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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 전은환과, 김지윤의 롱 테이크에서 아주 잠깐 하루키의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라는 책이야기가 나왔다. 빌려서 봤다. 푸른 표지였고, 거의 30 년 전 책이라, 아무런 기대 없이 봤다.여행기라는 게 시의성과 밀착되어 있기에 단 몇 년 아니, 몇 달 전 이야기라도 시시해질 수도 있으니까 ,  그런데 아니었다.처음에는 자기전 읽고, 수업하다 중간 중간 읽고,  슬렁슬렁 읽고, 대충 읽었는데, 나중에는 정좌하고, 밑줄까지 치면서 읽고, 한번 더 읽었다.어차피 난 또 까많게 잊을 테지만, 기억 하나 남기지 않을 테지만,  하루키도 잊었을 테지만, 다시 읽고도 어쩌면 또 볼지도 모른다.  앙코르 와트 간다고 했을 때 아이들 줄 돈 준비해가라고 했던 여행기가 떠올랐다.  여행기를 볼 때마다, 그런 실질적인 팁들..
메르시 크롸상, 장바구니에 담긴 프랑스 목차프롤로그메르시 크루아상프랑스 시장 사용설명서시장의 마에스트로(플라시에, 캉탱 아쿤)영덕대게와 마요네즈(생선가게 마레 보보)트라디를 사세요(빵집 레미)푸주한의 특별 레서피(정육점 메종 기냐르)채소와 과일의 절기집(알리그르 가의 채소 좌판들)선량한 커피(커피숍, 얼리 버드)삶을 찬미하는 와인 한병(와인 가게, 코테 수드)봄, 여름, 가을 , 겨울 그리고 치즈(치즈 가게, 아르두앙-랑글레)찬바람이 불면(닭집, 샤퐁 달리그르)절구통 속의 여행(향신료 가게, 사바)오 솔레미오(이탈리아 식품점 살보, 마담 지니에의 리탈리앵)오후의 라디오(빈티지 가게, 메종 퀴예레)아페로 어때? (와인 바, 르 바롱 루즈)directory. 메르시 크루아상머리가 아닌 내 눈과 귀, 코로 감각할 수 있는 오늘의 프랑스자기가 파는 ..
허준이 서울대 졸업 축사 그냥, 명문입니다. 필즈상 수상자인 수학자 허준이의 서울대 졸업사는  시구나 싶었습니다.  역시나 그는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 시인이 되기를 꿈꾸며 오래 방황했다고 했습니다. 허준이 수학자가 하회탈처럼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내를 바라보며 꿀 뚝뚝 떨어지듯 웃는 모습은 흐뭇했습니다. 수능 시험을 당장 봐도, 국어 , 사회, 과학, 영어는 자신있지만, 수학은 자신없다는 말이 놀랍고도 재미있었습니다. 삼만, 1/2, 1/3정도가 숫자네요. ㅎㅎ 수학자답게    안녕하세요, 07년도 여름에 졸업한 수학자 허준이입니다. 우리가 팔십 년을 건강하게 산다고 가정하면 약 삼만 일을 사는 셈인데, 우리 직관이 다루기엔 제법 큰 수입니다.저는 대략 그 절반을 지나 보냈고, 여러분 대부분은 약 삼분의 일을 지나 ..
존 오브 인터레스트 시어머니께서 올해 첫 수확한 무화과를 보내셨다.  느지막히 무화과 먹고, 땡볕에 나섰다. 집 근처에 상영관이 없어서, 다른 동네  메가 박스 까지 가서 본다.평일 낮인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있다. 올해 최고의 영화라는 평이 많다. 음악 음향 등등 과연 그렇다. 유럽인들의 문화적 풍요로움과 세련됨을 실감하고 왔다. 큰 소리를 내지 않고도 호되게 비판하고 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그렇게 끔찍하게 들려주다니. 루돌프 회스 가족이 폴란드의 존 오브 인터레스트 지역, 아름다운 집에서 흰 옷을 입고 지낸다. 집은 쾌적하기 이를데 없다. 커튼, 카펫, 가구, 집기 그 모든 것들이 단정하며 아름답다. 먼지하나 없이 각 맞춰 깨끗하다. 풀장까지 있는 마당에는 꽃과 식물, 빨래줄이 평화롭기만 하다. 그 담 너머 하늘에는..
2024-06-h2-40 Many things spark envy : ownership, status, health, youth, talent, popularity, beauty.It is often confused with jealousy because the physical reactions are identical.The difference: the subject of envy is a thing (status, money, health etc.).The subject of jealousy is the behaviour of a third person. Envy needs two people. Jealousy, on the other hand, requires three: Peter is jealous of Sam beca..
그가 빵을 남편이 대전에 갔다.성심당에서 빵을 잔뜩 사들고 온다고 한다. 떨리고 설렌다, 집에 왔다길래 부랴부랴 갔더니, 세상에,  보문산 메아리가 짜부려져 있다. 팥도넛도 짜부러져있다.  들고 오는 게 귀찮아서, 가방속에 넣어 왔단다.짜증이 나고 눈물이 핑돈다. 그거 하나 손에 들고 오는 것도 귀찮아하다니 ..... 아침에 일어나서 먹겠다고 하고 그냥 자버렸다. 새벽에 일어나서, 기대만땅 튀김 소보루, 명란 바게트, 팥도넛, 보문산 메아리 맛본다. 맛있다. 다음엔 내가 직접 가서, 왕창 사와야지. 또 먹어야지. ㅎ
inside out 2-슬기로운 감정 생활 속편은 늘  망설이다 마지못해 보러 간다. 혹시나 하고 갔다 역시나로 끝난다. 원작이 뛰어났던 아바타, 탑건 등도 십 년 넘게 기다렸는데... 인사이드 아웃 2도 역시 그랬다.  이성과 논리 중심의 세계관의 대안으로 감성과 전체를 중시하는 동양적 세계관이 득세하더니,이젠 감정들을 보다 더 세분화하며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희노애락으로는 부족하니 아예 의인화시켜 우리에게 보여준다. 여러 감정이 기억을 만들고 그 중 핵심 기억이 성격을 결정한다는 게 인사이드 아웃이었다.  라일리의 주정인 기쁨, 그 정서와 함께  라일리를 지켜줬던 슬픔, 분노, 소심, 까칠이에 이어 불안과 당황, 질투와, 지루, 추억을 불러냈다. 사춘기가 되면서, 감정 통제 센터가 고장나버린, 라일리가, 3일 동안 하키 캠프에 다녀오면서 ..
6월은 초록, 6월은 동그란 매실이 데구르르르 굴러가며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따가운 햇살 아래 나무 그늘로 걸어가며 바람 맞을 때 온전한 행복감을 맛본다. 이걸로 충분하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은 빛나고, 나뭇잎들은 가늘게 뒤챈다. 흙과 풀은 자기만의  향을 뿜어올리고 , 나는그저  내 발로 걸어간다.  너도 이런 기쁨을 누렸는지. 올해 유월에도 역시 ,  엄마는 매일 매일 이런 지복을 누린다. 한 여름 오기 전, 습기가 몰려 오기전, 태풍과 장마,  폭염이 닥쳐 오기 전, 나는 6월의 초록을 한껏 먹는다. 나날이 무성해지는 나무를 바라보고, 장터에 나오기 시작한 완두콩과, 매실을 아이의 눈으로 쳐다본다.  눈을 감는다. 이대로 눈을 감아도 괜찮지 싶다.  눈을 다시 떴더니, 오이가 보이더라, 가늘고 짤막한 게  맛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