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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es

겨울은 미래 완료

처음 겨울을 맞이한 옛사람들을 상상해보자, 그들은 입성도 변변찮고, 여퉈둔 식량도 하나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기온이 확 떨어지며 온 세상의 생명체들이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그들은 겨울 그 자체 보다, 다시 봄이 올 수 있을까가 더 두렵고 막막했으리.
그들과 달리. 우리는 안다. 언젠가 봄이 온다는 것을, 겨울을 견디다 보면 마침내, 봄이 온다는 것을,
 
겨울은 달고 시원한 계절이다. 11월부터가 겨울이라면, 그즈음부터는, 달고 시원한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무, 배를 시작으로 배추, 굴, 고구마, 사과, 감 등, 희미한 단맛과 시원한 뒷맛을 가진 것들 천지다. 쓰고 추운 겨울을 견디려면 우선 달고 시원한 먹거리들을 넉넉하게 준비해야 한다. 김장하고, 고구마, 배, 무, 감, 사과 등속을 곳간에 쟁여 둬야 한다.
 
황진이가 잘라버리고도, 여전한 겨울밤을 버티려면, 등불을 켜야 한다. 희미한 불빛 아래 바늘귀를 찾아 실을 꿰어야 한다. 코바늘에 갖가지 색실을 모아다 뜨개질해야 한다.
 
기나긴 밤을 밝히는 것은 등불만이 아니다. 이야기야말로 두런두런 어둠을 잊게 한다. 옛날이야기, 봄 여름 가을의 추억들, 이야기를 짓기에도 참 좋은 계절이다.
 
겨울만이 주는 선물들을 기다리고 즐겨야 한다. 해가 늦게 뜨는 그만큼 우린 몇 시간쯤 더 이불 속에서 뭉그적거릴 수 있다. 자고 일어났더니, 온통 하얀 세상이라면, 눈을 밟을 수도 있다. 꽁꽁 언 시냇가에서, 얼음을 지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겨울에는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진다. 사람의 온기와 사람의 체온이 서로를 끌어당긴다. 사랑하는 이의 꽁꽁 얼어붙은 손을 녹여주고, 빨간 볼을 어루만지며, 서로를 꼭 껴안을 수 있다. 하얀 입김을 날리면서,
 
이처럼 현대인의 겨울나기는 “미래 완료” 시제이다. 그러니까, 필연적으로 올 봄을 기준점으로 본 겨울 버텨내기이다. 이윽고 봄은 사방에서 밀어닥친다. 아직 찬 바람 속, 도타운 햇살로, 어느덧 길어진 낮의 길이로, 혹한을 이기고, 간질간질, 밀어 올리는 봉오리들로,
 
혹여라도, 처음 “겨울”을 맞이하였던가? 그 옛날 사람들처럼, 사방이 깜깜하고 추운데 먹을 거 하나 없이 암담하기만 하던가, 그렇다면, 그대들의 지나온 겨울이 모두 “미래 완료” 시제였음을 기억하라. 당신이 처음 겪는 겨울이 그 어떤 것이라 해도, 실직, 실연, 실망, . 그 무엇이라 해도, 봄을 기점으로 바라볼 겨울임을 믿으라,
 
떨어지는 체온을 높이려 곁의 누군가와 안자, 아무도 없다면 내 팔로 나를 안을 수도 있다.
그리고 환하게 밝히자, 촛불이건, 등불이건 뭐든 좋다. 그 빛 아래서, 희미하게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무언가를 먹어보자, 독서등 아래서 세헤라자드 왕비가 돼볼 수도 있다. 이야기처럼 옷을 지어볼 수도 있다. 가끔 겨울 산책에 나서자, 한겨울에도 꿩이나 토끼를 사냥해서, 지고 가는 사냥꾼을 마주칠지도 모른다.
 
우리가 지나온 겨울에 따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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