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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양대교를 건너며 월드컵 공원을 걸어가는데 자전거를 타고 오는 한 남자가 나에게 뭐라고 한다. 자전거 전용 길이니 비키라고, 네 알겠습니다. 한밤중이라, 혼자가는 여자에게 혼자 가는 남자가 말을 걸면, 무섭다. 월드컵 공원 지나 가양대교로 들어섰다. 부지런히 가는데 저만치 한 여인이 신호등 앞에 앉아있다. 아예 철푸턱 다리를 벌리고 앉아있다. 나시에 빨간 몸빼 같은 것을 입고 앉아있다. 숲이 우거지고, 어둑신해서, 모기가 득시글할텐데, 그 분께 여쭈었다. 뭐 좀 도와드릴까요? 아니에요, 누굴 기다리고 있어요. 가로등 아래 그녀의 얼굴은 우는 것 같기도 하고, 웃는 것도 갗았다. 신호등을 건너서, 가는데, 자전거를 타고 가던, 그 중년 남자가 몸을 훽 돌린다. 나보다 작은 키에 등이 굽었고, 팔다리가 새까맣다. 척 보기에도..
마른꽃-박완서 누구에게나 여자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누구에게나 남자로 돌아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남여 사이를 지속하게 하는 아교는 정욕이다. 찍어붙이기 하지 마라, 노년의 성에 대한 책이다. 노인과 밥솥 남자 노인을 치워버리기 위한 젊은 여자들의 해치우기, 소위 말하는 지식인들의 그물이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되어, 우리를 얽어매는가, 이야기 얼개가 끝내준다. Aquamarine, 바다에 사랑하는 여인을 잃어버린 한 남자가, 독하게 모은 보석이 한 푸대, 그게 바로 아쿠아 마린. 조선 호텔 근처에서, 보석상하던 친구 그 친구랑 카사노바 가면 보이던 노년의 부부에 대한 묘사, 대구의 결혼 식장, 혼자 분홍 한복 입고 갔다가, 표 겨우 구해 오다가,조 박사랑, 같이 구해서 고속 버스 타고 서울 올라오는 거, 런던 포그 강..
elemental,-그 여자네 집. ember @ waver의 사랑이야기. 사람의 상상력과 창의력, 끈기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알게 한 영화, 아무리 낡고, 헤지고, 이상하더라도 그 녀가 있다는 이유 하나로, melting pot이 된 곳, 물 공기 불 , 흙, 내가 그렇게 화난 이유를, 그가 내게 끌리고 그가 운 이유를 알게 한 영화, 모래를 녹여서, 유리를 만들고, 그걸고 조각하고, 특히 댐을 막을 때 evaporate, extinguish, lose tempter take over the shop 그녀가 화를 낼 때 , 남들이 날 어떻게 볼지, 어떤 느낌이 들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이 발이 없는 것도, 엠버가 입고 다니던 후드도, 웨이버가 기화되었다가, 눈물을 흘리면서, 다시 되살아나는 것, 서로 거리를 두는 것, K장녀의 이야기..
그럴 수 있어-양희은 양희은의 40년 팬이다. 삼촌이 불온한 분위기를 풍기며 알려주던, "아침이슬" 부터, 송창식과, 씩씩하게 웃으며 부르던 "한 사람 곁에" 그녀는 푸른 드레스를 입었지. 중학교 때 "하얀 목련"을 듣고도 마냥 좋았다. 그러니까, 나는 분위기를 잘 못타는 좀 이상한 애였던 거다. 노래방이나, 장기 자랑에서도, 분위기 깨는, 흥을 돋우지 못하고 어색한 공기를 몰고 오는, 재수할 때는 "한계령"을 그에게 많이 불러줬다. 20대는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로 건너왔다. 40대에는 노무현 대통령 장례식에서 "상록수" 들으며 사람들과 많이 울었다. 그때 그녀는 만신이었다. 그냥 우리나라 대표 무당이자, 소리꾼이었다. 일산의 어느 마트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난 적이 있었다. "이세이 미야케" 할인 판매장이었는데, 너무..
