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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엘리자베스 1세 여왕처럼. 30년전, 헨리 8세와 천일의 앤, 앤 블린의 딸 엘리자베스 1세가 그려진. norton Anthology of English Literature를 들고 다녔다. 영어 영문학과의 교과서였다. 습자지 처럼 얇은 종이가 수백장 엮인 아주 두툼한 책이었다. 과 친구들은 마분지처럼 두툼한 종이로 박스를 만들어 싸서 들고 다녔다. 그 두꺼운 책을 품에 안고 학교를 오가며 으쓱했더랬다. 이화 대학 영어 영문학과 학생이란 건 엄청난 자부심이었으니까, 그 책 표지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상화가 그려졌다. 철의 여인, 엘리자베스 여왕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무적함대를 물리친 군주, 그녀는 왼쪽을 바라보며 허리를 잔뜩 죄고, 턱 끝까지 바짝 올리고, 팔과 어깨를 과장해 부풀린 채, 갖가지, 보석과, 모피로, 벨벳으로 호화..
붓다와 소성 전-임상진 AI 전시회 나오는 길에 봉은사에 들렀다. 부처님 생신도 다가오는지라, 사찰은 북적이고 있었다. 햇살에 색색의 등은 둥근 문양이 되어 바닥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코엑스 지척에 절이 있다는 건 꿈같다. 몇 분 상관으로 AI 전시와 불교 사원을 동시에 볼 수 있다니 기적같다. 이런 예기치 않은 일들이 우리를 살맛나게 한다. 평지나 마찬가지인 경내를 둘러본다. 나현이의 극락 왕생을 빌며 분향했다. 가족들을 위한 기도도 잊지 않았다.  경주에는 중생을 위해 엎드려 기도하는 부처가 있다고 한다. 그 부처님과 함께 사진을 찍고,바로 옆 기둥에는 "붓다와 소성전"이란 전시회가 선불당에 열린다는 포스터가 붙었다.  선불당에 들어가니, 관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다이앤 폰 퍼스텐버그 스타일의 랩 원피스를 입고 머..
세계 요리가 집밥으로 빛나는 순간 윤지영 아나운서의 요리책이다. 난 누군가와  친해지려면, 입맛도 중요하다고 본다. 일단 그녀와 나의 입맛이 얼마나 비슷한가 알고 싶었다.맛집 리스트가 비슷하면 그가 무슨 말을 한대도 무턱대고 믿음이 가니까, ㅎㅎ반대로 상대가 추천한 곳이 내겐 그렇지 않으면 곤란하다. 한데 자신의 입맛이 절대미각인 양, 상대에게 강요하면 더더욱 곤란하다.  그녀의 소개로 원더풀 샤브샤브에서 매운 게 튀김와 오징어 입 튀김을 맛있게 먹고, 공심채 볶음까지 접시 바닥까지 닦아먹었더랬지. ㅎ 소금지방 산 열 이후 오랫만에 요리책을 봤다. 일단 한접시 요리에, 간단하지만 보기 좋은 요리들이 많았다. 맛은 아직 다 보지 못했기에 거의 모든 요리가 유명 식당의 시그니처같으면서도 ,친숙한 재료에 해볼만 했다.  사실 한식이란 얼마나 ..
고도를 기다리며 사무엘 베케트의 부조리극이다. 신구, 박근형의 연극을 보기 위해서 책을 봤다. 구순에 가까운 연극 배우가 장기 공연을 한다는 데, 연극 배우하는 제자가 강력하게 추천해서, 남산 달오름 극장에서 봤다. 모든 예술 작품은 제목이 그 반이다. "고도를 기다리며 " " 고도"란 작가 사무엘 베케트도 잘 모른다고 한다. 누구인지도 모르고 언제 올지도 모르고 계속 기다린단다. 고도란 누구일까, 미래, 희망, 예수, 구원, 사랑, 결혼, 가족, 죽음, 기억, 치매,........ 그 모든 것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그리고 매번 달라진다. 희곡을 읽을 때마다, 연극을 볼 때마다 달라진다고 한다. 나는 1부 시작하자마자 졸았다. 함께 간 지인에 따르면 옆 사람의 어깨에 기대서 자기도 했단다. 머리를 흔들면서 신나게..
