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he ones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나는 어릴 적부터 연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연극을 하고 싶어했다. 서울말을 곧잘 흉내냈고, 
그러다가 멀어져왔고, 
 
산울림의 노래도 있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그 노래를 시나위가 발굴해주었다. 
그들은 고고학자들, 
 
누군가는 단어, 노래를 곡갱이로 파고 복원하여 수천년을 내게 돌려준다. 
 
백제 금동 대향로 처럼,
신라 천마도처럼, 
 
수천년을 내게 다시 돌이켜 준다. 
 
장 자크 상페의 초록 건물들 사이로, 붉은 카펫이 깔리고 한 중년의 신사가 걸어들어가는 그림 엽서를 어머니 생신 카드로 골랐다. 
카드에 글을 쓰면서 눈물을 훔쳤다. 
내 옆자리로, 키 크고 늘씬한 멋쟁이 중년 남자가 앉았다. 아주 옅은 향수 냄새가 나고,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며 안자리로 들어갔다. 
그러니까, 내가 그의 붉은 비단이 되지 않았을까, 
 

철저히 연기를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부산 여행이었다.
모든 것이 다 연기였음을, 연극이어야 함을 조금 알겠다. 그게 결코 거짓이거나, 속임수거나, 악한 것이 아니란 걸 알겠다. 
내 역할을 받고, 
그렇다 문제는 내가 역할을 받아야 한다. 
누군가 날 선택해야 한다. 
그러기에 계속해서 오디션을 봐야 하고 끊임없이 잊히지 않기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역할을 맡고서, 작가, 연출자, 다른 배우들과의 합을 맞춰가야 한다. 
평소 어떤 역할을 맡아도 문제 없이 해낼 수 있을 만큼 준비가 되어야 하고, 
그 역을 잘 소화하도록, 연구하고 연습을 거듭해야 하며, 
 
그걸 이제서야 깨닫다니.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the on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굴의 계절이 왔다.  (0) 2023.12.16
이건희 컬렉션-중고나라, 당근마켓, 번개장터  (1) 2023.12.13
세상을 들다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  (0) 2023.12.11
we work-골콘다,  (0) 2023.12.03
티셔츠 한장,  (0) 2023.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