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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먹는 나날. 미즈카미 쓰토무, 정진 요리선근,  정신과 의사 하지현의 추천으로 봤다. 사찰 요리라고 쓰려다 멈춘다. 절밥, 공양이라야 더 맞겠다. 저자가 사찰의 행자로 지내던 시절 노스님을 모시며 한 부엌 살림이 평생으로 이어진 이야기다.  나는 요사스런 소스, 요망스런 가니쉬를 앞세우는 음식에는 관심이 없다.  무던하고 소박하되계절을 나고 자란 고장을자신만의 맛과 향을 온전히 전해주는 음식을 원한다.  홍옥과 햅쌀과 감말랭이, 군밤, 굴국밥 같은,,,봄 나물과 여름 콩국, 가을 과실, 겨울 김장 김치와  고구마 같은,  그냥 씻어서, 양념도 거의 하지 않고, 껍질까지 버리는 거 하나 없이 통째로 다 먹기를 최고로 친다.  절 주변 흙에서 구해다 어둑신한 부엌에서 아무렇지 않게 마련해, 천천히 몸속으로 들어가는 자연..
뼈의 맛 어릴 적 엄마는 멸치를 먹이려 애쓰셨다. 뼈째 먹는 생선이니 칼슘이 많아서 뼈를 튼튼하게 하고 머리가 좋아진다셨다.    마른 멸치의 대가리를 따고 내장을 꺼낸 후 살짝 볶아 조리셨고, 때로는 국물을 우려내고 난 맹탕인 멸치도 먹으라셨다.  가끔 맨 멸치를 고추장 찍어 안주로 잘 먹는 친구들도 있었다. 나중 어른이 되어 술자리를 할 때에는  언젠가 남쪽 어느 고장에선가, 장어탕을 먹을 때 반찬으로 나온 뼈 튀김을 먹었더랬다. 바삭바삭 고소한 게 한도 끝도 없이 들어갈 기세였다.  바닷가 출신인 남편은 아나고 회를 최고로 쳤다. 꼬들꼬들 씹어먹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고 했다. 역시 뼈째 씹어먹는 음식이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시어머니는 마당에 연탄불을 피우고 오래도록 소뼈를 고아서 곰국을 끓이신다. ..
시인의 마을 정태춘의 곡이다. 나는 그저그렇다. 교보 문고  현판의 시가 바뀌었다는 기사를 봤다.계절마다 교보문고에는 새로운 시가 걸린다. 그 시를 보면서 계절을 난다.  지하철스크린 도어에도 시가 쓰여있다. 한국 현대시, 고대시, 시민 당선작세계의 명시 등이 골고루 적혀 있다.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시를 읽었다. 이만하면 시인의 마을 아닌가, 서울은,  시가 있는 한 서울은 시인의 마을이다.  시인은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시인은 줄여서 말한다. 시인은 새롭게 말한다. 시인은 때로 아픈 진실을 아름답게 말한다.  내 말 또한 시가 되기를 줄이고 또 줄이기를 새롭기를 참되면서 아름답기를
해변의 묘지-봉하마을 평생 어머니 말을 듣지 않다가, 뉘우친 청개구리들은 유언대로 해변가에 어머니를 묻고, 물이 불어 떠내려갈까, 개굴개굴 운단다. 남쪽 바닷가가 고향인 나는 명절마다,  바닷가  묘지를 찾아 간다.서울서 나고 자란 이들도 나처럼 돌아갈 고향이, 돌아갈 바닷가, 개골개골 떠나가라 울어옐 묘지가 있을런지.나는 봄 가을,  바다로 돌아가 무덤를 찾아 헤맨다.  내 사랑 클레멘타인, 애나벨리, 혹은 그녀를 잃은 연인의 묘지헤어질 결심의 서래가 묻힌 곳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 많지만,  지난 가을,  부곡의 아버지 성묘 드린 후, 봉하 마을을 찾았다.노무현 대통령을 모신 곳.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로 129번지.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노란 바람개비를 날리며 사람들이 ..
