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311)
세모의 명동 성당- 해는 일 달은 월, 두 글자가, 모여서, 밝을 명이 되었다. 그러니까, 명동은 은성한 불빛의 동네다. 세모에 명동나들이를 했다. 그곳은 여러 얼굴들로 빛나고 있었다. 중동, 동남아, 유럽, 아프리카 등등 온 세계인들이 그득했다. 갖가지 외국어가 뒤섞여 들려, 마치 로마에 온 듯했고, 런던같았으며 파리인 줄 알았다. 길을 잃을까, 소매치기를 당할까, 동양의 여자라 혹시 무시당할까 잔뜩 긴장한 채 떠돌던 내가 떠올랐다. 히드로 공항에 처음 내렸을 때 공기와, 냄새와 소리를 만끽하지 못했다. 그때의 유럽 도시와 지금의 서울은 닮았다. 지친 젊음과, 여유로운 중장년층으로 붐비는 명동은, 해와 달이 함께 빛을 내는 동네의 성당에 간다. 우리가 일상에서 20미터에 이르는 천장아래 설 수 있을까 우리가 일상에서, 벽..
겨울은 미래 완료 처음 겨울을 맞이한 옛사람들을 상상해보자, 그들은 입성도 변변찮고, 여퉈둔 식량도 하나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기온이 확 떨어지며 온 세상의 생명체들이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그들은 겨울 그 자체 보다, 다시 봄이 올 수 있을까가 더 두렵고 막막했으리. 그들과 달리. 우리는 안다. 언젠가 봄이 온다는 것을, 겨울을 견디다 보면 마침내, 봄이 온다는 것을, 겨울은 달고 시원한 계절이다. 11월부터가 겨울이라면, 그즈음부터는, 달고 시원한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무, 배를 시작으로 배추, 굴, 고구마, 사과, 감 등, 희미한 단맛과 시원한 뒷맛을 가진 것들 천지다. 쓰고 추운 겨울을 견디려면 우선 달고 시원한 먹거리들을 넉넉하게 준비해야 한다. 김장하고, 고구마, 배, 무, 감, 사과 등속을 곳간에 쟁여 둬야..
상서로운 조짐 1월 1일이다. 2024년 청용의 해의 첫날이다. 월요일로 시작된다. 새해가 밝았다. 매일 첫날처럼 밝고 환한 기운으로 공구하며 하루하루 살아야지. 새해 첫 아침 일어나 나오려던 남편은 화장대 의자에 발을 부딪혔다. 당뇨라 작은 자극에도 자욱이 남으니 마음이 쓰인다. 얼마나 다행인가, 더 크게 다치지 않아서, 첫 시작부터 좋았다. 연하게 우려낸 육수는 그의 입맛에 딱 맞았다. 떡국을 먹고, 가족 친지들과 새해 인사를 나눈 후, 하루를 잘 보냈다. 12시 넘어 왔더니,남편이 이제 막 왔다고 한다. 안방문을 여니, 유리가 박살이 나있다. 나보다, 그가 먼저 문을 열었더라면, 다쳤을지도 모른다. 당뇨라 시력이 좋지 않다. 얼마나 다행인가, 더 크게 다치지 않아서, 마치 누군가, 들어와 물건을 뒤진 후 훔쳐 달..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어머님, 뭔가 달라지셨어요. 시술이라도? 무슨 소리냐, 입술 위에 보랏빛 핏 자국같은 게 이빨같은데요. 사실 드라큐라같으십니다. 아빠도 확인해 봤스모니다. 껄껄껄, 매일 밤추운 밤거리를 걸어오면서, 아빠에게 . 바닥 따뜻하게 덥혀달라고, 욕조에 물을 받아놔 달라고, 전화한단다. 몸을 덥힌 후, 와인 1/3 잔 마시면서, 아빠랑 이야기 하다 잠들어서 그래. 아하, 그러니까, 핏자국이 맞긴 하네요. 포도 핏자국, 그렇군, 성당에서도 피라고 해, 예수님의 피. , 엄마는 밤마다, 피를 빨다가 잠드는 드라큘라 맞네, 어머닌 그럼, 늙지도 돌아가시지도 않겠어요. ㅎㅎ그런데 마늘도 좋아하시잖아요? 맞아, 내가 이렇게 밤마다 뱀파이어가 되다니. 그저 감사할 뿐이란다. 건강하니. 술을 마실 수 있잖아. 이런 저런 술 ..
