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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전 햇살이 뜨거웠다.한여름같았다.  뭉크의 자화상, 어둠 속에 두상만 떠있는 줄 알았는데, 아래에 팔도 아닌 팔뼈가 나란했다.나란히 나란히.  전시회에는  판화가 많았다. 입을 지워버리거나, 손을 뭉툭하게 그리는 대신 눈은 훨씬 풍요로웠다.       여인에게 많이 차였나보다. 병과 죽음이 평생 그를 따라다녔다 보다. 북유럽이니, 나무가 흔했을 테고, 나무를 조각칼로 파내서, 판화를 그렸나보다.  그림 속에서 소리가 들렸다.나도 글 속에서 소리가 들리기를 꿈꿨다. 판화를 찍은 후 조금씩 다르게 채색하고 주제가 반복되는 것 오사 게렌발의 그래픽 노블이 기억났다. . 판화보다 그림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액자였다.어떻게 저리도 맞춤한 틀을 골라냈을까,  비명 혹은 절규는 너무 작아서 꺄악, 비명 지를 뻔했다. ..
그들의 등 뒤에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 삶의 의미는 삶과 투쟁하는 데 있으며 그  투쟁은 또한 삶을 아름답게 만든다. 스웨덴에서는 북극광 현상을 볼 수있다. 우주 광선과 대류권 위쪽의 자기권 플라즈마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으로 그 광경은 절정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 광경을 보기 위해서는 어떤 다른 광원의 방해도 없이 칠흑같이 어두워야 한다. 이는 곧 내가 책을 쓰는 방식이자, 북유럽의 스토리텔링 전통에 대한 상징이다. 절대적인 어둠속에서만이 진정 가장 아름다운 빛을 볼 수 있고,하늘로부터 쏟아져 내리는 금가루의 향연을 누릴 수 있다.
자기만의 방-피화당,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고 2때 읽었지요. A room one's own. 그녀는 여성이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과, 연간 500파운드의 수입이 있어야 한다고 썼지요. 버지니아 울프는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전 영국 작가입니다. 그 당시 자기만의 방을 가진 여인들이 몇이나 될까요 또 500파운드는 지금으로 치면 대략 15000만원 가량의 연봉이라네요. 작가의 이름부터 매혹적이었어요. . 처녀 늑대라니, 게다가 자기만의 방이라니. 어린 시절에는 꿈도 꿀 수 없었고, 대학 들어가서도 기숙사나 하숙집을 전전해야 했기에 나만의 방을 30이 넘어서야 겨우 가졌답니다. 어쩌면 저는 평생 나만의 방을 갖기 위해 살아온 셈이네요. 여기서 잠깐, 여기서 문학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녀는 자..
시간의 결정-까르띠에 바람 햇살 참 좋더라, 오늘  DDP갈수있냐, 히히 지금 일하러 가는 중이에요. 기후가 인간을 만드는 것 같아, 응 전시회너랑 같이 보고 맛잇는 거 사먹으려고 데이트 할 수 있었는데 아쉽네요. 맘에 들면 몇개 훔쳐오려고,  잡히면 서로 모르는 사람인 것으로 ㅋㅋㅋ   이정우 언니가 꼭 가보라했기에 시키는 대로,이정우 언니가 절대 가져오면 안된다길래 시키는 대로, ㅋㅋ "시간의 결정" 시간이 모여서 결국, 뭐 그 정도겠으나시간이 정한 것들 그렇게도 읽혀서 마음에 들었다.  2006년 덕수궁 전시회를 잊지 못해서 다시 찾았다. 그 때는 어찌어찌해서 아주 부잣집 패물 상자랑, 피륙 함을 열어본 재투성이 아가씨 기분이었더랬다.  이번에는 색과 색(초록과 파랑, 청록과 보라, 은과 옥, 아쿠아 마린과 수 많은 보..
