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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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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스 뚜, 합창하다. 초 중 고 반 대항 합창 대회 했던 기억 나세요? 지나고 보니 참 좋은 활동이었어요. 단언컨데, 합창을 한다면, 학교가 훨씬 좋은 곳이 될 거 같아요. 바람에 커튼이 날리고, 해가 기울어가는 복도를 긴 그림자가 되어 걸어가면, 이윽고 음악실 피아노 반주 소리, 비라도 오는 날이면 소리가 무겁게 발목까지 내려왔죠. 처음에는 악보를 읽을 줄도 몰라, 한마디, 한소절씩 배워가며, 알토, 메조 소프라노, 소프라노, 뭐 그렇게 파트도 나누고요. 전 뭐든 중간이라 ㅋㅋ 소프라노도, 저음이라 더더욱 매력적인 알토도 못하고 늘 메조 ㅋㅋ 나중에서야 남자 합창이 얼마나 멋진 지 알게 되었고요.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꼭 합창단 단원 되고 싶어요. 합창 마치고 어둑해진 교정을 나올 때 오소소한 추위, 혹은 팔다리에 ..
김현식, 먼 북소리,정 호승 풍경 달다, 지음 나는 1991년부터 계속 신촌에 살아왔다. 이제는 신촌이 장림만큼이나 지겨워서, 멀리 떠나고 싶다. 신촌, 장림, 성산 그리고 또 어디가 생각날까 죽기전에, 전설이 된 사람들이 있다. 유 재하, 김 광석, 그리고 김 현식, 음악은 항상, 첫눈에, 아니 첫귀에 반한다. 그러니까, 듣자 마자, 안다. 저건 나의 노래란 걸, 바람이었나, 이별 이야기. 한계령, 하얀 목련, 한사람, 내 마음의 보석 상자, 북한강에서, 진심, 그대는 어디에, 어쩌다 마주친 그대, 그대에게, 조용필, 김건모, 이승철은 물론이고, 김광석도, 김현식도, 나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들이 뛰어난 가수란 것을 알게 되었고 인정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너무 유행하거나, 큰 세력이 되버린 것들에 대한 두..
잘 웃는 사람 나는 유튜브나 인스타를 보면서, 수천명이 재미있다고 올린 것들을 보면, 의아했다. 저게 왜 웃기는가, 어쩔 땐 뭐 저런 게 다 웃긴다고 싶기도 해요. 사실 저야말로 웃기는 것 좋아하는데 말이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주변에 그런 친구들이 있어요. 아무리 하찮고 작은 것에도 뭔가 재미있는 것을 찾아내서, 환하게 웃고, 남에게 이야기 하며 같이 즐기려는 사람들. 그 친구가 말하며 웃는 게 더 재미있어서 듣는 우리도 맥없이 웃게 되던 사람들이요. 그 친구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웃고 즐길 거리를 찾아내는 데 도사였죠. 그러다보니, 어디가도 인기있고, 주변에 사람이 모여들었죠. 반면, 저는 너무 진지하고 뭔가 대단한 것 강박증에 걸려있었죠. ㅎㅎ 50넘은 지금 돌이켜보니, 그런 아주 작은 차이(그런 매우 큰 차이)가..
장 자크 상페의 자전거에게 배움에는 때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배움에는 때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자전거, 현우는 2주마다 한번씩 시험을 보고 집으로 온다. 고기를 먹고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목욕을 한후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다녀온다. 밤 늦었으니, 훤한 낮에 가라고 말을 해도, 젊으니까, 당연히 듣지 않는다. 그게 젊음이니까, 자전거 타고 싶어서, 나도 여러번 시도했다. 그에게는 심지어 약속까지 했다. 네가 있는 곳으로 자전걸르 타고 가겠다고, 한강 천변에 신청자들이 모여서, 자전거 교습을 받았다. 약간 경사진 곳에서 내려오기부터 시작해서 주 1회 씩 3-4개월 계속되었다. 나는 워낙 운동 신경이 둔했기에 두려웠다. 혹시라도 다쳐서, 수업을 하지 못하게 될까봐, 두려웠다. 이빨이 부러질까, 얼굴을 다 갈아버릴까봐, 쓰고..
