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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리치몬드에서 아침을

소세지 굽고, 달걀 프라이해서, 구운 빵, 샐러드와 함께 먹는 브런치가 유행했다. 
 예약하고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있는 브런치 전문 식당도 많았다. 
아이들 학교 보낸 후, 엄마들끼리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밥 먹는 식당은  지금도 성업 중이란다. 
방학내내 아이들 돌보느라 정신없었던 엄마들이 개학 후에  북새통을 이룬다고 한다. 
 
 
느즈막이 일어나서, 간단하고 여유롭게 즐기는 아침 겸 점심,, 
삼시 세끼라는 말이 부담스러워진지 꽤 되었다.
현대인의 신체 활동이 줄어들기도 했고, 
먹을 것이 넘쳐 나고, 영양 과잉으로 건강에도 좋지 않으니, 하루 2끼면 충분하다는 사람들이 늘었다. 
아침 겸 점심으로 간단히 먹고, 저녁은 가족과 함께 혹은 약속으로 제대로 먹는다고 한다. 
 
하루 2끼면 충분하다는 말을 들으면 괘종 소리가 들린다. 12시간 마다 추가 움직이며  괘종이 깊고 그윽하게 울린다.
디지털 시대에 맞춰 사라져버린 아나로그 시계도 아니고, "할아버지 커다란 기둥 괘종 시계"가 울리는 거 같다. 
 
내가 자주 가던 브런치는 리치몬드의 조식 서비스였다. 
밤 늦게까지 일하는데다, 아침잠이 많고 혈압이 낮은지라, 리치몬드에서의 아침은 빵이고, 말씀이었다.
5천원에,  마음껏 갖가지 빵을 먹을 수 있고, 커피 한 잔에 우유랑 주스, 버터, 치즈, 햄, 수제 잼은, 무한대로 계속해서 나왔다. 
 
창업주가 유럽의 식사빵을 처음 국내로 소개해서   당뇨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큰 환영을 받았단다. 귀리빵, 호밀빵, 사우어 도우 등 시중에서 보기 힘든 빵은 하나같이 달지 않았다.  조직이 치밀했으며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났다. 오크빛 묵직한 탁자와, 커다랗고 화려한 샹들리에, 반짝거리는 조리 도구, 짙은 남색 패브릭의 소파에 앉아 아침을 먹으면, 극진한 대접받는 듯 했다. 귀족은 아닐지라도, 내가 지식 노동자라는 게 새삼 자랑스러웠다. 
성미산 앞 도로를 지나가던 자전거며 마을 버스가 이국의 풍경마냥 낯설었다.
파리 오페라 지구, 로마 떼르미니 역, 런던 해머 스미스 , 뉴욕의 Le Pain Quotidien 에서의 아침도 기억났다

 
리치몬드의 아침 역시 늘 사람들로 붐볐다. 외국인, 미식가,  가족,  브런치를 즐기는 학부모들,출근길에 일하며 아침먹는 직장인..,,
 
그 수많은 손님들 중, 
혼자 수요일마다, 오시던  노신사가  기억난다. 
직원들과 눈인사를 나누는 모습으로 보아 단골인 듯했다. 
늘 혼자셨다. 
아마 사별 하셨거나, 아내가 병환 중일지도 모른다.
70대로 보이셨는데, 그 연배의 남자가 혼자, 빵을 먹으러 오는 일은 흔치 않다.더구나, 아침에,
키도 체구도 작으셨다. 
군살 하나 없고, 꼿꼿한 자세였다. 
늘 양복을 단정하게 차려 입으셧다. 
염색하지 않은 머리는 막 감아 드라이하고 다듬은 듯했다. 
바른 자세로, 한 접시에 빵과, 치즈, 햄을 가져다 놓고, 맛있게 드신 후, 눈인사하며 떠나셧다. 
가끔 나와 눈이 마주치기도 했지만, 곧 눈을 돌리셨다. 
 
코로나 이후 리치몬드에서는 아침 식사가 중단되었다 들었다.  10년 넘은 나의 브런치 식당이 사라져버렸다. . 
 
그 분이 만일 빵 사다 집에서 드신다면, 
우유, 햄, 치즈, 홍차, 잼, 버터를 차리고 혼자 드신다해도
정장을 입고 바른 자세로, 딱 한 접시 드셨을까, 
무슨 일을 하셨을까, 
아들이나, 딸, 사위 며느리, 혹은 손주들은 있을까, 
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어째서 사별하거나, 병환 중이라고 짐작했을까,
애당초 미혼이실 수도 있고, 이혼하셨을 수도 있고,
아내는 빵을 싫어해서 오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
.................
.................
 
아니, 내가 그분을 그곳에서 아예 뵌 적조차 없을  수도 있다.  
내 기억의 왜곡 , 착각, 고집 일 수도 있는데, 
 
 
 
코로나 이후 리치몬드에서는 아침 식사가 중단되었다 들었다.  리치몬드에서 아침을 .....먹을 수 없다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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