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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mphl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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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1900년전 절대 기대하면 안된다.절대 광고를 믿어선 안된다. 전시회 갈때도, 오랫만에 누군가를 만나러 갈 때도 늘 마음에 새긴다. 포스터의 글씨가 참 아름다웠다.우리의 서예처럼 그들도 개성적인 글자체를 뽐내고 있었다. 그리고 에곤 쉴레의 스케치를 본 것만으로 충분하다. 한번의 눈길로, 누군가를 알아보듯, 그의 스케치만으로 충분했다. 얇고 가는 선으로 심장, 폐, 뇌를 찌른다. 영혼에 가 닿는다. 바람에 흔들리는 겨울 나무, 골고다 언덕이 특히 좋았다. 풍경화도 텅비고, 춥고, 단정하면서 끔찍하도록 외로웠다. 1920년대 우리나라 선구적 화가들의 화풍과 닮아있어서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나오는 길에 사춘기 아들과 함께 온 중년의 남자가 내게 사진을 부탁했다. 흔쾌히 카메라 버튼을 여러번 누르며 부자가..
오페라~ 랄라라-송기현님 감사합니다. 82cook 자유 게시판에 "오페라 덕후"라는 분이 때때로, 오페라 공연 정보를 올리셨다. 나야, 뭐 워낙 음악을 잘 모르는데다, 클래식 음악은 문외한이고, 더더군다나 오페라는 관심도 없었다.  참 오페라 가수처럼 아름답고 화려한 삶을 살다 간 마리아 칼라스 공연은 꼭 한번 봤으면 좋겠다 한 적은 있다.  김지윤 전은환의 "롱테이크"에서 푸치니 서거 100주년 기념 컨텐츠를 들으면서 오페라를 봐야겠다 마음 먹었다.  국립 극장 해오름에서 오페라 페스타를  한단다. 현장 구매 하면 반값이었던 기억만 믿고 부랴부랴, 5분전 도착해서 표를 구하려는데,  현장구매세요? 하면서 중년의 남자가 내게 표를 건넨다.어차피 못쓰게 될 거라 괜찮다며 내게 표를 건넨다.뭔가 사례를 하고  싶었으나 괜찮다며 손사래를 친다.1..
"혼신의 글쓰기"-김윤식 신문에서 “시간의 수전노, 김윤식"이란 기사를 봤다. 김윤식 선생님이라니. 그를 아주 오랫동안 잊고 지냈다. 서울대 규장각에서 "혼신의 글쓰기"전이 열린다고 한다. 하늘이 열린 개천절, 한글이 태어난 한글날을 품은 10월이다. 절벽처럼 가을이 닥쳤고 햇살은 쨍했다 서울대 교정은 외국인들이 꽤 많이 보였다. 서울 대학교, 규장각에서 하는 김윤식 회고전이라니, 맞춤했다. 규장각이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동학 농민 혁명 기록물, 삼국 유사, 조선 통신사 기록물, 일성록, 조선 왕조 의궤,승정원 일기, 조선 왕조 실록을 품고있단 명패가 서 있다. 별을 품은 집답다. 1층의 창경궁 모형에는 원래 규장각의 위치가 나와있고 한양 읍성의 고지도도 걸려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대동여지도가 걸려있다. 커다란 ..
시인의 마을 정태춘의 곡이다. 나는 그저그렇다. 교보 문고  현판의 시가 바뀌었다는 기사를 봤다.계절마다 교보문고에는 새로운 시가 걸린다. 그 시를 보면서 계절을 난다.  지하철스크린 도어에도 시가 쓰여있다. 한국 현대시, 고대시, 시민 당선작세계의 명시 등이 골고루 적혀 있다.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시를 읽었다. 이만하면 시인의 마을 아닌가, 서울은,  시가 있는 한 서울은 시인의 마을이다.  시인은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시인은 줄여서 말한다. 시인은 새롭게 말한다. 시인은 때로 아픈 진실을 아름답게 말한다.  내 말 또한 시가 되기를 줄이고 또 줄이기를 새롭기를 참되면서 아름답기를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어느 날 고궁(古宮)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王宮)의 음탕 대신에오십(五十)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옹졸하게 욕을 하고한 번 정정당당하게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越南)파병에 반대하는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이십(二十)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가로놓여 있다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사십야전병원(第四十野戰病院)에 있을 때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개키고 ..
김민기-대학로, 혜화동, 학전, 김민기 선생님이 소천하셨다. 향년 73세, 젊다. 너무나 젊으시다. 위암으로 가셨다고 한다. 아침 이슬, 백구, 작은 봉우리, 한계령, 타박네야 그는 낮고 서늘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노래하셨다. 훗날 학전 소극장에서 연극과 뮤지컬을 지휘하셨다. 학전 소극장의 거의 모든 연극과 뮤지컬 을 다 보러갔었다. 객석의 불이 꺼지면 맨 뒷자석에 앉아서 무대를 바라보시던 모습 여러번 뵈었다. 어느 겨울 현우랑 함께 연극보고서, 김민기 선생님께 부탁드렸다. 아이와 꼭 사진 한장 찍어주십사하고, 반백에 아주 두터운 목도리를 칭칭 감고 계셨는데 손사래 치시며 자신은 그럴 위인이 아니라셨다. 김민기 선생님이 위인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위인일런지. 혜화동 지기, 대학로의 청년, 학전 연출가, 김민기 선생님이 가셨다. 서울대 병..
바다 100층 짜리 집 성대 천년홀에서 봤다.세상에 유치원생용 뮤지컬인 줄 모르고 갔다.홈플러스에서 무료로 나눠준 표, 내가 점심 대접하겠다고 해서,"중문"서 밥 먹으려했으나, 수요일인데도 문 닫고, 뙈약볕 걸어서 성대 입구 페르시안 궁전, 최악이었다. 세트메뉴가 43000원, 밀가루 잔뜩 든 진짜, 더럽게 맛없는 음식. 절대로 블로그 못믿겠다.  갔더니 애들 바글바글, 갔더니, 무료표 받아온 노인들. 2층 올라가서 커피 마시고, 호스피스 일하는 분이랑, 잠깐 이야기하고 착석,  배를 탄 소녀가 인형을 바다에 빠뜨렸다. 그 인형의 머리, 옷, 가방, 신발이 하나씩 떨어진다. 그것들을 가진  바다 생물들과 인사하며 대신 뭔가 다른 것들을 받아서 결국 뭍으로 올라온다. 이야기 구조 자체는 단순했지만, 그럭저럭 볼만했다. ㅎ 아주 ..
돈키호테 발레 돈키호테를 봤다. 세르반테스가 썼다는  돈키호테, 산초, 로시난테가 나오는 소설은 당연히 본 적이 없다. 무수히 들었다. 풍차를 향해 돌격했다는 둥, 이상주의의 전형이라는 둥, 소문만 무성할 뿐 직접 본 적도, 실제 만난 적도 없는 것들이 어디 소설 "돈키호테 "뿐이랴.  발레 "돈키호테"는 의상, 음악, 안무, 한국 발레리나의 기량 등등 세계 최고 최선이래서 보러갔다. 절대로 기대하면 안된다. 기대가 크면 기쁨과 만족은 그만큼 멀어진다. 그렇게 다짐하며 갔다. 과연 듣던 그대로, 대단했지만 공연 내내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왜 그랬을까? 앞에서, 스무번째 줄이라 무용수의 표정, 땀과 숨도 가깝고, 왼쪽에는 홀로 발레 공연 보러 온 30대 초반의 아리따운 아가씨, 오른쪽에는 8살쯤 되어보이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