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다 유니 Alchemy전,
Alchemist란 책이 초대형 베스트 셀러였던 시절이 있다. 파올로 코엘료가 썼다. 연금술사, 그러니까, 파올로 코엘료는 영업 비밀을 까발린 셈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 연금술사이다. 특히 기업가들, 예술가들은 더더욱 그렇다. 다른 물질로 황금을 만들어내는 것,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건 gold rush는 계속되고 있다. 그 와중에 돈을 버는 사람들은 청바지, 곡갱이, 그리고, 먹을 거리를 판 이들이라지 않는가, 일본에서 연금술사가 왔다. 요시다 유니, 내가 본 작품들은 아마도 여러매체의 광고에 쓰인 이미지 같은데, 일본 아티스트 답게 길고 검은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양지만 양지만, 꽃길만 꽃길만 밟아온 자같았다. 물론 신기하고 아름다웠지만, 감동을 받거나 마음이 뜨거워진 것은 아니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
요기요, 저 좀 꺼내 주세요.
36도였고, 베란다에 수세미와 장갑을 가지러 나갔다. 그런데 미닫이문이 닫히더니 열리지 않는다. 작은방쪽 창으로 들어가려고 했더니, 창도 잠겨있다. 무슨 일인가, 며칠전만 해도 열렸는데, 꼼짝없이 갇힌 셈이다. 26동 앞에는 놀이터가 있다. 여기요, 여기요 여기요. 요기요, 라고 하지 않아서인가 아무리 불러도 사람들이 그냥 지나간다. 급기야, 에어컨 실외기 쪽에 매달려 불러도 사람이, 쳐다보기만 할뿐 그냥 지나간다. 아예 듣지도 않는 사람도 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아래층은 암환자가 있어서, 소리에 예민하다더니, 층간 소음으로 2번이나 항의하러 와놓고, 내다보지도 않는다. 저 멀리서 꼬마를 데리고 한 여인이 온다. 무슨 일이에요? 아이를 두고, 내쪽으로 빨리온다. 문이 잠겨서 나갈 수 가 없다고 비밀..
분홍의 기억,
5살먹은 조카는 지금 한창 분홍에 빠져있다. ㅎㅎ 여자 아이가 태어나면, 온통 분홍으로 차림해주기도 한다는데. 대학 다닐때 나는 미아동 큰 아버지 댁에서 통학했다. 나의 아버지는 나를 못미더워해서, 기숙사가 아니라면 반드시 친지들과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셨으니까, 미아, 얼마나 이상한 동네인가, 아이를 잃어버리다. 한많은 미아리 고개, 미아리 사창가, 어릴 적, 삼양동, 봉천동 큰댁은 적어도 서울이라, 동경의 대상이었는데, 깍쟁이 서울내기들 중에서도 본좌인, 이화대학 그 중에서도 영문과를 다녔던 나는 친구들에게 내가 사는 곳을 말하기 어려웠다. 일단 한번만에 알아먹는 애들이 없었다. 내 이름도 한번만에 알아먹는 애들이 없었고, 나는 늘 주눅이 들었다. 부산에서 살던 곳도 장림이라, the blind냐고 놀..
이젠 잊기로 해요.
내가 삼성 여고, 1학년때 김완선이 나왔다. 모두들 깜짝놀라며 너무 멋있다고 야단이었지만, 나는 별로였다. 일단 너무 날나리 양아치 같았다. 얼굴도, 춤도, 옷차림도 모두, 노래도 좀 이상하고, 목소리도 이상하고, 그러나, 내가 누구인가, 나는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에 당장 입단할 수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반열에 오를만큼 뛰어난 연주를 한다. 뒷북이란 악기로, 아주 나중에야 나는 그녀가 얼마나 고혹적인지 그녀의 몸이 얼마나 가늘고 긴지 그녀의 춤선이 얼마나 독특하고 빼어난지 느끼고, 어쩜 저리 시대를 어쩜 저리 나라를 잘못 타고 났을꼬 한탄하게 되었다. 그녀가 엉엉울며, 은퇴 선언하던날 엉엉 울며 "이젠 잊기로 해요"를 불렀다. 수십년이 지나고, 길고 검은 민소매 드레스를 입고서 관중들을 향해 환히..