우리의 소원은 통일 전설적인 록 밴드 , 들국화의 명곡은 많다. 세계로 가는 기차, 행진, 그것만이 내세상, 사랑일 뿐이야, 오후만 있던 일요일, 매일 그대와 등등, 매일 그대와, 축복합니다, 오후만 있던 일요일도 즐겨 들었지만, 가장 인상적인 곡은 뭐니뭐니해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었다. 유신체제 벗어났으나, 아직도, 구시대 정신은 여전해서 들국화처럼 불온하고도 ??나약하기 ??짝이없는 딴따라들은 반드시 건전 가요를 한 곡씩 넣어야 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정성 다해서 통일, 통일을 이루자, 이 나라 살리는 통일, 이 겨레 살리는 통일 통일이여, 어서 오라, 통일이여 오라, 이렇게 1절이 끝나고, 허성욱이 피아노를 친다. 비쩍 마른 몸에 퍼머 머리 한, 그냥, 딴따라들도, 바른 자세로 서서..
로마 이야기-줌파 라히리. 줌파 라히리만 몇 년째 읽던 시절이 있었다. 그녀는 작지만,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를 썼다. 지금이야, 실리콘 밸리를 인도인들이 장악하다시피해서, 인도식 영어강습 학원까지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인도 공과 대학을 나온 이과 천재가 아니다, 67년생 보스턴 대학 영문과를 나온 여성이다. 문과 여자란 말이다. 검은 머리와 피부에 큼직한 이목구비, 이국의 향신료 향을 풍기는 그녀가 미국, 그것도 찰스강 부근 보스턴에서 버텨온 이야기들이었다. 나도 이민자라서, 나도 가난했고, 나도 촌스런 옷을 입고 다녔고, 나도 자부심 강한 부모와 다른 언어를 쓰며 살았다. 나 역시 그 시대의 다문화 가족이어서랄까, 한민족이어야 한다고, 단일 민족이어야만 한다는 말이 우격다짐같고 두려웠다. 그러다가, 작가로서 정점에 이르..
Rizz & Leeds 옥스퍼드 출판사가 선정한 올해의 단어란다. Style, charm, attractiveness; the ability to attract a romantic, or sexual partner. charisma 에서 중간음을 따온 것으로 추정되는데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매력"이라는 뜻으로 명사, 혹은 동사로 쓰인다고 한다. 미국 팝 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열렬한 팬을 뜻하는 '스위프티(Swiftie)',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대한 지시를 뜻하는 '프롬트(prompt)도 함께 후보에 올랐다. 옥스퍼드 대학 출반부는 "언어가 사회에서 더 널리 받아들여지기 전에 어떻게 공동체 내에서 형성되고, 다듬어지고, 공유될 수 있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예로 '리즈'를 선택했다"며 "Z세대가 사회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면서..
시청앞 지하철 역에서,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너를 다시 만났었지 가 아니고, ㅎ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내려, 내 친구를 만났다. ㅎ 붙박이 전교 1등이었고, 쭉 우리 가족 주치의인 40년 지기 그녀는 여전히 우등생다웠다. 11시 2분 전에 도착한 나보다 먼저 왔고, 11시 수문 교대 의식을 봐야 한다며 집중 또 집중해서 봤다. 늘 주의산만하고, 늘 멍때리고 있는 나와는 달리. 마지막 수요일이라, 우린 free pass! 우린 늘 free pass상인가, 하며 막 웃었다. 덕수궁 장욱진 전시에 들어가서도, 내 친구는 연보부터 시작해서, 작품, 설명에 이르기까지 한 글자도 놓치지 않는다. 내가 전체 다 보고 그녀를 찾아왔을 때 여전히 1 전시실.... 2시간 가까이 장욱진의 글과 그림을 보고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우린 서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