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중앙 박물관에 이건희 컬렉션을 보러갔다. 모네를 비롯한 엄청난 작품들이 많다고 들었다.
일단 국립 중앙 박물관의 전시 수준이 많이 높아져서, 저절로 자랑스러웠다.
달항아리, 사유상 등의 큐레이션에서 보다시피 예술을 전시하는 품격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드높았다.
이건희는 사실 리움에서도 드러나다 시피, 어쩌면 국립 중앙 박물관보다 더 많은 보화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사후, 기증한 보물이라니,
사실 나는 부잣집 창고나, 부엌 구경한 평범한 여인네였다.
인파가 너무 많이 모여들어, 전시 기한 자체를 늘렸다는데, 실망스러웠다.
특히 한국 현대 수장품에서 더더욱 그랬는데, 한동안 유행했다가 이제는 한물간,
그때는 굉장히 비싼 값에 샀고,
재질도 좋고 바느질도 뛰어나지만,
촌스럽고, 무거워 도저히 손이 가지 않는 메이커 옷들 같았다. 우중충하고 칙칙한 게 버릴 수도 팔수도 없는, 애물단지 같아보였다.
예술은 시대의 모자이크라고 하는데,
그 시대의 우리가 먹고 살기 힘들어, 예술을 할 여력이 없었고,
서양의 것들을 흉내 내기에 급급했을 수도 있고,
이건희가 역시 안목을 키우는데 시간과 경험이 필요했기 때문이겠지.
이상벽인가, 봄의 풍경을 그린 그림 앞에서 나는 상상했다.
그 시대 최고의 화가의 그림을 그들의 식탁에다 걸어두고, 봄을 상찬했으리,
화가도 나도, 그냥 눈을 들어 창밖만 보면 되는 걸,
그들은 굳이 그림으로
그들의 밥상, 그들의 실내와 또 얼마나 어울리지 않았을까 상상하며 고소했다.
저 그림들을 어떻게 모으고 관리했을까, 계속해서 그들의 취향과 입장이 변하기도 했을텐데,
그 전시회에서
중고 명품 가게,
당근 마켓,
빈티지 옷가게를 떠올린 건 나혼자였을까,
시샘이었을까,
성북동 보화각에서는 감사와 놀라움, 경탄과, 비애 가득했거늘,
단 한순간도, 부잣집에서 입다 질려 아름다운 가게에 내놓은 옷가지를 떠올린 적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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