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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주는 요리책

32. 칙힌-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을 봤다.

잊지 못할 감동이다. 그러나, 다시는 못볼 것 같다. 

"기생충"도 마찬가지다. 다시는 못볼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랬다. 자신은 자일에 몸을 묶고, 매일 어두운 심연으로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사람이라고, 머리에 플래쉬를 밝히고, 

 

봉준호도, 황선미도, 모두 혈혈단신 저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 크게 울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길어오르는 사람들같다. 

마당을 나와 숲에서 사는 암탉 이야기였는데, 너와 마포 도서관가서 삽화가 김환영 선생님을 만났던 기억도 난다. 훗날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지. 

 

지금으로는 마당이라도 마음껏 활개치고 다니는 닭이 얼마나 귀해졌는가,  아예 양계장에 갇혀 태어나 앉은 채 죽어가는데....김환영 선생님이 삽화를 그리기 위해 양계장을 방문해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거의 실신할 뻔 하셨다고 했다. 두번 째도, 세번째도,.... 그곳에서 풍기는 악취가 너무나 심해서, 견디기 힘들다셨다. 

 

마당을 나온 암탉들, 그러니까, 양계장을 뛰쳐나온 암탉들의 이야기이다. 수탉은 아니다. 역시 여자의 힘이란 ㅋㅋ

 

한식의 정의란 무엇인가, 김치,밥, 찌게 , 장류, 

그렇지 않다. 양념 치킨, 떡볶이, 삼겹살, 부대찌게 등등, 100년 후에는 훨씬 더넓어져 있을 것이다. 

 

한국의 양념 치킨이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고 한다. 일단 9,10호로 표준화된 닭의 크기를 들 수 있다고 한다. 어린 닭이라 육향이 거의 없어서, 양념을 입히기 좋다고 한다. 바삭함을 보다 눅눅하지 않음을 선택했다고 한다. 배달해야 하니까, (물엿과 설탕으로 수분을 차단시켜서)1997년 IMF 로 실직한 가장들이 너도나도, 치킨집을 열어 경쟁이 극심해졌고, 연습생들 중에서 단 한명의 아이돌 스타가 나올 수 있었듯이, 치킨의 메카가 대구인데, 섬유 산업등으로 자본이 축적되어, 외식사업이 발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 가능했다고 한다.

 

현우야, 

넌 어릴 적부터 고기를 좋아했는데, 그 중에서도 닭을 가장 많이 먹었을 거야,

림스 치킨이었나, 신촌의 닭집부터, 은평구 어딘가의 닭집도 가보고, 그 외 갖은 프랜 차이즈 닭은 다 먹었을 거야,

강서고 앞 오부장 치킨은 또 얼마나 먹었던가, 

그러니까, 너를 키운 건 팔할이 고기, 그 팔할의 또 팔할이 닭,

 

현우야, 그런데, 넌 그 닭들을 먹었으니, 

 

양계장을 나서고,

마당을 나서고,

날개를 펴고 

훼를 치며

큰 소리로 새벽을 알려주는 사람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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