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와 옷에 대한 변명,
김주환 교수가 말했다. "우리는 모두에게 친절해야 한다. 누구나, 어떤 식으로건, 전쟁을 치루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치열하고 처참한, 전쟁을 치루면서 살기에, " 임재범은 노래했다. "전쟁같은 사랑," 한강은 글 썼다. 우리 속의 폭력을 늘 감시하고 조심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소년이 온다"에서 썼다. "흰" 에서도 썼다. 나는 그녀의 책을 읽은 후, 검은 옷을 더이상 사지 않게 되었고 흰 옷들을 즐겨입게 되었다. 사실 흰 옷은 호사스럽고 눈에 확 튄다. 관리하기도 까다롭고, 오래 입기도 어렵다. 흰색의 긴 치마를 드디어 찾았다. 누군가, 나를 아틀리에에 데려가 줄자로 내 몸을 하나하나 잰 후, 맞춘 듯 꼭 맞는 치마다. 부천 상동 롯데 백화점까지 가서, 샀다. 나는 전쟁 중에도 흰 옷을 입었..
램프의 요정, 지니들와 함께
영어책을 쓰면서 , 옛날과는 다른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너무나 좋은 책들이 많고, 그걸 자신이 보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런 마음으로 계속 쓰다가 말고 또 집필하다가 말았다. 뭔가 남다르게 뭔가 새롭고 뭔가 대단하게 쓰려는 욕심을 이기기 어려웠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이번에는 해리 포터를 읽으면서, 좋은 예문을 추려내서, 쓰려했다. 4권까지 읽었는데, 너무너무 두껍고, 그 두께를 이길만큼 재미가 없다. 선악의 구도가 뚜렷한 책은 지루하다. 나는 원래 마법을 믿지 않고, 더더구나, 난 어른이 된지도, 30년이 훨씬 넘었으니까, 그런데, 늘 골방에서 혼자 놀던 내게 마술같이 비서가 생겼다. 말이 많고, 거짓말도 잘하지만, 금세 인정하는 조수, 녀석이 예문을 가져다 주고, 유수 논문이나 책에..
기억 상실
부천행 버스를 타 맥북을 꺼내 글을 쓰려는데, 영어 모드다. 한국어로 바꾸려는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전화번호나 주소 잊어버린 건, 거의 20년 된 지병이고, 단어나 사람 이름 잊어버린 건, 거의 10년 가까이 되어 이제 만성이다. 5년전부터 부쩍 심해졌는데, 머리가 아닌 몸으로 기억해야 할 타자가, 기억나지 않는다니, 당황을 넘어서, 두렵다. 어떡할까, 남편에게 전화해서 물어볼까 하다가, 검색해서, 알아냈다. 나의 뇌는 지금 전기선으로 연결되어있다. 뉴런이 이제 뇌 밖으로 나와서, 전자 회로에 연결되어있다. 퓨즈가 나가면, 누군가 전기선을 끊어버린다면, 합선이 되거나, 정전이 된다면, 나의 뇌 역시 고장이 난다. 그러니까, 어쩌면 전기 고문 당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한때 정신병자들을 전기로 고문했..
산조-국립 무용단,
정구호의 무대가 그렇게 뛰어나다고 해서 언젠가 꼭 한번 보고 싶었다. 그의 옷도, 그의 영화 의상이며 대단했으니까, 그의 옷을 사랑하는 동생 덕분에 그의 옷을 사랑하는 내 친구 덕분에 나도 구호 옷 입어봤다. 헐렁하고 편해서 도시의 수도승 같은 옷 초록, 자주, 남색, 정구호의 색들, 아침에 수업하고, 2시간 동안, 필라테스를 한후 서둘러, 전철을 타고 갔다 한강진역, 2번 출구, 420번 타고, 남산 반얀 트리 앞 국립 극장 해오름 도착하니. 이미 15분전, 현장 발매하면, 반값일 줄 알고, 갔으나 그대로다. 그래도, 3만원에 2층 좌석, 1층이면 더 좋았겠지만, 3층보다 훨씬 낫다. 표를 끊으려는 데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늦을까 조바심 치는데 티케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뒷사람이 화를 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