아름다움을 버리고 돌아와 나는 울었다. 최영미 시인의 새로운 시집이다. "아름다움을 버리고 돌아와 나는 울었다"시집의 표지는 구스타브 꾸르베의  "트루빌의 검은 바위들"이다. 최영미 시인의 얼굴이 나온다.그녀의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사진은 담을 수가 없다. 나는 그녀를 몇 번이나 만나고 봐서 안다. 그녀의 시와 글은 30년 넘게 봐왔다.  목차를 지나, 첫 시를 읽었다. 푹 하고 웃었다.너무나 그녀답게 웃겼다. 거리에 서서 시를 사진찍어 하영에게 보냈다. 그녀도 보자마자 웃었다고 한다.  웃기는 시라니. ㅎㅎ  팜므 파탈의 회고 내가 칼을다 뽑지도 않았는데그는 쓰러졌다. 그 스스로 무너진 거다.  Revenge is a dishunlike pizzabest served in cold >잡지에서 오려낸이탈리아 속담을 오래도록 물고 다녔다.단맛이 ..
봄밤, 하루키,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총선이 끝났다. 꽃은 지니 녹양방초가 싱그럽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오려 대청소를 했다. 서재를 정리하다, 내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 많아서 놀랐다 . 나는 그의 소설보다는 산문을 좋아한다. 특히 달리기, 외국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아주 인상깊게 봤다. 꽤 괜찮은 여행기도 많았다. 그렇지만, 내가 이렇게 많은 하루키 산문집을 가지고 있는 줄이야... 학생들 중간 기말 시험 후, 시내 서점에 들러 한권씩 샀구나, 한 시간 가량 그의 산문을 읽으며 마음과 머리을 달랬구나 싶다. 5, 7, 10, 12월 마다, 난 광화문 교보에 홀로 들러, 난, 서가에서 위스키 한잔 마시고 온 셈이다. 무려 20년 넘게, 일을 줄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나와 마주보게 되었다. 밤마다,백포도주를 한잔씩 마신다. 성탄절 선..
봄밤, 꽃놀이 갑자기 꽃이 폈다. 갑자기 꽃이 졌다. 어어어어 하는 사이 꽃이 피고 졌다. 아마 죽기 전에도 난 분명 그럴 듯, 어어어어어 하는 새 죽는구나 싶을 듯, 어째서 난 순간을 누리지 못할까, 어째서 난 집중을 못할까, 기후 변화가 두려웠다. 이렇게 빨리 더워지고 꽃이 삽시간에 폈다가 제대로 볼 새도 없이 져버리는 게 두려웠다. 올해도 작년처럼 여의도에 꽃놀이하러 갈까 하다 말았다. 작년에 여의도 굴에서 "안창남"을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비행인, ㅎㅎ 그러니까, 안창남은 꽃보다 백년 앞서 떨어졌던 사람. 여의도의 사람이었다, 그러고 나서, 생떽쥐 베리가 어떤 사람 사람일까 상상해봤다. 백년 전 홀로 하늘을 날던 사람,,, 사실 꽃놀이보다, 요즘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가 솔찬하다. 아주 오랫만에 사..
더 클래식 30주년 콘서트 97년 김광진의 노래를 처음 들었다. "진심"진심 ㅎ가사가 좋았다. 나는 가사만 듣는 사람이니까,  물론, 그 전에도 김광진은 대단한 가수였다. 마법의 성, 여우야 등으로 연타석 홈런을 친 대단한 타자였으니까, "처음 느낌 그대로" "사랑의 서약"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 "덩크슛" 등 그가 작사 작곡한 곡들도 무수했다. 그러니까, 안타, 대타, 도루도 뛰어난 타자였다. ㅎㅎ그리고 그는 삼미 수퍼스타부터 시작해서, 키움까지 엄청난 인천 야구프로팀 팬이란다.경기가 있는 날이면 경기장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ㅎ 내 귀에 그가 들어온 것은 "진심"이 처음이었다.  그 때는 가끔 노래방 가서 노래하기도 했으니까, 난 늘 "진심"을 불렀다. 그 곡은 진심을 다하되  가벼워야 한다. 내 노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