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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생일상-소소소 할머니는 네 생일에 맞춰 부산에서 음식을 보내주셨다. 내장을 솎아 낸후, 소금을 뿌려 햇볕에 잘 말린 생선, 구이용 소고기, 좋은 참기름 듬뿍 넣고, 기장 미역 오래도록 볶다가, 고기를 넘치도록 넣어 끓이신 미역국, 네 백일상은 외할머니가 차려주셨어, 수수팥떡, 수박, 사과, 참외, 케익 사서 명줄 길라고 목에 명주실을 둘러 주셨지, 그때 넌 눈에 잠이 잔뜩 들어 알록달록한 과일들을 쳐다보고 있었단다. 할아버지가 널 안고, 계셨어. 첫돌상은 신사동 제우스, 양가 친지들과 아버지 어머니의 지인들이 모두 모여 너의 첫 생일을 축하해주셨는데, 야구르트 빌딩이라 밥맛이 특히 좋았단다. 호텔 뷔페에서 하고 싶었지만, 그건 지금이라도 둘째를 낳으면 가능할 듯, 혹은 네 아이 혹은 우리의 손주, 다시 양가의 첫 손주..
3. 그릇과 수저 네가 혼자 밥을 먹게 되자, 엄마는 연희동, 한국 도자기에 가서, 네 밥 그릇과 국그릇 그리고, 물잔을 샀더랬다. 물론 넌 아들이니 푸른 색. ㅋㅋ 물고기, 바다가 그려진 그릇인데 아직도 있다. 도자기로 된 그릇을 네게 선물했었지. 네 아기에게도 그 그릇과 컵을 물려준다면, 흐뭇하겠다. 나중에 네게 독립해 나갈때에도 네게 그릇과 수저를 챙겨줄 때 엄마는 참 행복하더라, 딸에게 혼수를 마련해주는 마음이 그럴까, 엄마가 처음 자취해서 산 그릇, 결혼해서 산 그릇, 큰 마음먹고 산 철유보다 네게 처음 사준 도자, 네 도시락, 보온 밥통이 더 기억남는다,
2. 네 첫 외식,-스파게티 엄마가 널 키우느라 여념 없다. 엄마 친구들을 홍대 입구서 만났지. 엄마 친구들이 건호와 지원이를 임신했을 때였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만났지. 아마 피자, 스파게티 뭐 그런 걸 시킨 거 같은데, 그때 넌 처음으로 외식을 했을거야, 스파게티를 손으로 쥐고 먹더라고, 달고 맛이 진해서인지 먹더니 나중에 얼굴에 뭔가 나서, 고생했단다. 식탁 의자에 앉아서, 먹던 네가 기억이 난다. 물론 토끼와 여우에서 만난 친구들이랑 놀러 가거나 한살림에서 가는 소풍에서도 이런 저런 음식들 많이 먹어씨. 넌 어릴 적 아토피가 심해서, 몸에 짓물이 날 정도로 고생했어. 네 몸 크기에 비해 음식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기에 네가 먹을 고기, 야채는 백화점이나 유기농 매장에 가서 아주 조금씩이지만, 최고로 좋은 것만 사오던 기억이 ..
1. 네가 처음 먹은 똥과 젖, 엄마가 널 임신했을 때 갑자기, 담배 냄새가 싫어졌다. 입덧이 심해서, 어떤 음식도 먹을 수가 없었다. 입덧이 잠잠해질 무렵에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었다. 하겐다즈를 매일 한통씩 먹고 잤더랬다. 그러다가 충무 김밥을 그렇게 먹고 싶었다. 김에 흰 쌀밥만 싸서, 무우김치랑 오징어를 무친 것을 먹고 싶어서 압구정 현대 백화점에 자주 갔다 그리고 입덧이 진정되고 나선 얼마나 잘 먹었던지. 몸무게가 무려, 20키로 넘게 불었다. 현우야, 넌 태어나면서, 태변을 먹고 태어났어. 그러니까, 똥을 먹고 태어나서, 말이다. ㅋㅋㅋㅋ 아빠가 두고두고 놀렸지. 김낙연 선생님은 태변 먹고 태어난 아이라 잘 봐야 한다고 했고, 산부인과랑, 산후조리원으로 옮기느라, 모유를 못먹일 뻔했지. 현우가 네가 처음 먹은 음식은 태변이고..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문미순 박완서 선생님의 "도둑맞은 가난"이란 책이 있다. 사실 나도 가난을 벗어난 지 꽤 오래지만, 여전히 가난하다. 사실 나는 마음이 가난한 거 같기도 하다 . 성경에서는 마음이 가난한 이에게 축복 있으리라 했는데, 고백컨데 축복을 기대할 가난은 아니다. 내 가난한 마음은, 남편 역시 그렇다. 구멍난 속옷을 그대로 입고 다니고, 여전히 싼 것을 검색하는 모습을 보면, 예전 텔레비전에서, 함익병 피부과 원장 아내가 울먹이며 " 남편은 여전히 가난을 못 벗어났다" 라고 말했다. 최소 수백억의 재산을 일군 자산가인데도, 주렸던 시절의 습관이 그대로 남아있다며, 세계 최빈국에서, 국민 총생산이 10위권을 넘나드는 부국이 되고도, 가난한 사람들로 넘친다고 한다. 상대적 빈곤, 빈부 격차 때문이란다. 작가 문미순은 "우..
