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 여자 불편해, 최영미
30년동안 따라다닌 최영미 작가, 한동안 그녀의 책을 읽지 못했는데 마침내 ... 참고 느지막히 읽으려했으나 결국 야금야금 다 읽어버렸다. 제목이 참 도발적이다 싶었는데 어째서 그녀에게는 도발적이란 단어가 따라다니는가, 큰 키에 소녀 같은 얼굴을 갖고 있어서인가, 환갑을 넘겼는데도.. 사람들이 그녀더러 하는 말인줄 알고 집어든 책인데 자신의 친구가 프리다 갈로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나도 그랬는데, 프리다 갈로가 불편했는데, 그녀의 글씨, 코코에서 까메오 등장했던 그녀, 남미를 발견하게 해준 그녀 여인의 털을 나는 그녀를 통해 봤다. 갈매기 눈썹과, 팔 다리의 털, 머리카락, 나도 한때 팔 다리의 털을 한창 밀고, 밀수록 더 거칠게 자라는 털을 보며 난감했던 경험이 있다. 동물은 다 털발이라는데 누구보다..
기억을 걷는 시간
아직도 너의 온기를 느끼고, 연리지를 많이 봤다. 남도에 갔을 때 연리지를 봤지, 송광사에서인가, 해남 그 어딘가에서, 나는 도시에서 그것도 합정 주택가에서 연리지를 봤다. 4-50살 정도 먹은 ** 맨숀 같은데, 당인리 길 어디메였다. 이 나무는 어쩌자고, 쇠 난간과 하나가 되어 자랐던가, 앙코르 와트에서 봤던 나무만큼 경외감을 느꼈다 . 저 지하방 창문에는 누가살까, 물이 들어올까, 비가 많이 내리면, 어떤 얼굴에서도 나는 그를 본다. 그와 나는 함께 산다. 망원 합정 상수
Hyper clover
ㅌ 5월이 되어 날씨가 더워지자, 사방에 클로버가, 지천이다. 한 학생이 내게 클로버를 보여준다. 수업하러 오기 전 찾아왔다고 한다. 세 잎 클로버, 토끼풀인가?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을 아니? 네, 행복이요. 사람들이 네 잎 클로버를 찾으려고 하잖아? 행운을 가져다주는 부적이라고, 네, 맞아요. 사람들은 행복과 행운 중 과연 무엇을 더 찾는걸까, 당연히 행복이죠, 행복하기 위해 행운이 필요하다고 믿으니까요. 이렇게 행복은 넘치고, 이렇듯 행운은 갈피갈피 숨겨졌구나, 그래, 자선 장터에서 파전 팔다가 재료가 다 떨어져, 얼떨결에 잔디밭의 잡초 뽑아 넣어 팔았다는 이야기가 기억난다. 부침개에서, 클로버가 나와서, 물어보는 손님에게 당첨을 축하드립니다라며 한그릇 더 주었다는 ㅠㅠ 6월은 hyper clover..
자석이 되리.
너는 N, 나는 S 너는 S 나는 N 서로 다른 것을 아우를 줄 아는 것이 지능이란 정의를 본 적있다. 나와 남편은 서로 다르다. 일단 그는 남, 나는 여 아닌가, ㅎㅎ, 나는 지퍼 따위 열려도 아무렇지도 않지만, 그는 지퍼는 거의 암호라, 반드시 닫혀야 하며 나는 먹다가 뭐 흘려도 아무상관없으나, 그는 닦으며 먹어야 한다. 나는 지능이 모자라 ㅠㅠ 그런 우리의 차이를 아우를 수 없어서 여러번 헤어질 뻔했다. 지금은, 자석이 되어 나침반으로도, 전기로도, 반도체로도 변할 수 있다. 아름다운 기계를 꿈꿨던 애플처럼, 게으른 지성을 움직여보자고 했던 테슬라처럼, 그와 나는 서로를 끌어당기고, 일어나 움직일 것이다.
기형도 전집, -입 속의 검은 잎
기형도 라니. 입속의 검은 잎, 그도 입 속의 검은 잎파리가 되었다. 1991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그는 종로에 있는 한 극장에서 죽었다. 수많은 추측만 있을 뿐 아무도 그 이유는 모른다. 문지에서 나온 그의 시집을 샀고, 질투는 나의 힘, 유년 시절,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뭐 그런 시들 많이 읽었다. 중앙 일보 기자였던 그의 유고들을 모아 만든 기형도 전집을 사서 다 보고, 심지어 그가 출장갔다던 순천, 대구도 따라갔다.... 그랬던 그가, 내 입속의 검은 잎이 되어버렸고, 나는 그를 잊어버렸다. 그러다. sea prayer 를 사러 간 알라딘 중고 책방, 이수점에서, 입속의 검은 잎을 만났다. 계산대로 걸어가던 복도 유리로된 선반 가장 오른 쪽에 그의 얼굴이 실린 기형도 전집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