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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워낭소리

 
결혼식이 끝나고 
이제 어떡하지 싶었다. 
 
땋아서, 스프레이를 잔뜩 뿌려 올린 머리를 풀면서, 이걸 어떡하지.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꽃대궐같은 상을 받으면서도 
이제 어떡하지 싶었다. 
 
신혼집에서  결혼전 물건을 택배로 받았을 때 
이제 어떡하지 싶었다. 
 
병원에서 출산 후 산후 조리원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와 아기와 단 둘만 남았을 때
이제 어떡하지 싶었다. 
 
이제 어떡하지
황망하던 
우두망찰하던
 
 
갑자기 사이렌이 울리면서, 사람들이 다 사라지고, 멈춰 버린 거리에서 나 혼자 남겨진 것 같았다. 
이제 어떡하지. 
 
졸업은 했지만, 갈 곳도 살 집도 아무것도 없던 내가 홀로 서소문에서 서울역 쪽으로 가다가, 
이제 어떡하지. 
 
운전 면허를 따고
차를 사서, 연수를 받고서도 
처음 차를 운전할 때
이제 어떡하지. 
 
두려움, 이물감, 달아나고 싶은 마음, 어쩌자고, 무슨 생각으로 시작했을까 , 하염없이
 
지금도 그렇다
 
이제 어떡하지... 
 
이제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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