Challengers-루카 구아다디노 "I am love"로 루카 구아다디노를 처음 알게 되었다. 찾아보니, 나랑 동갑이네, 이탈리아 친구군, 틸다 스윈튼이 주연한 "I am love"를 보면서, 이탈리아 귀족마냥 호사를 누렸다. 가구, 의상, 인물, 조명, 풍광, 요리, 그림, 그 모든 것들이 인류의 유산마냥 최고였다. " call me by your name" 은 호평에 비해 그저그랬다. 일단 우리나라로 치면 경북 봉화나 영양에 사는 소년이 방학 때 농활하러 온, 서울 강남의 연대 경영학과, 대학원생 형아를 사랑하게 된 이야기같은데 ㅎ 초등학생처럼 작고 마른 티모시 살라메가 너무 치명적인 척해서 좀 웃겼더랬다. 그렇게 감상평 말했더니 그 영화의 팬들이 날 어찌나 한심하게 보던지. ㅎㅎ 햇살과 마음을 간질이는 바람, 꽃과 과일의 향이 화면..
갤러리 현대, 김창열 전 나의 시어머니는 키도 체구도 작으시나, 손이 무지 크시다. 얼마나 손이 크신지. 그 커다란 손으로 엄청난 물건들을 주시며 나를 잡아보려하셨다. ㅎ 나는 정리에 젬병인데다, 물건에 대한 욕심도 없고, 무엇보다, 내 의지로 선택한 삶을 살고 싶었다. 누군가 미리 계획하고 앞서서, 준비한 생을 견디기 힘들었다. 그렇게 뭐든 잔뜩 주시려는 어머님과 아주 오랫동안 갈등했다. 아주 가끔 내가 어머님께 주십사 부탁하는 것도 있었다. 그 중 하나,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그림이 있는 달력이었다. 어느 해인가, 녹십자에서 나온 달력에 김창열의 물방울이 있었다. 나는 어머님께 저 달력을 꼭 갖고 싶다고 말씀드려 받았다. 그해가 다가도록 나는 12개의 물방울을 보면서 보냈다. 어머님, 감사합니다. 제게 그 물방울들을 선뜻 주..
보는 심장-eye contact Marina Abramović는 MOMA 에서 " An artist is present" 란 행위예술을 선보였다.붉은 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관객 중 누구라도, 마주하고 앉는다. 얼마든지 무슨 일이 있던지 자유다. 수많은 관객들이 그녀와 마주했고 그 중엔 옛 연인도 있었다고 한다.  그들처럼 아무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컨텐츠를 봤다. 카메라를 든 사람과 카메라를 바라보던 남녀, 부부가 곧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코가 빨개지면서,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곧 카메라를 끌 수 밖에 없었다. 채 3분이나 흘렀을까,  솔로몬은 신께 "듣는 심장"을 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과연 신의 총애를 받은 지혜의 왕다운 바램이다.  한창 사춘기 아들과 실갱이 중인 나의 동생에게 보는 심장이 되어보면 어떨까, 아무 말없이 ..
꿈처럼, 꿀처럼, 굴처럼 누군가  우리 나라의 장점을 말해보라 했다 치자, 모두들, 앞다퉈, 초고속 인터넷, 대중 교통,빠른 행정 처리, 인천 공항 등을 말하겠지. 한데 엄마는 상대방을 봐가며  우리나라를 다르게 자랑할 테야.  만일 그가 미식가에다 해산물을 즐긴다면, 무조건 굴을 손꼽겠어. 너 말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고급 식당에서 굴이 얼마나 비싼 값으로 팔리는 지 아니?각굴이라고, 굴 껍질 채  큰 접시에 5-6개 담아서, 레몬 즙 좀 뿌려서, 기 십만원 받는단다.맛이 뭐 그리 특별한가,아니. 그것도 아냐. 커다란 은쟁반 위 얼음을 담아  그위에다 굴을 올린 후, 은식기와 함께 대접한단다. 흰장갑을 낀 웨이터가 하나씩 떼어내서 주면 눈을 지긋이 감고, 아주 천천히 오래도록 음미하며 먹는다지. 뉴욕의 미슐렝 식당들은 굴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