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을 다녀온 사람들이 내게 하나같이 말했다.
영험하고 신령한 산이라고,
하늘이 허락해야 겨우 백두산을 볼수 있다고,
천지연을 보는 순간 통곡하며 걷게 된다고,
백두산을 꼭 가보라고,
물론 나도 백두산을 오르고 싶다. 다만 장백산이 아닌 박달, 혹은 배달산을 북한에서 오를 작정이다.
한데, 난, 사실 북녁이 열린다면 제일 먼저 금강산에 갈테다.
그리운 금강산을 밟고 싶다.
봄 금강, 여름 봉래, 가을 풍악, 겨울 개골이라 불린다는 산.
금강산은 여성의 산이다.
박씨 부인의 친정이 있는 곳,
포상으로 무엇이건 들어주마던 정조에게 거상 김만덕이 유람하도록 청원한 곳,
전후 뱃길이 열리자 한복 연구가 이영희 선생님이 한복 화보를 찍은 산,
임진 왜란을 끝내는데 큰 공을 세운, 이시백의 딸, 박씨 부인이 나고 자란 곳,
제주도에서 무역으로 큰 돈을 벌어 가난을 구제한 김만덕이 평생 소원으로 가보길 소망한 곳
배우 이영애에게 전통 한복을 입혀 금강산을 배경으로 보그 화보를 찍은 이영희 선생.
조수미 등 한국 음악가들이 앵콜곡으로 가장 많이 부른다는 "그리운 금강산"
그녀들은 모두 금강산 태생이다.
그녀들은 shakespear의 누이들이다. 아니 광개토대왕의 누이들이다.
선덕여왕이고, 허난설헌이며, 사임당이고, 황진이자, 나혜석이고, 박경리, 김연아다.
그렇듯 큰 여인들을 일만 이천봉이나 품은 산이다.
내륙이 사방으로 숨긴 산이나 대륙을 호령함직한 여인들을 품은 산이다.
정선이 몇 번에 걸쳐 유람하고서, 금강 전도를 남긴 곳이다.
큰 여인들을 구메구메 갈피마다 숨긴 금강산을 정선은 마치 드론을 띄운 것처럼, 헬기를 타고 멀리서 조망한 듯 금강전도를 그려냈다.
구글 지도나, 네이버 지도보다 몇 백년 앞서, 그의 눈과 기억으로 금강전도를 그려냈다.
진경산수라 불리는 그의 그림은 중국의 어떤 그림과도 달리 개성적이고 활달하고 웅혼하며, 힘찼다.
진경 산수란 그러니까, 객관적인 풍경의 갈피마다 숨긴 인간의 사연과 뜻을 드러낸 그림을 가리키는 말이리라,
"설악산 VS 지리산 , 한라산VS 백두산" 과 같이 식상한 이분법으로부터 금강산은 자유롭다.
여인들을 낳고 키운 산,
여인들을 품고, 그린 산,
여인들이 기어코 다시 찾아간 산, 금강산,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
철 따라 고운 옷 갈아입은 산,
이름도 아름다워 금강이라네 금강이라네,
나의 금강석은 북쪽에 있다.
지금은 멀리 있다.
지금은 닿을 길이 없다.
그리운 금강산
경원선 열차를 타고 원산서 내린 후, 강원도 금강군까지 걸어도 기껍겠다 .그 날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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