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대학로, 혜화동, 학전,
김민기 선생님이 소천하셨다. 향년 73세, 젊다. 너무나 젊으시다. 위암으로 가셨다고 한다. 아침 이슬, 백구, 작은 봉우리, 한계령, 타박네야 그는 낮고 서늘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노래하셨다. 훗날 학전 소극장에서 연극과 뮤지컬을 지휘하셨다. 학전 소극장의 거의 모든 연극과 뮤지컬 을 다 보러갔었다. 객석의 불이 꺼지면 맨 뒷자석에 앉아서 무대를 바라보시던 모습 여러번 뵈었다. 어느 겨울 현우랑 함께 연극보고서, 김민기 선생님께 부탁드렸다. 아이와 꼭 사진 한장 찍어주십사하고, 반백에 아주 두터운 목도리를 칭칭 감고 계셨는데 손사래 치시며 자신은 그럴 위인이 아니라셨다. 김민기 선생님이 위인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위인일런지. 혜화동 지기, 대학로의 청년, 학전 연출가, 김민기 선생님이 가셨다. 서울대 병..
바다 100층 짜리 집
성대 천년홀에서 봤다.세상에 유치원생용 뮤지컬인 줄 모르고 갔다.홈플러스에서 무료로 나눠준 표, 내가 점심 대접하겠다고 해서,"중문"서 밥 먹으려했으나, 수요일인데도 문 닫고, 뙈약볕 걸어서 성대 입구 페르시안 궁전, 최악이었다. 세트메뉴가 43000원, 밀가루 잔뜩 든 진짜, 더럽게 맛없는 음식. 절대로 블로그 못믿겠다. 갔더니 애들 바글바글, 갔더니, 무료표 받아온 노인들. 2층 올라가서 커피 마시고, 호스피스 일하는 분이랑, 잠깐 이야기하고 착석, 배를 탄 소녀가 인형을 바다에 빠뜨렸다. 그 인형의 머리, 옷, 가방, 신발이 하나씩 떨어진다. 그것들을 가진 바다 생물들과 인사하며 대신 뭔가 다른 것들을 받아서 결국 뭍으로 올라온다. 이야기 구조 자체는 단순했지만, 그럭저럭 볼만했다. ㅎ 아주 ..
나의 20세기 저녁과 작은 전환점들-가즈오 이시구로,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인도로 가는 길", "남아있는 나날" 등의 영화를 본 적있다. 원작이 일본계 영국인 "가즈오 이시구로" 작품인 줄은 몰랐다. 그냥 무슨 이야기인지 잘모르겠다.영국의 정원, 성, 집사 등등 지나간 영국 시대를 아름답게 그린 작품 정도로 이해했다. "남아있는 나날"은 원서로 봤다. dignity 란 단어가 자주 나왔었다. 독신인 영국인 집사가, 새 주인에게서 휴가를 선물받고 미국 다녀오는 이야기. 한 여인을 사랑했으나 놓쳐버린 이야기. 아무 생각없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살다가 인생을 낭비해버린 남자의 이야기란다. 그렇다면 완전 내 이야기 잖아, 나 역시 그런데, 한 푼에 치사하게 굴고, 일 초를 못 견디면서, 내 인생은 통째로 흐지부지 써제낀 사람인데, 그녀 역시 결혼했다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