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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종의 기원

모교 본관 학적부에 들렀다. 
아마 30년만의 일인 듯, 
벽돌 건물이 아름답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쇄락을 넘어서 퇴락을 느꼈다. 
예전처럼 어두침침한 실내에 퀴퀴한 공기는 고여 혼들이 떠돌아 다닌다해도 믿길 지경이었다.

본관 앞 잔디에 선 김활란 박사 동상은,,,,, 처참했다. 
 
올해초 서울 대학에서 느낀 바도 그러했다. 
대학의 시대가 어쩌면 저물어 가고 있구나,
묵직한 목조 문 속 젊은 직원들이 어색하리만큼 낡았다. 
겨우 건물 외관만 전통과 역사를 지탱하고 있을 뿐 내부는 힘과  활기를 찾을 길 없었다. 
 
나오는 길에 벽감 속 종을 봤다.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들 기다리신다. 
 
고녀들을 불러오던 종소리가 정녕 들리지 않았다. 
종의 기원이 무엇이던가, 
 
가끔 난, 무슨 약인가를 먹고, 몇 백년 후에 다시 깬 인간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아니, 그늘 아래 장기를 두다가 정신 차려보니 이미 수대가 지나버린 후더란 옛 이야기 속 주인공 같을 때가 있다. 
 

나는 종소리를 듣고 깨어났던가, 

그것이 종의 기원인가, 


한 여름 밤의 꿈이라고 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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