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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es

증기 기관차는 여전히 달린다.

증기 기관차는 여전히 달린다.
 
가양 대교 남단에 거봉 만두라는 가게가 있다. 
젊고 잘 생긴 사장님이 일년 내내 하루도 빠짐 없이 큰 찜통 앞에서 쉴새없이 만두니, 찐빵을 꺼내 손님들에게 건낸다. 
보라빛 거봉모양의 상표가 뭔가 좀 어색하긴 한데, 
그렇게 보자면, 젊고 키크고 잘 생긴 사장님도, 찐빵, 찐 만두 가게와는 어울리지 않으니까, 
한 겨울이 되면 비닐로, 차양을 쳐서, 손님들이 잠시라도 추위를 피해 기다릴 수 있다. 바람이 불고 추운 날일수록, 찜통에서 나는 증기는 더욱 이목을 끈다. 온천수처럼, 흰 눈처럼 그저 반갑다. 뜨거운 증기가 가게를 메우고 거리까지 나오면 전혀 살 마음이 없었던 사람들 마저도 하나 먹어 볼까 하는 마음이 든다. 그 증기에 싸인 손님들이 웃는 모습도 아름답다. 커다란 뚜껑을 열고 재빨리 뜨거운 빵들을 포장지에 담아 건네는 모습을 지켜본다. 아이처럼, 
거봉 만두는 그러니까, 증기 기관차다. 뜨거운 김으로 만두를, 거리를, 사람을, 겨울을 움직이는 기관차이다. 
 

늘 주전부리에 주렸던 아이처럼, 나는 늘 굶주렸다. 
밥을 굶은 적이 없으나,아니 어릴 적부터 누구보다 많이 먹었으나  난 늘 굶주렸다. 
뭔가 달고, 뭔가 속이 든든해지고, 뭔가 아름답고, 뭔가 이국적인 것들에 난 늘 허기가 졌다. 
그게 무엇인지 지금은 알겠다.  나더러 식탐이 있다고 흉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늘 배고픈 아이였다. 
배가 부른 적이 없고, 어른이 된 적이 없는 배고픈 아이였다. 
 
그 누구인가,
물을 끓여 본 자는,
끓는 물의 힘을 처음으로 본 자는 ,
끓는 물의 힘으로 달릴 거라 상상한 자는, 
 
나도 매일 물을 끓인다. 
펄펄 끓는 물로 국을 끓이고, 차를 마시면서, 달려왔다. 
나도 증기 기관차다. 
게다가 아기 기관차도 곁에 거느리며 같이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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