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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의 기억, 5살먹은 조카는 지금 한창 분홍에 빠져있다. ㅎㅎ 여자 아이가 태어나면, 온통 분홍으로 차림해주기도 한다는데. 대학 다닐때 나는 미아동 큰 아버지 댁에서 통학했다. 나의 아버지는 나를 못미더워해서, 기숙사가 아니라면 반드시 친지들과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셨으니까, 미아, 얼마나 이상한 동네인가, 아이를 잃어버리다. 한많은 미아리 고개, 미아리 사창가, 어릴 적, 삼양동, 봉천동 큰댁은 적어도 서울이라, 동경의 대상이었는데, 깍쟁이 서울내기들 중에서도 본좌인, 이화대학 그 중에서도 영문과를 다녔던 나는 친구들에게 내가 사는 곳을 말하기 어려웠다. 일단 한번만에 알아먹는 애들이 없었다. 내 이름도 한번만에 알아먹는 애들이 없었고, 나는 늘 주눅이 들었다. 부산에서 살던 곳도 장림이라, the blind냐고 놀..
이젠 잊기로 해요. 내가 삼성 여고, 1학년때 김완선이 나왔다. 모두들 깜짝놀라며 너무 멋있다고 야단이었지만, 나는 별로였다. 일단 너무 날나리 양아치 같았다. 얼굴도, 춤도, 옷차림도 모두, 노래도 좀 이상하고, 목소리도 이상하고, 그러나, 내가 누구인가, 나는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에 당장 입단할 수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반열에 오를만큼 뛰어난 연주를 한다. 뒷북이란 악기로, 아주 나중에야 나는 그녀가 얼마나 고혹적인지 그녀의 몸이 얼마나 가늘고 긴지 그녀의 춤선이 얼마나 독특하고 빼어난지 느끼고, 어쩜 저리 시대를 어쩜 저리 나라를 잘못 타고 났을꼬 한탄하게 되었다. 그녀가 엉엉울며, 은퇴 선언하던날 엉엉 울며 "이젠 잊기로 해요"를 불렀다. 수십년이 지나고, 길고 검은 민소매 드레스를 입고서 관중들을 향해 환히..
white 50가지 그림자, 나는 검정을 사랑했다. 짙은 남색을 즐겨 입었고, 보라와, 노랑,... 적다보니, 거의 모든 색을 사랑한 셈이다. 흰색은 아름답지만, 관리를 잘해야 하고, 한철 입다가 말기에 부담스러웠다. 랄프 로렌은 약, 50개의 흰색을 구별하고 쓴다고 들었다. 랄르로렌이란 상표가 그렇겠지. 랄프 로렌이란 사람이 아니라, 흰 색은 그냥 흰색이 아니다. 적어도, 50개의 그림자를 갖고 있다. 한강도 흰이란 책을 썼고, 그녀의 작품집에 영감을 받은 일본의 예술가는 설치 미술을 만들었다. 하얀 것들이 그림자를 갖고 있다는 거 신기하지 않은가, 검정도 아니고, 흰색에게서, 검정이 나오다니.
한끝차이. 버킨vs 버킷 제인 버킨이 별세했다. 버킨 백의 주인공으로 유명하다는데, 젊은 시절의 그녀를 보면, 50년의 지난 지금 봐도, 멋지다. 짧은 앞머리. 긴 생머리, 가늘고 긴 몸, 청바지에 몸에 딱붙는 티를 입고, 둥근 바구니를 든 그녀, 사시사철 바구니를 들고 다녔다는 그녀, 영원한 청춘의 초상이지 싶은 그녀, 그녀의 노래도 별로, 그녀의 해진 버킨 백도 별로지만, 난 젊은 날의 그녀가, 속옷입지 않고 다닌 것은 참으로 멋있다. 가슴이 축 처지고, 더이상 여성미에 관심이 없는 중년여인들이 브라를 입지 않는 것은 익숙하다. 그러나, 꽃다운 나이의 제인 버킨이 브라 생략한 옷차림은 다르다, 아름답다. 신선하다. 한 발 아니, 몇 발 앞서나간다 싶다. 시원하고 섹시하다. 신이 그녀처럼, 한 바구니에 모든 것을 다 담아준 사..