해바라기... 8월의 해가 졌다. 내일부터는 9월의 해가 뜬다. 팔월의 해는 뜨거웠다. 해바라기는 엄두도 낼 수 없을 만큼,  가장 고흐다운 작품은 해바라기라고 생각한다.해바라기에는 그가, 내가, 사람들이 겹쳐보인다.서로를 애타게 바라보며 다가가려다 시들어가는 해바라기들,   그러다가 화가야 말로, 화가의 눈이야말로 태양이지 싶었다. 그의 눈과 손으로 대상이,일상이, 우리가 해바라기로 피어나 화폭 속에서 다시, 영원히 또 다른 빛,  우리의 눈과 마주칠 날을 기다리는 게 아닐까 싶었다.  8월의 해는 저물며 반대편으로 옮겨가고 있다. 나도 역시 그렇다.   출근할 때, 퇴근할 때 나팔꽃을 찍었다.
노아의 방주와 싱크홀 오늘 미사 주보에는 얀 브뤼겔의 "노아의 방주"가 실려있었습니다. 큰 홍수가 오기전 노아가 갖가지 동물과 식물을 태워 지낼 배를 마련하는 그림이요.  기후 위기로 온 세계가 몸살을 앓아서일까, 달리 새롭게 보였습니다. 올 여름은 가히 사상 최고의 폭염에 열대야로 야단이었습니다. 기후 변화로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되리란 "오래된 미래"를 몸소 겪어야했으니까요.  2024년 8월 31일에 전, 꼭 백년전 1925년 을축년 홍수를 알게 되었습니다. 원래 한강은 송파강으로 흘렀으나, 사상 최악의 비로 곧바로, 한강으로 흘러가느라 신천이 되었다지요. 그 결과 신천과 송파강 사이가 "잠실"이란 섬이 되어버렸답니다.그 후 1970년대 강남을 개발하느라 송파강을 매립하였기에 지금은 육지가 변하였으나 아직도 그 아래로는 ..
종의 기원 모교 본관 학적부에 들렀다. 아마 30년만의 일인 듯, 벽돌 건물이 아름답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쇄락을 넘어서 퇴락을 느꼈다. 예전처럼 어두침침한 실내에 퀴퀴한 공기는 고여 혼들이 떠돌아 다닌다해도 믿길 지경이었다.본관 앞 잔디에 선 김활란 박사 동상은,,,,, 처참했다.  올해초 서울 대학에서 느낀 바도 그러했다. 대학의 시대가 어쩌면 저물어 가고 있구나,묵직한 목조 문 속 젊은 직원들이 어색하리만큼 낡았다. 겨우 건물 외관만 전통과 역사를 지탱하고 있을 뿐 내부는 힘과  활기를 찾을 길 없었다.  나오는 길에 벽감 속 종을 봤다. 학교 종이 땡땡땡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들 기다리신다.  고녀들을 불러오던 종소리가 정녕 들리지 않았다. 종의 기원이 무엇이던가,  가끔 난, 무슨 약인가를 먹고..
느릅골 아이들-임길택, ‘’삼촌 편지에서‘’​                                    임길택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되지만더러 실수했을 때라도 걱정을 마.실수 속에서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되고아이들은 실수 속에서 크기도 하는 거야.그래야 남이 실수했을 때용서해 줄 수 있는 마음을 기를 수가 있어.실수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   mistake,  실수 라는 단어를 들여다 보세요.mis + take 입니다. "잘못" 이랑 "가지다"가 합쳐진 말입니다. 시험 본 후,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입니다. "실수로 틀렸어요". 눈치를 보며, 때로는 웃으며, 가끔 억울해 울먹이며 아이들이 말합니다.  물론 실수를 해야 바로 잡을 수 있고, 더 많이 배울 수 있다며 학생들을 달랩니다.  그러나..