그 여자네 집- Elemental. 박완서의 "그 여자네 집" 을 읽었다. " 그 남자네 집" 이 장편이라면, "그 여자네 집"은 단편이고, 실은 김용택의 "그 여자네 집" 이란 시가 다 했다. 이 소설은, 소설 속의 곱단이네 집. 순애의 집. 그리고, 커지고 또 커져서, 신의주 그 집, 압록강 너머 그 집들, 서울의 그 집, 살다가 다 두고 떠날 이승의 모든 집들,,, 내 집이 그에게는 어떤 " 그 여자네 집"으로 기억될까, 심장이 옥죈다. 그 여자네 집으로, 장림의 그 집, 이화 대학 기숙사, 봉원동의 하숙집, 자취방, 그리고,,,, 상암동의..... 어제 본 영화, "Elemental" 에 나오는 element city의 fire place가 그 여자네 집이다. waver가 빨려들어간, 그 여자네 집.
테슬라 죽이기. 삼국 통일의 위업을 이룬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선덕 여왕과 김춘추, 그리고 김유신 선덕 여왕과 김춘추는 경주 김씨 김유신은 가야의 후손이라, 김해 김씨 선덕 여왕은 여자라, 추문도 많았고 당나라에서, 우습게 보아, 치욕적인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김춘추는 왕족이긴 하나, 아버지가 즉위 후, 파문을 당한 집안 출신이라 했다. 김유신은 가야의 장군이었던 아버지가, 신라 귀족 가문의 여인과 결혼하여 낳은 아이라, 셋 다 열등감이 많았고, 치욕을 견뎌낸 결과, 삼국 통일을 이뤄냈다고 한다. 아버지가 미남이었던가, 귀족 가문의 여인이 야반 도주하여 김유신을 낳고서야 돌아왔다니. 사랑의 힘이랄까, 호르몬의 힘은 담장을 뛰어넘고, 수세기를 지나 전해 내려온다. 그랬던 만명 부인은, 정작 아들 김유신이 기녀..
스스로를 비둘기라 믿는 까치에게- citizen you 작가의 이름부터 참, 무릎을 친다. 유시민, 영어로 Citizen You. ㅎㅎ 그의 신간,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라는 제목을 듣자마자, 무릎을 탁 쳤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이 아마존에서 how to buy로 번역되어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참 웃었는데... 문과, 남자, 과학, 공부 라는 단어의 조합이 얼마나 신선한가, 며칠 전 남편의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성적표를 보다가 "과학"대신 "자연"이란 과목이 있어서 재미있었던 기억도 났다. 지구과학, 생명(생물 대신), 물리, 화학, 대신 과학도 아니고, 자연이라니. 남편의 40년 전 성적표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내 남편 역시 문과 남자이고, 자연 공부에서 멈추어있다. ㅎㅎ, 유시민은 사회 생물학자 최재천과의 대화에서, "코스모스"랑 ..
깻잎처럼, 다정한 그가 일러줬다. 깻잎을 뒤집어서 쌈 싸먹으면 입 천장이 꺼끌거리지 않아, 모두들 신기해 하면서도 다음에 만나면 그대로 쌈 싸먹더라... 나도 그들 중 하나다. 대학 다닐 때 같은 방을 쓰던 얼굴이 작고 이쁘던 약대생은, 엄마가 "얼굴이 깻잎만 해가지고" 라 했다고 한다. 그녀는 정말로 깻잎같은 얼굴을 가졌다. 깻잎을 수시로 먹으면 살 빠진다는 말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깻잎을 왜 먹을까 몰랐다. 수백장의 깻잎을 다듬고 씻어서, 한장씩 펴서, 양념장을 발라 묵혀 먹는 김치도, 장아찌도, 쌈채소로도, 좋아한 적이 없다. 결혼하고 나서, 전을 좋아한다는 남편에게 깻잎전을 만들어 준적이 있다. 그는 아주 고집센 입맛을 갖고 있어서 어릴 적 먹던 맛과 다르면 곧 수저를 내려놨다. 깻잎으로 한 음식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