ZARA의 계절, 나의 의생활은 자라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자라가 그렇게 대단한 관심을 받던 시절에 나는 거북이 친구인가벼, 뭐 그 정도로 생각했다. 그때만 해도, 나는 백화점이나 아웃렛 가서, 세일하는 옷을 사는 게 돈 버는 길 인 줄 알았다, 그 수많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옷을 사본 적 없었으니, 그 후 직구니 뭐니, 떠들썩 할때도, 변화구의 반대말인가? 돌직구란 소린가, 하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나의 첫 자라는 서울역 자라 매장에서 산 검정 드레스였다. 2-3만원 주고 산 드레스를 꽤 잘 입었다. 옷 좀 입는다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라의 광팬이라는데 대체 저런 옷을 누가 입을까 하는 생각은 변함없었다. 그러다가, 세일하는 자라에서, 옷을 사기 시작했다., 바짓단 고칠 필요없이 허리, 엉덩이..
흰 티는 기본템 몇년 전 모 방송국에서, 아나운서 면접을 흰티와 청바지 입은 모습으로 보겠다고 했다. 면접 하느라, 너무나 많은 돈과 시간을 쓰는데 비난이 일자 그 대안으로 나온 방침이다. 모두들 참신하다고 박수쳤지만, 나는 청바지와 흰 티 차림이야말로, 한 사람의 타고남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도저히, 돌발 변수가 전혀 없는 잔인한 시험이다 싶었다. 청바지에 흰 티처럼 어려운 차림이 또 있을까, 어깨, 팔의 길이, 목의 두께와 길이. 가슴와, 흉통, 허리와 등, 상체의 모든 것들을 적당히 감싸며, 적절히 드러내야 한다. 흰 색은, 말이 쉬워 흰 색이지, 그 얼마나 스펙트럼이 다양한다. 거기 더해, 사람의 머리카락, 피부색 등 변수는 또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무엇보다, 흰티는 청춘의 옷이다. 빛나..
여름은 빨래터에서 시작되고 지금은 7월 중순, 그러니까, 어쩌면 가을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여름을 드디어 준비했다. 여름이 오면, 나는 빨래를 시작한다. 그것도 흰 빨래들을 물론 벽장속의 선풍기를 꺼내고, 에어컨 필터를 청소하기도 한다. 또 이불 호청을 바꿔 시원한 잠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의 여름은 늘 빨래로 시작한다. 빨래와, 삶기와, 풀먹이기, 다림질로 시작한다. 흰 셔츠, 흰 티, 흰 속옷 등등 모조리 꺼내서, 비누질 잔뜩 해서, 빨거나, 표백 세제를 풀어 며칠 담궈 두거나, 혹은 오래 푹푹 삶는다. 어떤 것들은 풀을 먹이기도 한다. 햇볕에 바짝 마른 옷들을 하나하나 다림질을 한다, 그러다보면, 며칠이 후루룩 지나간다. 해마다 그렇다. 올해는 그냥 넘어가려다, 어제밤 드디어 빨래를 햇다. 새로 샀을..
digestive 과자를 사먹었어다. 아마, 초등학교 때 나온 것 같은데, 영국의 맥비티 사에서, 나온, 우리 나라로, 치면 새우깡 같은 국민 과자인 모양인데, 빨간 포장지에 뚱뚱하고 둥근 과자였다. 그걸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좋아하셔서 사들고, 와 차랑 드시던 모습이 생각이 난다. 초코 다이제 도 있었고, 내게 과자는 기나긴 겨울, 차나, 커피와 먹어, 살 두둥 쪄서, 봄 무렵이면, 옷이 줄어들게 만들 던 것, 밤고구마처럼, 목이 퍽퍽하게 메이고 은은하게 단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