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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주는 요리책

1. 네가 처음 먹은 똥과 젖,

엄마가 널 임신했을 때 갑자기, 담배 냄새가 싫어졌다. 

입덧이 심해서, 어떤 음식도 먹을 수가 없었다. 

입덧이 잠잠해질 무렵에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었다. 

하겐다즈를 매일 한통씩 먹고 잤더랬다. 

그러다가 충무 김밥을 그렇게 먹고 싶었다. 

김에 흰 쌀밥만 싸서, 무우김치랑 오징어를 무친 것을 먹고 싶어서 압구정 현대 백화점에 자주 갔다

그리고 입덧이 진정되고 나선 얼마나 잘 먹었던지. 몸무게가 무려, 20키로 넘게 불었다. 

 

현우야, 넌 태어나면서, 태변을 먹고 태어났어. 

그러니까, 똥을 먹고 태어나서, 말이다. ㅋㅋㅋㅋ 아빠가 두고두고 놀렸지. 

김낙연 선생님은 태변 먹고 태어난 아이라 잘 봐야 한다고 했고, 

 

산부인과랑, 산후조리원으로 옮기느라, 모유를 못먹일 뻔했지.

현우가 네가 처음 먹은 음식은 태변이고, 

그 다음 먹은 것은 분유엿고' 다음이 모유였어, 

 

네가 모유를 빨때는 볼이 빨개지면서 어찌나 열심히 빨던지 꿀꺽꿀꺽 소리가 들릴 정도엿다

엄마는 네게 모유를 먹이고 나면, 정말 몸에서, 진이 다 빠진 것처럼, 몽의 껍데기만 남은 것처럼, 목이 마르고, 힘이 없어졌단다. 

 

네가 울기만 해도 가슴에서 젖이 솟아나고, 시도 때오 없이 흘러 넘치고, 

젖몸살은 또 어찌나 심햇던지. 

돌덩어리처럼 퉁퉁 부은 젖이 너무 아파서, 엉엉 운적도 많았단다. 

 

너는 이유식을 해야 하는데도, 젖만 먹으려고 해서, 애를 태웠단다. 

쌀부터 시작해서,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데 , 당췌 입에도 대려고 하지 않아서, 

한 숟갈을 입에 물려도 입에서 물고 만 있을 뿐 넘기지 않아서, 힘들었어, 

나중에는 엄마가 소리를 질러야 겨우, 사약 넘기듯, 목으로 넘기고, 

돌이켜 보니, 넌, 엄마 아빠가, 음식을 먹을 때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단다. 

 

똥을 먹고 태어난 너는 백일 때 이미 9키로를 넘고, 돌에는 20키로 넘었으며 ㅠㅠ

움직이는 쌀가마였고, 

뒤집기, 기기에 비해 걷기가 느려서, 엄마가 많이 힘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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