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빨래터에서 시작되고
지금은 7월 중순, 그러니까, 어쩌면 가을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여름을 드디어 준비했다. 여름이 오면, 나는 빨래를 시작한다. 그것도 흰 빨래들을 물론 벽장속의 선풍기를 꺼내고, 에어컨 필터를 청소하기도 한다. 또 이불 호청을 바꿔 시원한 잠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의 여름은 늘 빨래로 시작한다. 빨래와, 삶기와, 풀먹이기, 다림질로 시작한다. 흰 셔츠, 흰 티, 흰 속옷 등등 모조리 꺼내서, 비누질 잔뜩 해서, 빨거나, 표백 세제를 풀어 며칠 담궈 두거나, 혹은 오래 푹푹 삶는다. 어떤 것들은 풀을 먹이기도 한다. 햇볕에 바짝 마른 옷들을 하나하나 다림질을 한다, 그러다보면, 며칠이 후루룩 지나간다. 해마다 그렇다. 올해는 그냥 넘어가려다, 어제밤 드디어 빨래를 햇다. 새로 샀을..
digestive
과자를 사먹었어다. 아마, 초등학교 때 나온 것 같은데, 영국의 맥비티 사에서, 나온, 우리 나라로, 치면 새우깡 같은 국민 과자인 모양인데, 빨간 포장지에 뚱뚱하고 둥근 과자였다. 그걸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좋아하셔서 사들고, 와 차랑 드시던 모습이 생각이 난다. 초코 다이제 도 있었고, 내게 과자는 기나긴 겨울, 차나, 커피와 먹어, 살 두둥 쪄서, 봄 무렵이면, 옷이 줄어들게 만들 던 것, 밤고구마처럼, 목이 퍽퍽하게 메이고 은은하게 단 것들,
의자,
노회찬 재단에서 책이 왔다. 책의 뒷장에 의석을 늘립시다란 만화를 보고서, 마음이 움직였다. 정의당 의석을 얻기 위해 애쓰다가, 결국, 떠난 노희찬, 최초의 가구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니, 나도, 의자와 함께 살았다. 하루에 열 몇 시간씩 앉아서, 일했고, 의석이 늘때마다 기뻤고, 줄 때 근심스럽고 안타까웠던 기억, 현우 태어나 이유식을 시작했을때 처음 식탁의자를 사주었던 기억, 그 높은데 올라가서, 밥 먹던 귀여운 아기. 신현우, 그에게 의자를 선물하고 싶었고, 내가 처음 산 가구 역시 의자였고, 가장 많이 산 가구도 의자였으며, 그만큼 부셔 버린 적도, 많았다. 내 아버지의 wheel chair를 밀어드리던 기억도 난다. 지금 내게 남아있는 의자를 다 버리고, 난 내년 2월이면 떠난다.
이니스프리의 호도-이니 하고싶은 거 다해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되게 고상한 척하는 여자였다. 우아하고 싶어하는 여자였다. 여전히 그렇지만, 영시반, 영문 감상반 뭐 그런데 가입해서, 영어 책 읽고 뭐 그런 여자였는데, 바이런의 우리 더이상 헤매지 말자 인가 하는 시도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말때문에 더 헤매는 듯,지금도 여전히 헤매는 듯 ㅠㅠ 예이츠 시" 이니스프리의 호도" 란 시도 유명했다. 호두 아니었던가? 왜 호도이지? 전 대통령은 이니라는 애칭으로 불렸는데, 사실 좀 징그러웠다. 특히 이니. 하고 싶은 거 다해. 징그러 82년생 김지영이란,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을 때, 영화를 보고, 난 무지 짜증났다. 모두들 울고 야단이던데, 난 머리끝까지 짜증이 낫다. 유명한 대사 중 하나가 똑같다. 지영아, 하고 싶은 거 다해, 그것도 ..
창백하고 푸른 점
칼 세이건이 한 말이라고 한다. 석학은 천문학을 통해 사람들이, 겸손해지기를 바란다고 했단다. 1990년 보이저 호가, 우주에서 찍은 지구 사진을 보면 창백하고 푸른 점처럼 보인다고 한다. 의대 열풍 속에서 미국에서 광공학을 전공한 학생의 인터뷰를 봤다. 이선우란다. 내 얼굴이 창백하고 푸른 점으로 뒤덮였다. 사람들이 다들 한마디씩했다. 피부과를 가서 치료받으면 좋아진다고, 곰팡이도 그렇네 우리 모두 그렇네, 1990년이면, 내가 우주에 가있던 시간이네, 나는 오늘 아침 inter stellar라는 영화를 ,,, 남편이 보는 것을 지켜봤다. 남편과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면서, 그가 내 아이와 함께 본 영화지. 비가 두려울 정도로 와서, 어쩌면 포기하고, 그냥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걸어서 가기엔 비가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