신촌 세브란스 윤지영에게 윤지영, 잘 지내니? 어제 나는 초록색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필라테스에 갔다. 현우랑 미국 갔을 때 산 옷이란다. 마트에서 거의 낚은 거지. ㅋㅋㅋ 훔친 건 아니고, ㅋㅋ 그 초록 원피스가 널 데려다 주었단다 팔이 길고 아름다운 선생님과, 다른 회원 한분 이렇게 셋이서 필라테스를 했지. 나는 항상 저주받은 몸땡이를 욕하며 이거나마 하지 않으면 천형의 몸둥이로 살 수 밖에 없다는 걸 인정하며 운동한단다. ㅋㅋㅋㅋ 그 분은 너와 많이 닮아서 기억하고 있단다. 너처럼 길고 큰 눈을 가졌고, 너처럼 잘 생긴 이마와, 아이같은 하관을 지녔으며 너처럼 길고 탐스런 머리카락을 지녔거든.. 체격은 글쎄, 운동하기 전의 네 몸과 닮았단다. 어쩌다 그 분과 같이 운동할 때마다, 윤지영이랑 닮았네, 윤지영 잘 지내냐, 내 ..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Strike while the iron is hot.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이런 해석을 보면서 의문을 갖는 학생이 되길 바랍니다. ​ 쇠가 뜨거울 동안 치라인데? 철판이 뜨거워지면 고기를 구워야 하는 거 아닌가, 쇠가 뜨거우면 절대로 만지면 안되는데, 쇠를 뜨겁게 해도 안되는 거 아닌가? ​ 예컨대 "낫놓고 기역자도 모른다." "우물물에서 숭늉 찾는다. " 이런 우리 속담이 지금 우리의 현실과 동 떨어져 있듯이 "Strike while the iron is hot" 도 마찬가지입니다. ​ 김, 박, 이처럼 흔한 성, Smith는 그 조상들이 대장간같은 제조업을 했습니다. ​ 그들은 커다란 풀무 앞에서 뜨겁게 불을 피우고, 고철을 달군 후, 쾅쾅 내리쳐 모양을 만들어새로운 도구를 만들어냈지요. 시뻘겋..
달 항아리 저는 가끔 곳간에 갑니다. 제 보물들을 숨겨둔 곳이죠. ​ 바로 국립 중앙 박물관, 리움, 경주 국립 박물관...... ​ 어떤 날은 상감 청자를 꺼내어 플레이팅을 합니다. ㅎㅎㅎ 요즘같이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옥색 상감 운학문 매병에 물을 따라 마시는 게 낙이랍니다. ​ 또 마음이 복잡한 어느 날은 반가 사유상 앞에 섭니다. 함께 가부좌를 틀고 고개를 살짝 기울인채 미소지어봅니다. ​ 현우가 어릴 적 함께 가지고 놀던 찰흙들은 가야 토우들과 같이 두었답니다. ​ 뒤주 위 눈에 띄는 곳에는 달 항아리가 있습니다. 하얗지만, 노르끼리하기도 하고 푸른 빛도 감돌며 때로는 회백이 띄기도 합니다. 아무 문양은 없지만 자세히 보면 도공의 숨결이랄까요 바람이랄까요. 기랄까요. 그런 흐름이 전체를 에워싸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