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신의 글쓰기"-김윤식
신문에서 “시간의 수전노, 김윤식"이란 기사를 봤다. 김윤식 선생님이라니. 그를 아주 오랫동안 잊고 지냈다. 서울대 규장각에서 "혼신의 글쓰기"전이 열린다고 한다. 하늘이 열린 개천절, 한글이 태어난 한글날을 품은 10월이다. 절벽처럼 가을이 닥쳤고 햇살은 쨍했다 서울대 교정은 외국인들이 꽤 많이 보였다. 서울 대학교, 규장각에서 하는 김윤식 회고전이라니, 맞춤했다. 규장각이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동학 농민 혁명 기록물, 삼국 유사, 조선 통신사 기록물, 일성록, 조선 왕조 의궤,승정원 일기, 조선 왕조 실록을 품고있단 명패가 서 있다. 별을 품은 집답다. 1층의 창경궁 모형에는 원래 규장각의 위치가 나와있고 한양 읍성의 고지도도 걸려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대동여지도가 걸려있다. 커다란 ..
김민기-대학로, 혜화동, 학전,
김민기 선생님이 소천하셨다. 향년 73세, 젊다. 너무나 젊으시다. 위암으로 가셨다고 한다. 아침 이슬, 백구, 작은 봉우리, 한계령, 타박네야 그는 낮고 서늘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노래하셨다. 훗날 학전 소극장에서 연극과 뮤지컬을 지휘하셨다. 학전 소극장의 거의 모든 연극과 뮤지컬 을 다 보러갔었다. 객석의 불이 꺼지면 맨 뒷자석에 앉아서 무대를 바라보시던 모습 여러번 뵈었다. 어느 겨울 현우랑 함께 연극보고서, 김민기 선생님께 부탁드렸다. 아이와 꼭 사진 한장 찍어주십사하고, 반백에 아주 두터운 목도리를 칭칭 감고 계셨는데 손사래 치시며 자신은 그럴 위인이 아니라셨다. 김민기 선생님이 위인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위인일런지. 혜화동 지기, 대학로의 청년, 학전 연출가, 김민기 선생님이 가셨다. 서울대 병..
바다 100층 짜리 집
성대 천년홀에서 봤다.세상에 유치원생용 뮤지컬인 줄 모르고 갔다.홈플러스에서 무료로 나눠준 표, 내가 점심 대접하겠다고 해서,"중문"서 밥 먹으려했으나, 수요일인데도 문 닫고, 뙈약볕 걸어서 성대 입구 페르시안 궁전, 최악이었다. 세트메뉴가 43000원, 밀가루 잔뜩 든 진짜, 더럽게 맛없는 음식. 절대로 블로그 못믿겠다. 갔더니 애들 바글바글, 갔더니, 무료표 받아온 노인들. 2층 올라가서 커피 마시고, 호스피스 일하는 분이랑, 잠깐 이야기하고 착석, 배를 탄 소녀가 인형을 바다에 빠뜨렸다. 그 인형의 머리, 옷, 가방, 신발이 하나씩 떨어진다. 그것들을 가진 바다 생물들과 인사하며 대신 뭔가 다른 것들을 받아서 결국 뭍으로 올라온다. 이야기 구조 자체는 단순했지만, 그럭저럭 볼만했다. ㅎ 아주 ..
돈키호테
발레 돈키호테를 봤다. 세르반테스가 썼다는 돈키호테, 산초, 로시난테가 나오는 소설은 당연히 본 적이 없다. 무수히 들었다. 풍차를 향해 돌격했다는 둥, 이상주의의 전형이라는 둥, 소문만 무성할 뿐 직접 본 적도, 실제 만난 적도 없는 것들이 어디 소설 "돈키호테 "뿐이랴. 발레 "돈키호테"는 의상, 음악, 안무, 한국 발레리나의 기량 등등 세계 최고 최선이래서 보러갔다. 절대로 기대하면 안된다. 기대가 크면 기쁨과 만족은 그만큼 멀어진다. 그렇게 다짐하며 갔다. 과연 듣던 그대로, 대단했지만 공연 내내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왜 그랬을까? 앞에서, 스무번째 줄이라 무용수의 표정, 땀과 숨도 가깝고, 왼쪽에는 홀로 발레 공연 보러 온 30대 초반의 아리따운 아가씨, 오른쪽에는 8살쯤 되어보이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