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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주는 요리책

19. 그건 약과지.

나는 할머니 입맛인지라, 약과를 좋아했기에 "그건 약과지". 란 말을 들으면 뭔가 대단히 맛있고 좋은 건 줄 알았다.
이런 내가 "문해력"이 어쩌고 저쩌고 할 자격이 있을까? 그건 약과지 ㅎ

 
약과는 마카롱 만큼이나 비싼 간식이란다.  
밀가루만 해도 귀한 재료인데 참기름과 꿀 엄청 든다는 거 아냐?
장선용 선생님이 외국에서 아이들 낳고 키울 때 한국의 맛 기억하게 하려고 약과 많이 먹이셨다지. 
 

 

 
 

 
 
엄마의 외할머니께선 명절마다 매작과 만들어서 주셨어. 
밀가루 반죽을 얇게 펴서, 칼집을 낸 후, 꼬아서, 튀기면 아름답고 맛있었단다. 
 
밥도 겨우 먹고 살던 시절에, 
그 밥 마저, 흰 쌀은 거의 없고, 잡곡이 다였던 그 시절에 쌀 zip인 떡을 빚어 먹거나, 과자를 만들어 먹었다는 것은 대단한 사치지, 아마, 최소 반가이거나, 엄청난 부를 이룬 중인 집안이라 가능한 일었겠지. 
 
문득 네게 "그건 약과지"싶은 주전부리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네가 독립한 후, 엄마는 그게 아쉬워, 이제 너의 입맛이 변해가는 것을 엄마는 알지 못하겠구나, 그걸 모르고서, 예전에 잘 먹던 것만 계속해서 주는 엄마가 되겠구나 싶었단다. 
그렇다 하더라도, 넌 " 그건 약과지" 하고 이해해주길 바라고, 
가능하다면, 엄마에게 설명해주렴, 엄마 이젠 더이상 약과 좋아하지 않아요. 대신 이런게 맛있답니다, 라고, 
 
그리고, 그런 음식 생길 때마다, 이거 엄마 아빠도 같이 드시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준다면  참 고맙겠다. 
그게 사랑아니겠니. 
그것이야말로, 약과이고, 
 
P.S 방금 사람들에게 물었더니(역시 집단 지성, 이것도 crowd fund  아니고 crowd funㅋㅋ)
 
1. 어릴때 할머니한테 듣기론 먹을게 귀하던 때
약과 만드는건 힘든데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고 먹기는 너무 쉬워서 
그정도는 약과 먹는것만큼 쉽다라고 했대요.
 
2. 그 정도는 약과다 ㅡ 
이렇게 쓰는 단어 약과가 우리가 먹는 약과 맞아요

옛날에 제사 뒤에 비싼 물건이 없어질 때가 있대요. 약과가 없어지면 비싼거 안훔쳐간게 어디냐 약과를 가져가서 다행이라는 이야기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3. 문의하신 바는 '약과'의 어원을 알아야 파악할 수 있겠는데, 어원 정보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한자어는 원어가 지닌 의미로 이해하게 되어 어원 정보가 따로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약과'는 '藥果'를 원어로 하여, 아래와 같이 두 가지 뜻을 지닌 말로, 중심 의미인 「1」에서 주변 의미인 「2」로까지 쓰이게 된 말이라는 점은 참고하실 수 있겠습니다.
「1」 꿀과 기름을 섞은 밀가루 반죽을 판에 박아서 모양을 낸 후 기름에 지진 과자. 속까지 검은빛이 난다.
「2」 그만한 것이 다행임. 또는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님을 이르는 말
 
 
4. 뇌물이 들어올 때
진귀한 녹용이나 산삼이 들어오는데
약과가 들어오면
정리하던 하인들이
엥 이건 약과네 이랬다네요.


결론 머슴도 대감 집에서.
 
5. 시대를 반영하자면, 그 정도는 마카롱이다. 그 정도느느 탕후루다, 정도가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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