코로나에 걸렸다. 코로나가 독감으로 분류되어 신고할 의무가 없어진 그 첫날 나는 코로나에 걸렸다. 2019년 12월 10일 중국 시작된 코로나가 전세계를 황폐화시키고, 수많은 이의 목숨을 앗아간지 4년 가까와진다. 초기에는 그러다 말겠지 싶었고, 역시 중국것들이란 싶었고, 밤이면 인적이 사그라들고, 너무나 깜깜했고, 차량 통행마저 줄어들어 흡사 전시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 우리에게 집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처음으로 깨닫고, 곧 좋아지려니 싶었는데..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역적 취급을 당했고, 손을 자주 씻어서 뭉개지다 시피 되었다는 호소에 위생 관념이 다른 사람과는 도저히 같이 살 수 없다는 둥, 그 동안 정부는 돈을 종이조각처럼 전세계에 뿌려댔고, 비대면 서비스..
중요한 건 꺽이지 않는 마음, 포루투갈과 박빙을 승부를 벌이다가, 황희찬과, 손흥민의 그림같은 슛으로 이긴 후, 선수들은 태국기에 "중요한 건 꺽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다. 나는 그때 처음 그 말을 들었다. 그렇군, 울산 현대와 fc서울의 경기를 보다가, 그 말의 유래를 들었다. 한국이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e sports중 LOL이 있다. 그 세계의 별이 페어커와 데프트라고 한다. 그들은 동갑으로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라 한다. 같은 반이라고 들었다. 그 둘은 세계 10위에 드는 최고의 LOL 선수들인데, 그 둘은 신기하게 한국에서도 서울, 더군다나 서울에서도, 강서구, 놀랍게도 강서구에서도, 마포고등 학교 출신에 하필 같은 학년 믿긴 어렵지만, 같은 반이었다고 한다. 일본도 아니고, 미국도 아니라, 중국도 아니요, 유럽도 아닌. ..
가양대교를 건너며 월드컵 공원을 걸어가는데 자전거를 타고 오는 한 남자가 나에게 뭐라고 한다. 자전거 전용 길이니 비키라고, 네 알겠습니다. 한밤중이라, 혼자가는 여자에게 혼자 가는 남자가 말을 걸면, 무섭다. 월드컵 공원 지나 가양대교로 들어섰다. 부지런히 가는데 저만치 한 여인이 신호등 앞에 앉아있다. 아예 철푸턱 다리를 벌리고 앉아있다. 나시에 빨간 몸빼 같은 것을 입고 앉아있다. 숲이 우거지고, 어둑신해서, 모기가 득시글할텐데, 그 분께 여쭈었다. 뭐 좀 도와드릴까요? 아니에요, 누굴 기다리고 있어요. 가로등 아래 그녀의 얼굴은 우는 것 같기도 하고, 웃는 것도 갗았다. 신호등을 건너서, 가는데, 자전거를 타고 가던, 그 중년 남자가 몸을 훽 돌린다. 나보다 작은 키에 등이 굽었고, 팔다리가 새까맣다. 척 보기에도..
테슬라 죽이기. 삼국 통일의 위업을 이룬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선덕 여왕과 김춘추, 그리고 김유신 선덕 여왕과 김춘추는 경주 김씨 김유신은 가야의 후손이라, 김해 김씨 선덕 여왕은 여자라, 추문도 많았고 당나라에서, 우습게 보아, 치욕적인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김춘추는 왕족이긴 하나, 아버지가 즉위 후, 파문을 당한 집안 출신이라 했다. 김유신은 가야의 장군이었던 아버지가, 신라 귀족 가문의 여인과 결혼하여 낳은 아이라, 셋 다 열등감이 많았고, 치욕을 견뎌낸 결과, 삼국 통일을 이뤄냈다고 한다. 아버지가 미남이었던가, 귀족 가문의 여인이 야반 도주하여 김유신을 낳고서야 돌아왔다니. 사랑의 힘이랄까, 호르몬의 힘은 담장을 뛰어넘고, 수세기를 지나 전해 내려온다. 그랬던 만명 부인은, 정작 아들 김유신이 기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