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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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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향기롭게-길상사 머나 먼 것 들이 조화로울 때 서울시 한복판의 절, 재벌들 동네의 절, 요정이었던 절, 마리아의 얼굴을 한 보살이 반기는 절, 길상사, 내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법정 스님의 절, 길상사, 법정스님께서는 "맑고 향기롭게 " 살라셨다. 봉은사에서 수행 중이실 적, 안기부에서 오는 전화를 받다 받다, 결국 박살을 내버리셨다는. 고료가 하루라도 늦으면 출판사에 득달같이 전화해서 "돈 밝히는 중"으로 오해받으셨으나, 많은 이들을 도우셨다는 모진 비바람에도 꿈적않던 가지가 눈이 내리는 밤에 부러지며 타닥타닥거리는 소리를 들으셨다는 음악을 좋아하셔서, 라디오를 사서 들으시다가, 이건 집착이고 소유라, 없애셨다가, 또 어느날 못견디고 음악을 들이셨다는 젊은 수행자 시절 함께 한, 남도 출신의 동무 수연 스님을 그리워하시..
Just the way you are-Bruno Mars VS Billy JoelVS김광진 내한 공연 때 " 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는 브루노 마스, 안녕 하세요, 사랑합니다 대신 " 보고 싶어요" 라고 인사한 Bruno Mars, 나는 그를 Just the way you are를 부른 키 작고, 맑은 얼굴을 한 가수로 기억한다. 언젠가 수업 시간에 그의 노래를 들어보고 하나하나 해석하면서 공부했었다. 뭔가, 좀 어색해하고 재미없어 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다시는 하지 않았다. (첫)사랑에 빠진 남자가, 어여뻐서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을 노래했는데, 사랑과 이별만큼 큰 에너지를 주는 게 있을까, 더더군다나, 첫 사랑만큼, 물론 녀석의 첫사랑은 어머니인 나려니. ㅋㅋㅋ (네 어릴 적 내게 얼마나 큰 사랑을 보였는지 모른다. 밤잠도 안자고, 칭얼거리기, 새벽같이 일어나서, 하루종일 나만 따라다니기, ..
다시 사랑한다면- 하단에서 낙동강이 끝나는 곳이다. 대학가라 예전에는 젊음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지금은 병원이 참 많다. 큰 건물 전체가 다 병원이다. 그런 건물들이 즐비하다. 그 사이 하단 5일장이 있다. 빨간 플라스틱 바구니에 과일이며 야채가 즐비하고, 김이 올라가는 시루 앞에는 떡들이 놓여있다.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먹을 것과 먹을 사람들이 서로를 가열차게 바라보고 있다. 하단, 바다가 시작하는 곳일까, 강이 끝나가는 곳일까 누군가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믿고 기댈 수 있는, 날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은 아주 갈급했다. 그건 내게 물처럼 귀했다. 그건 내게 강처럼 필요했다. 그건 내게 바다처럼 멀었다. 그동안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제 성적으로 끌리는가, 보겠다. 호호, 50대 들어서 주책이..
푸산행, SRT 서울역에서 부산역을 갔다. 거의 50년, 30년 전부터는 일년에 몇 번정도, 서울과 부산을 오고 간다. 그는 SRT를 꽤 자주 이용하는 듯 한데, 나는 낯설다. 수서역은 내게 동대구, 천안 아산처럼 지나쳐가는 역이다. 10시 40분 마지막 기차를 타고, 남쪽 도시로 간다. 1시 좀 넘어 부산역에 도착하면 광장을 건너, 초량쪽 횡단 보도를 건너, 심야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타고 갈 예정이다. 누군가 날 맞이하러 나올까, 지금 내 가방은 노트북과, 그의 트렉화, 각종 전선들로 가득하다. 급히 열차표를 구하느라, 제대로 챙겨오질 못했다. 김현식의 노래를 들으면서 왔다. "사랑했어요" "떠나가버렸네" "추억 만들기" "한국 사람" " 봄 여름 가을 겨울" "골목길" "쓸쓸한 오후" 남자답게 잘 생긴 그가 홀릴..
