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he ones

환기를 찾아서-부암동 연가

사랑하는 이가 생기면 꼭 데려가고 싶은 곳이 있는가

식당, 공원, 놀이터, .. 

내겐 환기 미술관이다. 

나는 그를 종로구 부암동의 환기 미술관을 데려간다. 

세검정 들어서, 흥선 대원군 별장 지나, 부암동 동사무소에서 내려, 동양 방앗간과, 치킨 집을 지나, 아래로 내려가면, 환기 미술관이다. 

그와 나는 환기 미술관에서 다시 만났다 

 

 

우리는 사진을 찍었고, 나중에 보니 그는 아주 슬픈 표정이었다. 

나는 기뻐 어쩔 줄 모르고, 그보다는 내가 더 그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환기 미술관에 데려간다. 수화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우주, 

 

그는 방명록에 이름을 썼고 나는 그런 그를 보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다.

결국 나는 며칠 후 다시 혼자 와서 그 방명록을 찾아내어 그 옆에 이름을 썼다. 

 

그의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환기. 환기시키다. 호도 마음에 들었다. 수화, 벙어리의 이야기. 손으로 이야기 하다.  어쩜 이름도 그리 화가다운가, 

그의 그림도 아내와의 사랑이야기도,  거의 100여년 전에 파리와 뉴욕에 당당히 나간 사연들도 

물론, 

 

하얀 건물도, 비밀스러운 배치도, 산속에 움푹 파여 눈에 띄지 않는 배치도, 그 모든 것이 다 마음에 들었다. 

그에게 나는 환기의 그림을 이야기해줬고, 그는 포스터를 몇장 샀다. 

 

그는 아주 부자라고 했다. 

나는 그렇지 못했다. 

 

그와 나는 까페 에스프레소에서 커피를 마셨고, 윤동주 미술관 길을 지나, 청운동 쪽으로 내려왔다. 

푸른 셔츠를 입은 그는 울었다. 

 

우리는 환기의 점처럼, 무너졌고, 흩어졌고, 베어고, 겹치며, 멀어졌다. 

'the on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 태우려고 해요.  (0) 2023.08.05
복숭아 꽃 살구꽃  (0) 2023.07.31
LP의 추억, turn the table,  (0) 2023.07.31
시오타 치하루 in memory  (0) 2023.07.29
요시다 유니 Alchemy전,  (0) 2023.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