜨린 모습은 언제 봐도 매혹적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평생, 흰 스웨터를 찾아 헤맸다. 두툼하지만, 몸에 적당히 맞고, 목까지 올라오고, 꽈배기 무늬가 있는 양모 스웨터, 몸에 잘 맞는  청바지에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다닐거다. 

 

존 레논처럼, 김현식도 멋쟁이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한국 사람,

사랑했어요.

내 사랑 내곁에

비오는 날의 수채화, 

비처럼 음악처럼,

가리워진 길

사랑사랑사랑, 

골목길. 

 

비오는 날의 수채화에 나오는 권인하는 20대 청년처럼 힘이 넘쳐 보여서, 좋다. 얼굴에는 포동하게 살이 오르고, 허벅지며 하체가 튼실하고, 노래할 때도, 천하 장사 씨름하는 것같이, 황소가, 소 싸움 나온 것처럼, 힘이 넘친다. 그때만 머물다, 풍선처럼 빠져나가는 힘이라,,,

비오는 날의 수채화에 나오는 강인원은, 권인하와는 또 다르게 여자를 홀리는 매력이 있다. 사슴같은 눈에 외소한 몸이라서, 그렇다. 

죽음을 앞두고 거의 소리를 낼 수 없었다는 김현식은 한창때와는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비오는 날에 수채화라니, 

수채화도, 물을 많이 써서 맑고 투명한 느낌을 살려서 그려야 하는데 또 빨리 말려야 하는데, 애초에 말이 안되는 소리다. ㅋㅋㅋ

 

비오는 날에 수채화를 그리던 남자들이 수많은 여자들을 홀렸던 거다. 

 

비오는 날의 수채화에서 가장 먼저, 사라진 사람이 김현식이다. 

 

그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니, 바른 자세로 서서, 입을 크게 벌리고, 온 몸으로 부른다. 

 

그가 잘 생겼다는 것을 나는 처음 알았다. 

 

마르고, 

맑고

고독하고

쓸쓸하며

이지적이고, 

드높고, 

소년같고, 

 

나는 저런 얼굴을 

저런 몸을 좋아했다. 

어째서 몰랐을까, 

 

신촌 그레이스 백화점, 63 빌딩에서 콘서트 많이 했다는데 그때는 내가 부산에서 그와 사랑하느라 바빠서였겠지. 11월 1일에 세상을 떠났다는데, 

그가 병상에서도 노래하고, 가끔 병원을 뛰쳐나가, 녹음을 하고 왔다는 90년에는 나는 부산에서, 그와 뜨겁게 사랑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그와 세상에 둘밖에 없는 남과 여자처럼, 깊이 사랑하고 있어서, 음악도, 들은 바 없고, 김현식의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지금은 김현식도, 그도 내 곁을 떠나고 없다. 내 사랑 내곁에 전주에는 바이얼린 소리가 난다. 나는 그 바이얼린 소리가, 내 사랑 내곁에란 곡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친한 친구를 일컬는 말에 여러표현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지음이라 들었다. 

그 바이얼린 소리가 그였다. 

바이얼린 소리만이 그 노래곁에 있었다. 

 

나는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북을 울리고 있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 간 줄 알아라

 

광화문 교보 문고의 간판 글귀를 그가 읽어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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