white 50가지 그림자,
나는 검정을 사랑했다. 짙은 남색을 즐겨 입었고, 보라와, 노랑,... 적다보니, 거의 모든 색을 사랑한 셈이다. 흰색은 아름답지만, 관리를 잘해야 하고, 한철 입다가 말기에 부담스러웠다. 랄프 로렌은 약, 50개의 흰색을 구별하고 쓴다고 들었다. 랄르로렌이란 상표가 그렇겠지. 랄프 로렌이란 사람이 아니라, 흰 색은 그냥 흰색이 아니다. 적어도, 50개의 그림자를 갖고 있다. 한강도 흰이란 책을 썼고, 그녀의 작품집에 영감을 받은 일본의 예술가는 설치 미술을 만들었다. 하얀 것들이 그림자를 갖고 있다는 거 신기하지 않은가, 검정도 아니고, 흰색에게서, 검정이 나오다니.
한끝차이. 버킨vs 버킷
제인 버킨이 별세했다. 버킨 백의 주인공으로 유명하다는데, 젊은 시절의 그녀를 보면, 50년의 지난 지금 봐도, 멋지다. 짧은 앞머리. 긴 생머리, 가늘고 긴 몸, 청바지에 몸에 딱붙는 티를 입고, 둥근 바구니를 든 그녀, 사시사철 바구니를 들고 다녔다는 그녀, 영원한 청춘의 초상이지 싶은 그녀, 그녀의 노래도 별로, 그녀의 해진 버킨 백도 별로지만, 난 젊은 날의 그녀가, 속옷입지 않고 다닌 것은 참으로 멋있다. 가슴이 축 처지고, 더이상 여성미에 관심이 없는 중년여인들이 브라를 입지 않는 것은 익숙하다. 그러나, 꽃다운 나이의 제인 버킨이 브라 생략한 옷차림은 다르다, 아름답다. 신선하다. 한 발 아니, 몇 발 앞서나간다 싶다. 시원하고 섹시하다. 신이 그녀처럼, 한 바구니에 모든 것을 다 담아준 사..
ZARA의 계절,
나의 의생활은 자라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자라가 그렇게 대단한 관심을 받던 시절에 나는 거북이 친구인가벼, 뭐 그 정도로 생각했다. 그때만 해도, 나는 백화점이나 아웃렛 가서, 세일하는 옷을 사는 게 돈 버는 길 인 줄 알았다, 그 수많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옷을 사본 적 없었으니, 그 후 직구니 뭐니, 떠들썩 할때도, 변화구의 반대말인가? 돌직구란 소린가, 하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나의 첫 자라는 서울역 자라 매장에서 산 검정 드레스였다. 2-3만원 주고 산 드레스를 꽤 잘 입었다. 옷 좀 입는다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라의 광팬이라는데 대체 저런 옷을 누가 입을까 하는 생각은 변함없었다. 그러다가, 세일하는 자라에서, 옷을 사기 시작했다., 바짓단 고칠 필요없이 허리, 엉덩이..
흰 티는 기본템
몇년 전 모 방송국에서, 아나운서 면접을 흰티와 청바지 입은 모습으로 보겠다고 했다. 면접 하느라, 너무나 많은 돈과 시간을 쓰는데 비난이 일자 그 대안으로 나온 방침이다. 모두들 참신하다고 박수쳤지만, 나는 청바지와 흰 티 차림이야말로, 한 사람의 타고남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도저히, 돌발 변수가 전혀 없는 잔인한 시험이다 싶었다. 청바지에 흰 티처럼 어려운 차림이 또 있을까, 어깨, 팔의 길이, 목의 두께와 길이. 가슴와, 흉통, 허리와 등, 상체의 모든 것들을 적당히 감싸며, 적절히 드러내야 한다. 흰 색은, 말이 쉬워 흰 색이지, 그 얼마나 스펙트럼이 다양한다. 거기 더해, 사람의 머리카락, 피부색 등 변수는 또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무엇보다, 흰티는 청춘의 옷이다. 빛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