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Seoul VS 인천 United
봄이 왔으니, 축구를 보러 가야지. 초록 잔디를 보러 축구장에 간다. 햇살이 경기장의 반에 비치고 있었고, 새 한마리가, 경기장 상판 하늘을 날고 있었다. 푸드 트럭을 구경하면서,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경기장 입장하고, 아직 추위가 한창이라, 모두들 꽁꽁 싸매고 왔다. 북측 응원석이라, 선수들이 손톱만하게 보인다. 이래서야 잘생긴 기성용을 보겠는가, 노래부르고 박수치고, 환호하면서 응원한다. 반대측의 인천 유나이트 팬들도 푸른 물결 치며 응원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섹시한 남자들이 인생의 최절정기에 선, 잘생기고, 섹시한 남자들이 90분간 잔디밭을 경기장을 내내 뛰어다닌다. 잘생기고, 수트발이 좋은 감독을 보는 맛도 대단하다. 전반이 지리하다. 양팀 모두, 결정적인 한방이 없고, 전술도 잘 모르겠다. 모두..
한번쯤
한번쯤 말을 걸겠지. 언제쯤일까 언제쯤일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붙여오겠지 시간은 자꾸 가는데 집에는 다 와가는데 왜 이렇게 망설일까, 나는 기다리는데, 뒤돌아보고 싶지만 손짓도 하고 싶지만 조금만 더, 조금만 기다려봐야지. 한번쯤 말을 걸겠지. 언제쯤일가, 언제쯤일까, 겁먹은 얼굴로 뒤를 돌아보겠지 시간은 자꾸가는데 집에는 다왔을텐데 왜 이렇게 앞만보며 남의 애를 태우나, 말한번 붙여봤으면 손 한번 잡아봤으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천천히 걸었으면, 24번째 결혼 기념일에 송창식의 "한번쯤"을 들었다. 송창식, 함춘호 듀엣 연주, 김광석 버전 으로, "한번쯤"을 열번쯤 들었다. ㅎㅎ 전날 남편이 출장가는 바람에 현우랑 둘이서, 워커힐가려 했다, 아차산에서 봄이 오는 한강 보면서, .맛있는 거 먹어야지. ..
꽃샘추위
기후를 나타내는 순 우리말이 얼마나 다양하고 아름다운가, 높새 바람, 여우비, 마른 장마, 함박눈, 꽃샘 추위... 한 며칠 반팔 입고 다니는 사람을 볼 정도로 따뜻했던 날씨가 3월되더니 또 추위가 기승이다. 오늘은 아예 먼지 바람이 강하게 불어대, 길고 두터운 옷으로 무장한 행인들을 날려버릴 듯하다. 이런 추위에도 사실 봄은 이미 완연하다. 나무들은 이미 꽃을 피워낼 태세다. 소름처럼 이미 꽃망울이 돋아있다. 나 역시 목을 감싸는 롱코트 안에 원피스를 입었다. 반투명 꽃 자수 레깅스를 신었다. 양말없이 맨발로, 흰 운동화를 신고 시장에 간다. 봄을 앞두고 닥친 이런 추위를 기억한다. 내 꽃이 막 피려는 차, 추위가 닥쳤고, 나는 황망했다. 91년 3월에 눈이 무릎까지 쌓이고, 비까지 내려 길은 추적추적..
4년마다 한번 2월 29일에
망원동에서 연지를 만났다. 창덕궁 앞 데비스 키친에 데려가려고 갖은 애를 써 겨우 예약했건만 연지는 탁주를 마시고 싶단다. 1시간 이나 늦게 우여곡절 끝 5시에 망원역 도착하니 근처 까페서 "아몬드"를 읽고 있다. 연지는, 연지가 마시던 커피를 들고, 망원시장 "복덕방" 갔더니, 6시 들어오란다. 5시 20분, 그 추위에 연지와 어슬렁 대며 기다린다. 근 10일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계속 약속이 있었다. 한달에 한번 외출할까 말까 한 내게 힘든 일이다. 체력도, 마음도 모두 딸린다. 일상은 엉망이 된다. 나는 사람을 만나고, 함께 무언가를 먹고, 이야기 나누는 일이 늘 어색하고 어렵다. 약속 장소로 가면서, 늘 후회한다. 어쩌자고 내가 만나자 했을까, 지금이라도 도망가버릴까, 사고라도 나면 좋겠다. ..
체온을 올리면
찜질방에 가본 적이 없다. 텔레비전에서 보긴 했다. 수건으로 양머리하고 앉아 식혜며, 구운 달걀 먹는다는데 한번도 가본 적 없다. 삼삼 오오 모여서, 수다 떨면서 누워 뭔가 끊임없이 먹고, 시간 보내는 거 나랑 맞지 않는다. 지인이 면역 공방 가자셔서, 만사 제치고 갔다. 찾아 보니, 찜질방 비슷하게 생겼지만, 여북하면 싶어서 일정 다 바꾸면서 갔다. 명동 정화 예술 학교 부근이다. 길치인 내게 유럽 호텔의 콜보이 차림의 지긋한 분이 가르켜주셨다. 외진 곳이라 좀 두렵다. 만일 외국에서였다면 얼씬도 하지 않을 곳이다. 어둑신하고 곰팡내, 카펫 묵은 내 나는 계단을 내려가서, 오른쪽, 다시 왼쪽 다시 꺾어서 오른쪽으로 내려가,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간다. 화교와 동남아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분이 카운터에..
소금 빵-모스크바의 신사
좋아하는 음식을 물은 적이 있다. 떡볶이, 초코렛, 치킨 등 은 예상했지만, 곱창, 돼지국밥은 의외였다. 대부분 그 당시 유행하는 음식을 꼽는다. 대만 카스테라, 공차 였다가 요즘은 탕후루, 마라탕이라 대답한다. 한데 누군가 "소금"이라고 답했다. 아버지가 요리사셔서 귀한 소금을 여러가지 맛볼 기회가 있었단다. 소금 알갱이를 꺼내 혀 끝에 굴리면, 단맛, 쓴 맛, 짠 맛, 비린 맛, 흙 맛이 느껴진다 했다. 내게 묻는다면 "빵"이다. "빵"을 가장 좋아한다기보다는 "빵"을 마음껏 먹고 싶다. 어릴 적 "빵"은 내가 만질수도 없는 것이었다. 책이나 영화에서만 존재했다. 상상하고 바라만 보면서 애를 태웠다. 빵은 축제였고, 서구, 문화, 세련, 부유의 상징이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여전히 내 꿈은 "아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