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거리에서

등잔 밑을 밝히는

한 번역가의 루틴을 들었다.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서, 책상에 앉는 것이 근무의 시작이라고 했다.
책상의 램프를 끄면서 일과가 끝난다고 했다. 
책상 램프를 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방의 스위치도 아니고, 
형광등도 아니고, 
책상 위의 램프를 내리면서 하루가 끝이 나다니. 
 
 

여자 친구에게 선물받은 도자기 인형이란다 ,
그녀와 헤어진 후 물건을 정리하려는데 도저히 버리지 못해 흰색으로 페인트칠해 버렸단다. 
그러고서, 램프 아래 두었더니, 제 자리구나 싶더란다.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 이야기가 선명하길래, 어렵사리  그 도록을 찾아냈다
한데 내 기억속의 도자기 인형과 많이 다르다 
남의 이야기는 내게 흘러 들어와서 내 이야기로 변해버린다. 오롯이 전부 내 것은 없다

 
이미 흰 빛으로 덧칠한 그녀가, 
등잔불 밑을 홀로 밝히고 있다. 
 
내 기억도 등잔 밑인가, 내 기억은 항상 왜 이 모양으로 무엇을 가리고 밝히는가, 
 

'거리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란의 발  (0) 2024.02.22
워낭소리  (0) 2024.02.20
증명 사진  (0) 2024.02.15
리치몬드에서 아침을  (0) 2024.02.13
homeless VS houseless  (0) 2024.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