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를 갔을 때 내가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에펠탑이 아니다.
루브르도 아니다.
센 강도 아니다.
까페였다.
빠리 시내의 좁고 낡지만 무지하게 비싼 집에는 없는 거실이, 주방이 바로 거리의 까페란다.
빠리 시내의 좁고 낡지만 무지하게 비싼 집에는 옷을 둘 곳이 없어서, 그들의 스타일은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
세계 최고의 멋쟁이들은 그렇게 탄생했다. 소유는 최소로 하고, 도시에 외주주기, 도시와 나누기, 도시로부터 빌리기
그러니까, 빠리의 공원, 미술관, 까페, 레스토랑, 도서관, 강을 전세계와 나누며 함께 걸으며 보고, 이야기하고 집에, 아니 방으로 돌아가 지쳐서 곧바로 잠들것,
아무리 파리의 야경이 시끄러워도 일찍 푹 잠들것,
도시더러 밤새 반짝이라 시키고,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일어날 것.
그런 전통이 파리와 파리지엔을 낳았다고 믿는다.
한창 공부할 때 좋은 집 놔두고 왜 독서실이냐는 말 많이 들었을 것이다.
물론 요즘은 스터디 까페로 바뀌었겠지만
요즘은 또 멀쩡한 집 놔두고 왜 호텔에서 휴가냐고도 야단이다.
집은 세월과 생활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벽지와 싱크대, 욕조와, 창틀에는 일상의 상처들이 더깨앉아 있다.
가구는 바닥을 뚫고 뿌리를 내려 스크럼을 짜서 우리를 압박해온다.
집중과 환기를 위해 장소를 바꾼다. 여행을 떠나고 잠자리를 바꾼다.
자신을, 낯선 데 두어 삶을 바꿔볼 실마리를 찾으러 떠난다.
달리보이는 것들은 시간도 천천히 흐르게 한다. 시간을 붙들어매고 자신을 몰두할 때 온전한 휴식이 오기도 한다.
고로, 사람들은 집을 나선다.
집에서는 일어나, 아침 먹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비롯한 이런 저런 일을 하다보면 벌써, 12시를 넘는다.
그러면 벌써 하루의 반이 지나버린다.
공항을 , 대륙 횡단 열차를, 유람선을 타면 시간이 훨씬 천천히 밀도있게 흘러갈텐데,
하여, 일어나자마자, 여행 가방을 꾸린다 .
노트북이며 책을 싸들고, 형광등 스위치를 내린다. 집을 나선다.
거리에서라면 시간이 훨씬 더 천천히 흘러간다. 시간을 붙들어 맬 수 있다.
까페에 간다면 반드시 불편한 옷을 입고 가야 한다. 굽 높은 구두, 아끼는 구두, 비싼 구두를 신고, 등이 확 파인 드레스를 입거나, 어깨를 드러내고, 재채기를 하면 터질 듯 딱 붙는, 웃옷을 입고 갈거다. 러플과 주름으로 풍성한 치마를 입을 수도 있다.
그곳에서, 실용성이라곤 하나 없는, 돈 될 가능성이라곤 아예 없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생활의 스위치를 끄고 촛불을, 남포불을 켠다.
촛불은 우리를 균질의 세계로부터 데려온다. 우선 어둠 앞에서 두 손 모으게 한다 , 이른 새벽부터 해질녁에 이르는 모든 조도로, 누구든지 촛불 아래선 극화된다.
공기의 흐름에 따라 일렁이는 불빛, 줄어들었다 늘어나면서, 흔들리던 그림자 ,
예측 불가의 시간을 태운다
일어나자마자 바로 거리로 나간다.
집에 머무르지 않는다.
집에 가두지 않는다.
불을 켜러 밖으로 나간다.
불을 끄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돌아와 다시 불을 밝힌다.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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