경기도 고양에 가는 법, 바람은 차도, 햇살이 좋은 오전 한강 건너 합정으로 가는데 야옹, 야옹 야옹 야옹 옆을 보니, 고양이를 케이지에 넣고 탄 젊은이네요. 저는 원래 동물 싫어하는데다, 고양이가 버스에서 계속 우니, 좀 짜증스럽긴 했습니다. 고양이 쪽을 보면서 활짝 웃으며 애야 이제 좀 그만 울어라, 아니면 좀 작게 울던가, 그랬더니, 고양이 주인도 활짝 웃더라고요. 고양이 표정을 못봤습니다. 우는 고양이 입을 막을 수도 없고, 어쩌겠어요. 저는 합정역에서 내렸는데 그도 함께 내리길래 혹시 나때문에 그랬을까 아주 조금 신경쓰이긴 합니다. 여기서 잠깐, 정거장에서 내린 후 고양이가 더 심하게 울긴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제 말을 듣긴 들은 거죠 ㅎㅎ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Strike while the iron is hot.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이런 해석을 보면서 의문을 갖는 학생이 되길 바랍니다. ​ 쇠가 뜨거울 동안 치라인데? 철판이 뜨거워지면 고기를 구워야 하는 거 아닌가, 쇠가 뜨거우면 절대로 만지면 안되는데, 쇠를 뜨겁게 해도 안되는 거 아닌가? ​ 예컨대 "낫놓고 기역자도 모른다." "우물물에서 숭늉 찾는다. " 이런 우리 속담이 지금 우리의 현실과 동 떨어져 있듯이 "Strike while the iron is hot" 도 마찬가지입니다. ​ 김, 박, 이처럼 흔한 성, Smith는 그 조상들이 대장간같은 제조업을 했습니다. ​ 그들은 커다란 풀무 앞에서 뜨겁게 불을 피우고, 고철을 달군 후, 쾅쾅 내리쳐 모양을 만들어새로운 도구를 만들어냈지요. 시뻘겋..
달 항아리 저는 가끔 곳간에 갑니다. 제 보물들을 숨겨둔 곳이죠. ​ 바로 국립 중앙 박물관, 리움, 경주 국립 박물관...... ​ 어떤 날은 상감 청자를 꺼내어 플레이팅을 합니다. ㅎㅎㅎ 요즘같이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옥색 상감 운학문 매병에 물을 따라 마시는 게 낙이랍니다. ​ 또 마음이 복잡한 어느 날은 반가 사유상 앞에 섭니다. 함께 가부좌를 틀고 고개를 살짝 기울인채 미소지어봅니다. ​ 현우가 어릴 적 함께 가지고 놀던 찰흙들은 가야 토우들과 같이 두었답니다. ​ 뒤주 위 눈에 띄는 곳에는 달 항아리가 있습니다. 하얗지만, 노르끼리하기도 하고 푸른 빛도 감돌며 때로는 회백이 띄기도 합니다. 아무 문양은 없지만 자세히 보면 도공의 숨결이랄까요 바람이랄까요. 기랄까요. 그런 흐름이 전체를 에워싸고 있어요...
냉면에 대하여(feat 낭만에 대하여) 원래는 이북음식이었다지요. 남한으로 피난온 북쪽 사람들이 고향의 맛을 그리며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속초의 명태 냉면, 부산의 밀면이 그렇듯, 그들은 고향을 그리며 타향의 물과 땅을 비볐습니다. 한 그릇 으로 말아 후루룩 먹고 국물까지 말끔이 비어내었어요. 그 추운 곳에서 , 그 겨울 , 얼음 낀 찬 국물에 메밀면을 말아서 먹었다는 것도 생각해보면 신기합니다. 여름엔 이열 치열, 겨울엔 이한 치한이란 말인가? ​ 그러다가 다시 냉면이 우리 모두의 상에 올라왔습니다. 옥류관의 냉면입니다. 그러니까, 북한과의 관계가 좋아지려할 때마다 그들은 밥상에 옥류관의 냉면을 올렸습니다. ​ 북한과 외교 관계가 있는 국가에 가면 그 냉면을 맛 볼 수 있다지만, 저는 그 맛이 궁금했습니다. 꿩육수는 어떤 맛일까, 순메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